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아니면 눈물이니까

by 초생

아주 오랜만에 4km를 달렸다. 발목 핑계에 더위 핑계까지 좋은 핑계들로 거의 달리지 않았고 그나마도 짧게 달렸는데, 내게는 흡족한 거리인 4km를 오랜만에 아침 공복으로 달렸다. 새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8시 반쯤이었는데 한강에는 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뭐 아침 저녁으로 달리기 좋은 날씨가 되고 있으니까. 그래도 사람들 참 부지런도 하네 이 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다니... 그런 생각을 하며 달리기의 시작 지점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점점 더 많은 무리의 사람들이 오고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옷엔 배번표가 달려있었다.


요즘엔 가급적 짧게라도 달리려고 하지만 이 달리기 코스는 원래 내 걷기 코스였다. 걸으러 나오면 항상 많은 사람들이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그보다는 좀 힘들어 보이게 달리고 있었다. 물론 나처럼 걷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스무살은 많아보였다. 아무튼 다들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타는 행위에 몰두해 있는데 어느날은 그 모습이 굉장히 애틋하게 느껴졌다. 동물인 이상 우리는 움직여야 더 좋게끔 설계됐는데 그래서 모두들 자신을 위해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타고, 또 누군가는 수영을 하고, 어떤 사람은 웨이트를 하고 그렇게 다들 안간힘을 쓰는구나. 문득 인류가 동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괴롭고 어렵고한 일들이 모두에게 많으니까. 인간은 그렇게 생겼으니까. 이 많은 사람들이 또 새로운 날들을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구나. 뭐 그런 생각들. 크로스핏을 하며 동네에 아는 사람들이 생기기 전까지...


크로스핏을 시작한지는 2년이 조금 넘었는데 시간이 그렇게 되다보니 함께 수다를 떠는 사람들도 생기고 반갑게 인사 정도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2017년부터 살아온 이 곳은 연고가 없고 성격도 성격인지라 동네를 돌아다녀도 아는 사람이라곤 없었는데 운동 특성상 동네에 아는 얼굴들이 많아졌다. 그러고 보니 한강에서 뛰는 사람들 중 아는 얼굴을 만나게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연한 그 만남들이 더 늘어났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일부의 운동하는 사람들이 이 운동 저 운동 하는 것이었다. 라고 성급하며 편협한 결론을 내리곤 애틋함이 가셨다. 그러고 보면 나도 수영을 하는 와중에도 걷거나 필라테스를 하면서도 걷거나 웨이트와 필라테스를 병행하거나 하며 이런 저런 운동들을 병행했고 지금도 크로스핏을 하며 달려볼까 하고 있지 않은가!


함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유쾌하다. 진짜 너무 힘들어 죽겠는데 끝나고 나면 특히 더 신이 나있다. 사냥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던 수렵 채집 시절엔 많이 뛰고 움직여야 생명 유지가 가능 했으니 그럴 때 도파민 등의 보상을 받았고, 신체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우리도 힘들게 움직이면 그런 보상을 받는 거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도파민이 나오는 공간이니 박스에서 사람들은 밝고 유쾌한 상태를 유지하는지도 모르겠다. 모두들 각자 피곤한 하루를 보냈겠지만.


잘은 모르겠지만 오늘의 마라톤 참가자들은 8시 전부터 모였을 것 같았다. 뛰다 보니 하프 코스 7km 같은 표지판이 보였는데 이런 저런 거를 계산해 보면 8시를 좀 넘어부터 시작했을 것 같다. 소속이 적힌 티셔츠를 보자니 새벽 5-6시부터 준비해 참가한 분들도 계실 것 같았다. 그들은 왜 일요일 새벽부터 안온한 늦잠을 포기하면서까지 숨차고 힘들고 자주 멈추고 싶은 마라톤을 하고 있을까?


어느 날 달릴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땀이 흐르다 눈에 들어가 눈을 따갑게 했던 때였던가. 그게 땀이 아니었다면 모두 눈물로 흘렸을지도 모르겠다고. 내게 땀과 눈물은 등가교환일지도 모르겠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면 운동으로 그만큼의 땀을 흘려야 한다. 실제로 운동을 하면서부터는 눈물이 많이 줄었다. 요새는 일이 좀 버겁고 힘들다. 어렵고 벅차다. 내 판단이 틀릴까 무섭다. 그렇게 소심함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도 그게 무거웠다. 일은 근무시간에만 생각해야 하는데 말이지. 그래서 아침부터 달리러 나갔다. 하루를 위해. 효과가 좋았다. 명심해야지. 땀을 흘리지 않으면 그만큼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다들 이런 뭔가가 있어서 달리고 움직이고 그 힘들고 숨찬 걸 하고 있겠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