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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영 Jun 01. 2019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고향' 편집 에피소드

도전적인 삶을 위해 컨셉을 조정하라(8)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고향'(Two Homes)
디렉터스 컷 완성 직전.

원래 계획은 5월 31일이었다.
그걸 위해서 모든 작업의 스케쥴을 맞췄다.
아쉽게도 불가리에서 오기로 약속한 자료들이
제때에 도착하지 못했지만, 뭐 그래도
1시간 40분짜리 편집을 마무리한 셈이니
어느 정도 성과있게 5월을 보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참 말도 안되는 작업이었다.
50대 중년의 나이에 작품 하나에 모든 것들을
걸고 살면서 가장 익숙했던 공간을 떠났다는 사실도 그렇고, 제작비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겁없이 시작했던 것도 그렇고...

그런데 역시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면 어떤 결과든 오게 마련인 것 같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뭔가 만들어져가고 있다.

편집 구성을 하면서 칠판 가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했다.
이번 다큐멘터리 작업은 5개국에 산재해 있던
1950년대 북한 전쟁고아들의 삶과 흔적을 추적하는 작업이었다.

공간이 다섯 나라나 되다 보니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점도 많아서 자칫 혼동스럽기까지 했다.
시간 상으로도 1950년대를 관통해서 6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역사의 흔적들이었다.

시간을 중심으로 잡으니 공간이 흔들리고,
공간에 해당하는 나라를 중심으로 잡자니
시간의 흐름에서 연결이 잘 안 되는 부분들이

생겼다.

편집 구성에 한 달이라는 작지 않은 시간이 걸린 것도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결국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경험할 수밖에 업는 일이었다.
그러다 마치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차원이 다른 구성이 하나 떠올랐다.

시간과 공간의 축과 영역 속에서 헤매고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던 것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면서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결국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작 역시
'컨셉'(concept)이 중요하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1. 왜 왔을까?
2. 누구였을까?
3. 어떻게 살았을까?
4. 왜 돌아갔을까?
5. 어떻게들 살고 있을까?

안개 속을 헤매다 내가 발견했던 이 다섯 가지
핵심적인 질문들이 결국은 영화의 구성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스토리텔링이 술술 풀리고
이해하기 쉬운 구조로 변화했다.

나에게는 매우 질적인 도약이었다.
이런 작업의 결과를 경험하면서
앞서 말한 대로 결국은 '컨셉'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길임을 깨닫는다.

작업이나 인생이나 비슷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뭔가 제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뜻한 대로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 때는
역시 '컨셉'을 점검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작업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도대체 1950년대 동유럽이란 낯설고
새로운 환경 속에, 그들은 '왜 왔으며',
'온 아이들은 누구였는지', 10년이나 되는
그 긴 시간을 '어떻게 살았으며',
어느 한순간 바람처럼 모두 '왜 돌아가야 했는지',
그리고 북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어떻게들 살고 있는지'...

이 다섯 가지 질문에 답을 하는 심정으로
편집을 했다. 아마 영화 끝나는 순간까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다큐멘터리 '두 개의 고향'(Two Homes)
공식후원계좌 국민은행
878301-01-253931
김덕영(다큐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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