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퇴사를 하면 안되는 이유
대학을 졸업할 즈음 취업문을 그렇게 두드려도 좀처럼 열리지 않는 시기. 그 시기의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생들은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졸업을 해야 하나, 그냥 대학원을 가야 하나, 1학기 유예해서 학교를 계속 다니는가. 100여 군데 원서를 넣어도 떨어지는 것을 다반사였던 나도 역시 취업을 해서 졸업하는 친구들을 한편으로는 부러워하면서 이런 선택에 기로에 다다랐다. 사실 연구과제를 할 동안 지도 교수님께서는 대학원 진학을 권하셨지만 도저히 나의 역량이나 성향을 봤을 때는 동일한 전공으로 진학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래서 대학원 진학은 과감하게 포기했었다. 그리고 사회 경험이 없이 더 학문을 배운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과감히 의사를 전달했었다. 그리고 나의 선택은? 바로 졸업이었다.
사실 그때 동기들이 내가 졸업한다고 하니깐 무슨 용기로 그렇게 아무 대책 없이 졸업하느냐고 이야기했었고,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했냐고? 그냥이다. 졸업을 하고 무직으로 있을 경우, 대기업과 같은 곳에서는 안 좋게 본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내가 반대에 입장에 있다고 생각했을 때 과연 능력이 뛰어난데 학교를 안 다닌다고 채용을 안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오히려 학생 신분이 아닌 무직으로 있을 경우가 바로 취업을 해도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졸업을 했다. 젊어서 그런 용기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선택은 과감했고, 후회는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틀린 이야기라는 것도 증명했다.
사실 그렇게 들어간 직장도 너무 열심히 적응시키고, 일을 시켜서 인지 어느 정도에는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번아웃과 같은 것이 와서 의지력을 상실했다고 나름 판단이 되었다. 지금도 제3자로서 보면 너무나 괜찮은 회사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속에 있었을 때는 그것을 보지 못한 것인지 그냥 조직에서 벗어나 쉬고 싶었다. 이때는 대학교 졸업을 할 때보다 말리는 사람이 더 많았다. 더 아무런 대책도 없고 취업시장은 더 얼어붙었고, 이제는 더군다나 와이프도 있어 가장이었다. 그런데 나 혼자만 편하자고 그렇게 그만두려고 할 때는 이기적이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그게 더 나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또 몇 달간 끈질긴 회사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그만두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들은 많은 분들은 정말 추진력이 최고다. 독하다. 멋지다. 대단하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나의 이 케이스 때문에 이전 회사 동료들 중에서는 뭐 아무것도 없이 나처럼 퇴사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 이 글을 보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이 드시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드라마틱 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나 자신도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대단한 것으로 우쭐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는 정말 멍청한 짓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얼마나 무모한 짓을 내가 했는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무슨 이야기냐고? 너는 했잖아!) 만약 반대에 상황을 생각을 해보자. 아무것도 없이 졸업을 해서 백수 기간이 점점 더 늘어나고 운이 더럽게 없어 정말 이도 저도 안되고 그 상태로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수입이 없어지는 고통이 길어질 때의 그 고통은 또 어떠했을까. 사실 사람은 경험적으로 이 정도의 최악의 상황이 되기 전에 뭐라도 하고 자신의 살길을 찾기 위해 또 그 상황에서 발버둥 쳤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지금과 같이는 되어 있지는 않겠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알아두어야 할 것은 똑똑하게 성공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이렇게 무모하게 그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많이 들었던 것이 개인적인 또 다르게 잘하는 역량을 가지고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하라는 것이다. 직장에 처음 들어갔을 땐 이 회사에서 뼈를 묻겠다는 정신으로 다닐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러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게 전부가 되면 조금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다음 커리어를 생각하고 그 커리어에 따라 이직을 생각하게 된다. 혹은 사업을 벌이는 경우들도 있다. 