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말이 내게서 나올 줄이야...
"달리고 싶다."
조금 전 내가 혼자 중얼거렸다. 10년쯤 전 어떤 상황에서 운동은 숨쉬기로 충분한 거 아니냐던 내 모습도 떠올랐다. 그러던 내 입에서 달리고 싶다는 말이 나오다니... 시간이 흘렀고 어쩌다 보니 운동은 내게 친구 정도가 되었다. 언제까지나 손을 놓고 싶지 않은. 이러면 뭐 되게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것 같겠지만 몇 년이 지났음에도 나는 늘 열등생이다. 올해부터는 달리기를 할 거니 뭐니 어쩌니 하지만 실은 요 석 달 반 동안 달린 거리도 겨우 55km 남짓이다. 누군가는 반나절에도 달리는 거리.
그럼에도 달리고 싶긴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요 일주일은 하루도 운동을 하지 못했다. 지난달 초 접질려 겨우 나아가던 발목이, 지난 토요일 또 똑같은 방식으로 삐끗하고 말았다. 다시금 시작하던 줄넘기 이단 뛰기 연습도 또 멈춰졌고 당연히 조심하며 다시 달려보려던 계획도 틀어졌다. 달리러 나가면 1분도 되지 않아 후회하고, 그 후회를 25분 정도를 지속하다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조금 즐거워하다 멈추겠지만, 가만히 집에 있는 이 시간엔 달리고 싶는 생각이 든다. 발목을 살짝 만져보곤 괜찮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다 안된다고 다짐한다. 과거의 멍청한 행동에서 배운 게 있어 다행이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달리러 나가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거다. 이 쓸모없고 이상한 횡설수설을 하면서. 무모한 행동은 이미 족하다. 다친 지 며칠 만에 다시 달리는 일 같은 거. 그러다 후회해놓고 다시 성급하게 달리러 나가 생각만큼 많이 아팠던 건 아니라며 다음날 페이스를 높여 무리하는 일 같은 거. 그런 거 이번에는 하지 말아야지. 지난번에도 하지 않았다면 이번에 다시 다치는 일도 없을 수 있었겠지. 왜 나는 만져봐야 뜨거운 것을 아는 걸까? 그게 뜨거울 거란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으면서.
그러니까 나를 오래 괴롭혔던 예전 그 일도, 그게 아니라는 걸, 그저 나를 갉아먹고 망치기만 할 일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 왜 나는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질 때까지 나를 밀었을까? 왜 그 괴롭힘을 떠나지 못했을까? 왜 일단락 짓고 사과라도 받길 원했을까? 상대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는데. 안 그럴 거 90, 그래도 제발 내가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그래줘야 하는 거 10, 그랬었는데. 90을 알면서도 뜨거운 걸 꼭 만졌다. 그 배움이 다음번엔 멈춤이 될까?
운동이 손을 내밀어줬다. 그 손이 나를 그 구렁텅이에서 꺼냈다. 다른 어떤 손도 아닌 그 손이. 그렇게 못하고 못하는 운동이. 운동이라기보다 운전처럼 기술인줄 알고 시작했던 수영이. 거기서 시작된 다른 운동들이. 잊혀지지는 않지만 마음이 좀 상할 만큼 생각난 건 좀 오랜만인가...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아무튼. 그래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 아니 이번 주는 운동을 하지 못해 마음이 상할 만큼 옛 기억이 떠올랐던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월요일부터는 다시 박스에 나가야지.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다시 시작해 봐야지. 그리고 오늘은 좀 걷자. 많이는 말고.
그런데 정말 달리면 안 되겠지?
응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