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은 익숙하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헷갈린다.
이건 정말 그 사람의 선택이었을까?
혹은 그저 주어진 조건이었을까?
예를 들어, 팔 없이 태어난 사람에게
"왜 다른 사람처럼 못하냐"고 말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기 때문이다.
어떤 기준으로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다.
극단적인 예지만, "왜 그런 일을 한 거야?" 혹은
"왜 굳이 거길 가서 사고를 당했어?" 같은 질문은
때로는 선택의 여지가 있었기에 나오는 것이다.
물론 그 질문이 비난이 되어선 안 된다.
그러나 선택과 그 결과 사이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다.
선택에는 결과가 따르고, 그 결과에 대한 비율적 책임은 존재한다.
피해가 없어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말은 다소 차갑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책임은 피해의 유무보다,
선택의 구조와 가능성에 더 가까운 말이다.
결국 중요한 건, 책임의 크기와 위치를 정확히 가늠하는 일이다.
그 사람에게 정말 선택의 여지가 있었는가?
그 선택은 어떤 맥락 안에서 이루어졌는가?
우리는 누구나 회색지대에 선 인간이다.
흑도 백도 아닌 경계의 어디쯤에서
조심스레 판단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비판보다 먼저, 질문이 필요하다.
그건 정말, 선택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