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 다이어리

어떻게 나의 영화를 극장에 개봉할 것인가?

by 김덕영

2019년 1월부터 10월까지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고향'(Two Homes)의 촬영과 편집을 위해 열심히 땀 흘렸다. 다행히 1시간 20분짜리 장편 다큐멘터리 한 편이 만들어졌다. 1950년대 북한 전쟁고아들의 동유럽 이주라는 숨겨진 역사적 사실을 파헤치고 있는 이 작품은 어떤 단체나 정부 지원금 하나 없이 오로지 '개인'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독일 레겐스부르크에서 시작해서 폴란드를 거쳐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그리고 불가리아까지 전쟁의 상흔을 안고 동유럽에 이주했던 북한 아이들에 관한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역사의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제작 과정에서 100여 장의 기록 사진과 아이들의 생활이 담겨 있는 수십 통의 35미리 기록 필름들을 발견했다. 북한 아이들과의 사랑과 우정을 간직하고 있는 증언자 10여 명과의 극적인 인터뷰와 북으로 돌아간 다음 아이들이 유럽의 교사와 친구들에게 보낸 수십 통의 편지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가치로운 자료들이다.



이제 제작을 마무리하고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극장을 통해 개봉하는 일이 쉽지 않다. 얼마 전부터 배급사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최근에는 독립영화 한 편을 개봉하기 위해서 최소 3천 만 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영화 제작을 위해서 스스로 사비를 털어가며 겨우 제작을 마친 감독에게 극장 개봉을 위해 다시 3천 만 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말은 말 그대로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에서 매년 1,200편가량의 독립, 예술영화가 제작되지만, 극장 개봉은 110여 편 정도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90퍼센트 이상의 작품들이 극장 개봉조차 못하고 일명 '창고 영화'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나처럼 오랫동안 방송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아서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하든 방법을 찾아서 힘겹게 만든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극장에 개봉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다.


'개봉 다이어리'라는 이름을 붙여서 글을 쓰는 이유도 어찌 보면 바로 지금 내가 처한 절박한 상황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려는 목적에서 시작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어차피 조금은 세상을 도전적으로 살아보리라 마음먹고 시작한 일. 현실로 다가오는 모든 난관과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보람되고 의미 있는 순간들로 기록되리라 믿는다.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볼 생각이다. 언제부턴가 글을 쓰는 순간은 마치 마법의 주문이라도 외우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신앙을 가진 사람에게는 기도문을 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쓰면 이루어지리라. 쓰면 이루어지리라...


불가리아에서 만났던 북한 전쟁고아 동창생과의 인터뷰 중에서


'나는 왜 맨날 길이 아닌 길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운명일까...'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은 늘 도전과 극복의 연속이었다. 도전이 일상이 되고 또 때로는 취미와 즐거움이 되는 사람이 있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늘 남이 가지 않는 길로 가려는 욕망이 있다. 1950년대라는 시간 속에서 북한 아이들의 행적을 찾아 떠났던 일도 어찌 보면 도전이었다. 처음부터 어디에 어떤 자료가 있고, 누구와 인터뷰를 해야 할지 정해진 것조차 없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이었다고나 할까. 유럽 땅에서 곳곳에 숨겨진 70년 전 북한 아이들의 행적을 찾는 작업도 그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도전이 단지 무모한 도전으로 끝나지 않도록 도와주었던 이름 없는 수많은 천사들에게 나는 빚을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반드시 그들의 순수한 인간애, 그들의 그리움, 인간은 과연 무엇을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그 오래된 물음들을 세상에 다시 던져야 할 의무가 있다.


1950년대 북한 아이들의 모습에는 2020년을 향해 달리고 있는 비정상적이고 폐쇄된 북한 사회의 모든 모습들이 씨앗처럼 숨겨져 있다. 전 세계가 글로벌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마당에 유독 북한만 홀로 주체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정치 체제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뿌리가 맞닿아 있다. 북한과의 교류나 관계 개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나 정치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북한 체제의 고유한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근거들이다.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아야 하듯, 현재의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과거의 북한이 어떠했는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같은 혈연,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 공동체라는 개념만으로 북한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 일인가를 1950년대 동유럽 북한 아이들의 행적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영화를 들고 아이슬란드와 베트남까지 가지고 가서 작은 공간에서 시사회를 했다. 이유는 단 하나다. 이념이나 체제의 편견에서 벗어나 인간의 본성을 통해 영화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가를 알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언어가 다르고 문화와 전통이 다른 그들이 영화에 적지 않게 공감해주었다. 그리고 12월 16일 드디어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시사회를 했다. 과연 한국인들에게 북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비칠까. 긴장되고 떨린 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곳곳에서 찾아와 악수를 해줬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처음 보는 사람들의 눈가에 촉촉하게 맺혀 있던 눈물이 긴장되었던 나의 마음을 녹여주었다. 영화는 그렇게 한국에 도착했다.


아이슬란드 대학교에서 '두 개의 고향'에 관한 특별 강연


다큐멘터리 '두 개의 고향'은 그렇게 이름 없는 사람들, 아무런 사심 없이 영화를 보고 인간의 진정한 사랑과 우정, 자유에 대한 갈망을 함께 호흡했던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중이다. 돈 없고 빽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 방법이 영화를 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016년 인적도 드문 서촌 통의동 오래된 좁은 골목길 안쪽에 복합 문화 공간 '통의동 스토리'를 오픈할 때도 사람들은 물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 안쪽에서 장사가 되겠냐, 고 말이다. 2013년 처음 책을 내 손으로 직접 디자인하고 출판과 유통을 시작했을 때도 물음은 같았다. '가능하겠는가?'. 그때는 책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조차 몰라서 아래아 한글로 책을 편집해서 인쇄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출판했던 책은 그해 교보문고 시니어 부문 베스트셀러 안에 진입했다. 국가교육원에서부터 민간 기업들에서도 책의 내용을 시리즈로 연재해달라는 문의가 쇄도했다. 그 책의 이름은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들의 이야기>였다. 그 책은 내 인생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그런데 문득 가만히 돌이켜 보면 그 '가능하겠는가?'라는 물음에 가슴이 뛰는 무리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그런 조금은 엉뚱하면서 고통스럽게 남이 가지 않는 길로 가는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고 발전한다고 말이다. 우리는 가는 길은 막상 다르지만, 가려는 목적지는 동일하다. 도전을 통해 끊임없이 나를 성찰하고 발전시키는 인생. 그들은 남의 눈치 따위에 주눅 들지 않는다. 그들은 그렇게 도전하는 순간을 즐긴다. 나도 그들 무리에 합류한 지 오래다. 얼굴조차 본 적 없는 그들이지만 우리는 하나의 이상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존재들이다. 우리는 피를 나누기보다 꿈을 나누고 있는 동지들이다. 그들은 언제나 세상을 향해 안테나를 높이 올리고 있다. '어디에 또 즐겁고 재미난 일이 없을까',를 고민한다. 그들의 안테나에 전파가 닿을 수 있도록, 그들의 귀에 내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나의 영화 '두 개의 고향'을 소리 높여 외칠 것이다.


글. 김덕영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고향' 극장 개봉을 위한 공식 후원계좌
국민은행 878301-01-253931 김덕영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고향'(Two Homes) 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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