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희망 순환 배당제의 탄생

by 빡빈킹

이 제도는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상상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무너졌던 사람의 기억에서 비롯된,
지극히 현실적인 상상이었다.

누군가는 극단적인 선택 직전에 있었고,
누군가는 월세 고지서 앞에서 매달 무릎 꿇었으며,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차마 말하지 못한 빚을 떠안고 있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삶 전체를 책임져주는 복지가 아니라,
단 한 번, 살아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희망 순환 배당제는 그 시간,
단 일주일을 견디게 하는 동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한 달’을 단위로 삶을 나눈다.
하지만 무너짐은 그렇게 정기적으로 오지 않는다.
갑작스럽고, 고요하며,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방식으로 찾아온다.

그래서 희망 순환 배당제는 ‘당장’을 기준으로 한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먼저 무너진 사람,
바로 그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한 구조다.

대한민국에서 매주 무너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한 명씩, 혹은 몇 명씩이라도 ‘붙잡을 수 있다면’
국가는 존재의 이유를 증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다.

매주 77명에게 1억 원을 지급하는 것. 이 숫자는 상징이다.
한 해 4,000명 가까이,
열심히 살다 무너졌던 사람들에게
‘기회가 닿을 수 있다’는 국가의 선언이다.

그 기준은 건강보험 등급, 거주지, 경제상황 등으로 조정될 수 있지만,
핵심은 언제나 같아야 한다.
‘지금 당장 가장 먼저 무너진 사람’

그 1억은 생존을 위한 지원금이자,
다시 살아볼 수 있다는 국가의 유예장치다.

신청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국가가 먼저 감지해서 다가가는 제도.

이 돈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다.
그 사람의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국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감각을 만들어준다.

복권 기금을 활용한 이 제도는,
‘당첨’이라는 단어에 익숙한 대중에게
이제는 ‘기억’이라는 개념을 안겨준다.

누군가는 매주 기대하며 로또를 산다.
그처럼 누군가에게는
“이번 주는 내가 아닐까”라는 기다림이 생긴다.

기다림은 삶의 연장이 된다.
그리고 그 기다림이 누군가의 생명을 지킨다면,
그건 더 이상 통계가 아닌 기억의 복지다.

희망 순환 배당제는 제도가 아니다.
국가가 국민 한 사람을 기다려주는 마음,
그리고 무너지지 말라고 다시 손을 내미는 구조다.

그것이 진짜 복지이고,
우리가 상상해내야 하는
새로운 국가의 모습이다.

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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