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향해 말한다.
"왜 그렇게 살았어?" 혹은 "그건 네 잘못이야."
그 말 속에는 언제나 전제가 깔려 있다 —
그 사람은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모든 사람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었을까?
가난한 집에 태어난 아이가 더 나은 환경을 '선택'하지 못한 건, 책임일까?
정보도, 수단도, 기회도 없던 사람이 움직이지 않은 걸, 비난할 수 있을까?
나는 여기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그 의문은 나만의 철학으로 이어졌다.
나는 이걸 '선택책임론'이라 부른다.
선택책임론이란,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만 책임을 져야 하며,
선택할 수 없는 조건 — 즉 출생, 환경, 외모, 신체적 특성 등에 대해서는
비난이나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단순한 '핑계'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책임을 정확히 구분해야, 정당한 비판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난받지 말아야 할 사람을 향한 공격은, 우리 사회가 가장 자주 저지르는 폭력이다.
물론 회색지대는 존재한다.
가령, 가난한 가정이 해외 이민을 선택하지 못한 건 단순한 조건일까?
혹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탈출했어야 했던 선택의 실패일까?
나는 이 지점에서 멈춘 적이 있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철학은 조용히 흔들린다.
그러나 결국 나는 믿는다.
선택이 가능했다면 책임도 가능하다.
하지만 선택의 가능성이 현저히 낮았던 상황에서,
책임을 묻는 것은 오히려 폭력에 가깝다.
이 철학은 누군가를 변호하기 위한 것도,
세상을 정죄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단지 우리가 누구를 향해
"왜 그렇게 살았어?"라고 말하기 전에,
그 사람이 정말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자는 제안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