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어느 날 문득, 모든 게 연극처럼 느껴졌다.
출근길,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사람들.
정해진 인사말, 정해진 표정, 정해진 역할.
그 안에서 나 역시, 대사를 잊지 않으려 애쓰며 매일 같은 무대를 살아가고 있었다.
누가 이 연극을 연출하고 있는 걸까.
나는 정말 내가 선택한 대사를 말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 써준 각본을 외우며 따라가고 있는 걸까.
살면서 몇 번은 진심을 말했던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그 진심마저도 상황이 시킨 대사였던 건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연극이 시뮬레이션이든, 누군가 만든 세계든,
확실한 건 하나였다.
이 무대는 단 한 번뿐이라는 것.
리허설도 없고, 다시 시작할 수도 없고,
대사를 틀리더라도 그대로 장면이 흘러가버리는 단 한 번의 생방송.
그렇다면 중요한 건 진짜냐 가짜냐가 아니라,
어떻게 연기했느냐일지도 모른다.
얼마나 몰입했는지, 얼마나 나답게 존재했는지.
무대가 끝나고 조명이 꺼진 그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동안 참 잘했어. 마지막까지 넌 너였어.”
그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커튼콜을 꿈꾸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