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네지 못한 위로
친구들은 자주 나에게 자신들의 사랑에 대해 질문하곤 했다.
그들의 질문은 24시간이 넘도록 연락이 안되는 사람부터 사귄지 5년이 넘었는데 가족들에게 소개를 시켜주는 않는 사람, 만났을 때는 나를 정말 사랑하는거 같은데 집에만 들어가면 연락이 안되는 남자 등 다양했다.
처음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땐 같이 울기도 하고 같이 욕하며 감정이 이입되어서 같이 힘들어 했던 적도 물론 있었더랬다. 그리고 몇일 지나면 다시 만나고 있는 연인들 그럼에도 다시 만나야할 이유를 이야기 하며 만나는 모습을 몇번이나 마주하게 되었을까
나 조차도 그러기를 반복하는 걸 깨달았을 때였을거다 이야기를 들어도 덤덤해 졌던 때는
사랑경험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해볼 만큼 해봤다고 생각해서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내 연애만큼은 해도해도 처음 사랑에 빠진거 마냥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로또숫자 같았는데 남의 사랑 얘기에 대한 생각 만큼은 어찌그리 딱딱 들어 맞는지 가끔은 신기하기도 하고 들어 맞는 일이 일어나면 일어날 수록 마치 연애 만큼은 내 얘기가 다 맞다는 듯 이야기를 하게 되었던거 같다.
나에게 얘기를 꺼낸 후 그들의 반응은 여러가지 였는데 정말 고맙다며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이제는 마음을 정리해야 겠다는 반응과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 또는 계속 어떻게든 그래도 조금이라도 나를 사랑하는게 아닐까하며 계속 기대감을 거는 반응 이었다. 어떤 때는 그 이후로 연락이 끊기기도 했고 한참 후에야 내 말이 다 맞았다며 말을 들을걸 후회한다는 친구도 있었고 사랑이 불안할 때마다 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 친구들이 있기도 했다 친했던 친구와 이 사랑 이야기로 멀어진 적이 두번 있었던 나는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 정없는 습관 때문에 왜 멀어졌을까를 생각해 보다가도 바보같이 사랑에 빠져서는 내 말이 맞다는걸 헤어질 때 알게될거야 라며 그들의 사랑이 끝나면 나에게 연락하겠거니 생각했던거 같다.
위로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데 왜 이 이야기가 떠올랐을까 첨엔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위로를 준적이 없구나라는 생각이었다. 분명 좋아하던 친구들의 사랑에 대한 질문들은 가장 섬세하고도 섬세한 이야기 였는데 난 마음을 알아주기보다 빨리 현실을 파악하고 벗어나라는 '극 T'같은 발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상시에 '극F'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나 사랑하는 친구들을 사랑하는 방식은 위로가 아닌 조언이었다.
그들은 나랑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음에도 나의 경험에 빚대어 위로가 아닌 나에게 하는 말 나의 자책의 말들을 그들에게 퍼부었다. 나같은 바보는 되지 말라고 말해주는게 따뜻한 한마디보다 친구는 바른 말을 해줘야 한다고 다른 사람들은 해주지 못하는 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찐친 끼리 해줄 수 있는 선물인양 필터 없이 내 생각들을 토해내곤 했다.
엄마 아빠의 말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걱정이 되어서 했던 날이 선 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라는 말들,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을 돌리려는 말들, 현실을 직시하라고 던진 아픈말들 그럼에도 사랑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수많은 말들을
그래서 나에게 스며 들었던 부정하면서도 사랑이라 불렀던 그 따가운 말들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고 있었다. '위로'라는 글자가 나에게 그토록 필요했던가 나를 알지못했을 때는 생각도 못했던 이 단어가 나에게 떠오르고 나서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했던 '위로'를 건네지 못한 젖은 마음이 너무나도 무겁다.
그 무거운 마음을 덜어내고자 내가 받은 위로를 쓰고 싶은가 보다
따끔따끔했던 그 마음들에 이제는 힘들 때 먹는 떡볶이 같은 소소하지만 힘이 되는 위로의 말들을 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