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운은 총량을 가진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는 살아가며 ‘착한 일’을 하고, 누군가를 도우며, 양보하고 배려하며 살아간다.
그럴 때마다 마음 어딘가엔 이런 기대가 쌓인다.
“이런 내가 언젠가 좋은 일을 마주하겠지.”
그리고 실제로 좋은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말한다.
“덕을 쌓았나 봐.” “좋은 일 했더니 복이 돌아왔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건 운이 ‘쌓인’ 게 아니라, 남아 있던 운을 ‘소비한 것’ 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진 운은 유한하고, 그것은 일상 속에서 소리 없이 조금씩 사라져 간다.
그리고 불행이 닥쳤을 땐,
그건 아마도 지금 가진 운보다 더 큰 불행이었거나,
그 불행만큼의 운을 미리 써서 더 큰 고난을 피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은 아니다.
운은 소모되는 동시에, 다시 쌓을 수도 있다.
작은 선의, 진심 어린 위로, 무심한 듯 건넨 다정한 말 한마디
그 모든 것이 다시 우리의 운을 천천히, 그리고 분명하게 채워간다.
운의 총량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
우리는 쓰고, 다시 채우고, 또 쓰면서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총량을 조율해 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묻게 된다.
오늘의 나는, 어떤 운을 쓰고 어떤 운을 쌓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