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겠지...'

3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영.태'를 생각하며

by 김덕영

'잘 지내겠지...'

화장실을 갔다 나오는데
왁자지껄한 소리가 중정 마당에서
들렸습니다.

중년의 남자들 다섯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임원현 님.
사실 제 대학 동창이기도 합니다.
가까운 데 있지도 않은데,
늘 잊지 않고 손님들을 모시고
가게를 찾아주는 친구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악수를 하고
고개를 돌리는데 누군가 아는 체를
하더군요.

'앗! 내가 아는 사람인데...'

얼굴은 기억이 나는데,
이름도 성도, 도대체 누군지 기억이
나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3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제 친구 얼굴이 스쳐갔습니다.
'김.영.태'라는 친구였습니다.
두 사람은 분명 내 과거의 기억 속에
한 자리에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그를 부둥켜안았습니다.
조금 놀랐기도 했겠지만, 그렇게라도
반가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세상을 떠난 친구 '영.태'에게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았습니다.
그에게는 세상에 남겨진 두 딸아이와
아내가 있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한 번도 그의 가족들을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애써서 '잘 지내겠지', 하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랬던 '영.태'였습니다.

과거의 한 순간을 공유한다는 게
때로는 가슴이 짠하는 뭉클함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세상을 일찍 떠난 친구가 사이에
놓여 있을 땐 마음이 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어제 30년 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와 와인 한 잔을 했습니다.
누군가 찾아올 '공간'이 있다는 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더 고마운 사실은 그들 중 또 한 명의
대학 동창이 유명을 달리한 친구의
가족들을 지금까지도 보살피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는 하지 못한 것을
하고 있었던 그 친구가 부럽고
고맙고 부끄럽고 그랬습니다.

와인 두 병을 비우고
그들이 가게를 나설 때,
밖으로 달려가
친구들의 손을 잡았습니다.

'악수라도 한 번 더 하자', 고
내가 먼저 말을 했습니다.
소심해서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것도 잘 못하는 내가
그날은 그렇게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 친구의 손길에서
지금은 없는 세상을 떠난 친구 '영.태'의
손길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글: 김덕영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들의 이야기> 저자 / 다큐멘터리 PD


뒤늦게 표지.jpg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늦은 나이에 두 번째 인생에 도전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스크린샷 2016-04-12 오전 9.52.23.png 장편소설 <내가 그리로 갈게>,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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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책들, <유레일 루트 디자인> (오프하우스, 2010년), <세상은 모두 다큐멘터리였다> (당대, 2011년),

<그리스의 시간을 걷다> (책세상,2013년)


kimpdcafe.jpg 작가는 서촌 통의동 골목길에 있는 작업실 겸 까페에서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창작 활동에 전념하면서 세상과 교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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