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시작한 3월은 추웠다. 걸어도 세다고 느껴졌을 바람은 속도를 높인 넓은 표면적의 물체에겐 꽤 큰 저항이었다. 그러니까 넓은 표면적으로 평소보다 속도를 높였던 내겐 살며 잘 느낄 수 없었던 차고 세고 시끄러운 바람이었다. 반환해 돌아가는 길은 제법 등이 떠밀려 좋았지만 이미 지쳐버린 몸은 그조차도 버거웠다. 시작이 되었던 그 좋던 날의 따스함과 상쾌함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었더라면 당장 그만 두었을 날씨가 잦았다. 그래서 봄같은 봄을 기다렸다. 봄만 되어봐라 내 본격적으로 달려줄 테니 같은 각오를 다지며. 그렇게 4월이 지나고 5월도 중순. 3월에 총 29.4km를 달렸던 나는 4월에 12.6km, 5월인 지금은 4.03km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니까... 날이 좋으니 약속이 많아졌다. 그렇게 놀러다니다 보니 지난 연휴에는 발목까지 접질렀다. 심하지 않아 며칠 후 좋은 날을 만끽하겠다며 4.03km를 달렸고, 참았어야 했는데 하고 조금 후회를 했다.
내 달리기는 간헐적이다. 평일엔 매일 하는 운동이 따로 있다보니 주말에만 하게 되고 그마저도 일정이 있으면 밀리기 일쑤이다. 약속이 있던 어느 주말엔 아침 7시에 뛰쳐나가보기도 했는데 낮보다 몸이 훨씬 무거웠다. 때마침 아주 고맙게도 내려준 비를 핑계삼아 1km만에 돌아왔다. 포기하던 무렵에만 잠깐 세지고 이내 그쳤던 비가 정말 고마웠다. 왜냐하면 내 탓이 아니고 비 탓이니까. 처음 달리는 시간대는 훨씬 힘들었고 더 빨리 옆구리가 아파오기 시작해서 그만 할까 말까 발을 내딛는 순간마다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내 탓이었다면 나는 몇 분 달리다 여러 핑계를 대며 포기해 버리는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고 이 선례를 근거로 자주 포기할 것만 같았다. 실제로 처음 1~2km가 제일 힘든데, 오늘은 아닌 것 같아와 어디가 아픈 것 같아 등의 번뇌가 108번쯤 스쳐지나 갈 때면 4km만 뛰자고 다잡는다. 처음 쉬지 않고 달렸던 거리가 4km이니 나는 4km는 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부상이 생길 것 같은 통증이 아니라면 그 4km는 달려보자고. 그게 무너지면 다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런데 비라니, 얼마나 고마운가. 자기 합리화지만 합리성이 있긴 하지 않은가!
운동에 대해 나는 느슨하고 욕심이 없다. 하고 있는 운동은 경쟁적이라고들 하는데 나는 그런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안 되는 동작을 하나씩 정복해야 겠다는 욕심도 없는 편이다. 내게 운동은 그저 숨이 가쁘고 힘들다 도파민 엔돌핀 같은 것만 만들어주면 된다. 기분의 평균 값을 높이는 것. 이것이 내 유일한 운동 목적이다. 그래서 달리기에 대한 욕심도 없고 내 기록이 부끄럽지도 않다. 그러니까 여태껏 최고 기록이 7분 27초 페이스, 그런데 4km인 것도 부끄럽지 않다. 누군가에겐 빠르게 걷기와 같은 속도이겠지만 괜찮다 뭐. 오히려 나는 자랑을 한다. 페이스와 거리를 보면 하찮지만 시간과 심박수를 보면 고강도 운동을 견뎌낸 것이 아니냐고. 상대방들은 인정해준다. 용기를 잃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 고마워라. 그리고 나는 뿌듯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가야지. 그리고 달려야지. 우연히 근처에 빠르게 걷는 사람이 있다면 비슷한 속도겠지만 나는 달리는 거니까. 접지른 발목을 무시하고 운동을 하다보니 원래 좋지 않던 무릎까지 아파 이번주는 월요일 이후 계속 운동을 쉬었지만 그래도 나가봐야지. 다행히 날씨가 흐린 게 비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1~2km도 가지 못하고 발목이나 무릎이 아픈 건지 오랜 만에 하는 운동이라 그저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건지 헷갈릴 때면 날씨 찬스를 쓸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