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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영 Mar 08. 2020

삶의 든든한 뒷배를 찾아서

우리 인생에 그런 뒷배가 있으면 얼마나 삶이 든든할까


'개봉 다이어리'
2020년 3월 7일


어제는 '직관에 관한 독서모임'을 마치고 교대 근처의 가성비 좋은 대창집으로 자리를 옮겨서 토론을 이어갔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김통스 멤버'들은 나에게 언제나 든든한 뒷배 같은 느낌이다.


혹시 모를 사람이 있어 설명을 하자면, '김통스'는 '김PD의 통의동 스토리'의 줄임말이다. 2013년 겨울부터 시작해서 2018년 겨울까지 경복궁 옆 서촌이라는 곳에서 골목길 안쪽에 있었던 커피도 팔고 와인도 팔면서 공연도 하고 북클럽도 운영하면서 그 작은 공간에서 아기자기하게 여러 추억들을 나눴던 작은 공간이었다.


돌이켜 보면 '김통스'에서는 커피나 와인을 판 것이 아니라 문화를 함께 만들고 나눈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지금까지 7년이나 지났지만 그곳의 추억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김통스'라는 물리적 공간은 사라졌지만, '김통스'라는 공간을 통해 인연이 되어 만났던 사람들의 모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에너지를 넘치게 한다. 실제 삶에서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는 분명한 목적들이 있지만 그런 목적이나 수단과는 무관하게 만나면 즐거운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


삶이 권태롭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면 가장 가까이에서 나에게 원초적인 에너지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르게 삶을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신종 코로나의 위협 속에서도 '김통스' 모임은 언제나 나에게 삶의 활력을 준다. 모임을 끝내고 나면 뭔가 하나라도 남는다. 어제 우리들도 그랬다. 인생은 각자 살아가는 것이지만, 마치 전투와 같은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기 전에 잠시 모여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나누고 서로 힘이 되는 그런 존재가 되는 기분이 든다.


우리들 각자의 삶을 지원하는 정신적 뒷배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우리 인생에 그런 뒷배가 있으면 얼마나 삶이 든든할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새벽길을 걸어 집을 돌아왔다.


'뒷배'라는 단어는 뭔가 겉으로 나서기 보다 뒤에서 은근히 도움을 주는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이 뒷배라는 단어를 가장 찰지게 사용한 사람은 염상섭이었다. 개인적으로 한국 근대문학가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염상섭, 그는 <삼대>에서 뒷배를 이렇게 표현했다.


"필순이는 가게를 보게 하고 부모는 안에서 살림을 하며 뒷배나 보아 달라 하기에 십상 알맞았다."


필체와 운율에서 느껴지는 염상섭다운 툭툭 던지는 말투가 왠지 나의 기질에도 맞아떨어지는 기분이다. 가식이 없고 데코레이션보다는 장식 없이도 은은한 매력을 뽐내는 이케아 가구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권투로 치면 스트레이트 펀치다.


결국 오늘 나의 이야기의 결말은 이렇게 정리된다. '김통스'는 든든한 뒷배다. 든든한 뒷배를 인생에서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조금은 의미 있고 용감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혈연이나 지연, 학연에서 느낄 수 없는 그 든든한 뒷배를 간절히 찾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김통스 #독서모임 #뒷배 #염상섭 #삼대 #원초적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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