그러다 회사도 다니고 다음 커리어를 준비하다 보면 몸이 치지고 힘들어지면서 그냥 일하기 보다 내가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힘을 다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앞의 나의 경험처럼 그만 두기도 한다. 그런데 책 <오리지널스>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성공한 이들은 철저히 자신들의 모든 것을 새로운 일에 걸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위험을 무릅쓰고 창업을 한 사람들 보다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은 직장을 그만둔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보다 33퍼센트 낮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말하면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고, 사업 구상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면 끝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앞뒤 가리지 않고 무모하게 덤비게 되면 오히려 사상누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할 때, 뭐든지 범위를 좁히고 온 힘을 집중한 벼랑 끝 상황에서 올인하는 게 더 성공 확률이 높을 것 같은데 말이다. 내가 잘 못 생각을 한 것일까? 애덤 그랜트가 잘 못 이야기 한 것일까?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을 보다 보면 가끔 독특한 선수들이 있다. 분명 육상 선수인데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단다. 그 직업도 의사, 약사, 수리공, 정육점 사장님 등등 2,3개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되는 사람들이 있다. 올림픽뿐만 아니라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하부리그로 내려가보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다른 생업을 하시는 분들이다. 그럼 이들이 생업 이외의 취미 생활로 하던게 잘 해서 대표로 나오고 하부리그 선수로 뛰고 있는가? 깊숙하게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이들이 하는 생업 외 선수 활동은 사이드 프로젝트 개념이라는 것이다. 취미는 재미로 하던 것이 발전이 되어 또 다른 직업으로 발전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게 가능한가이다. 어렵기는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서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이런 방식을 이용한다고 한다. 반세기 전 미시간대학교의 심리학자 클라이드 쿰즈는 "성공한 사람들은 주식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일상생활에서도 적용한다"고 조언했다. 즉 한 분야에서 위험을 감수하면, 다른 분야에서는 신중하게 처신함으로써 위험을 상쇄시켜 전체적인 위험 수준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폴라로이드 창립자인 에드윈 랜드는 "한 분야에서 창시자가 되려면 자신이 창시자가 되려는 그 분야를 제외한 다른 모든 분야에서는 확고한 사고방식을 지닌 감정적으로 사회적으로 안정된 사람이어야 한다." 이야기한다.
다시 말하면 한 분야에서 안정감을 확보를 하게 된다면 다른 분야에서는 자유롭게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된다면, 어설프게 쓴 책을 내거나 조잡하게 만든 예술품을 판다는 중압감이나, 아무도 시도해본 적 없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게 되어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보고 어정쩡하게 양다리를 걸친 채 계속 활동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한 분야에서 성공한 분야의 사람들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에, 다른 분야에서는 극도로 신중을 기함으로써 위험을 상쇄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맥락에서 앞에서 이야기 한 나의 선택을 바라보면 나는 졸업이라는 선택보다는 졸업유예, 대학원을 가는 선택이, 회사를 그냥 그만두기보다는 조금 더 사이드 프로젝트를 열심히 해서 업을 전환하는 방법을 택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을 해봐도 졸업유예, 대학원 진학은 취업이 되지 않는다고 가는 대안으로 선택해서는 정말 안 되는 것 같다. 더더욱 대학원 진학은 말이다. 차라리 졸업을 해서 아르바이트라도 인턴이라도 해서 나아갈 곳에서의 실력을 쌓는 게 중요하지 마냥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 답은 아니라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2번째 나의 선택은 정말 지금 생각을 해봐도 아찔한 줄타기와 같은 선택이었다.
비록 지금 회사가 더럽고, 힘들고, 그만두고 싶기는 하지만 일단은 그 일을 유지한 채 다른 대안들을 찾고 아주 신중하게 천천히 하나씩 시도해서 어느 정도 성공을 해서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는 업의 전환을 하는 것이라고 책 <오리지널스>의 애덤 그랜트는 조언한다. 지금 홧김에 사직서를 품고 있으면 조금은 냉정하게 현실을 생각해보는 게 더 지혜롭게 멀리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반성하며 이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 참고 문헌
① 애덤 그랜트, 오리지널스, 한국경제신문, p19-p61
② 에릭 바커,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갤리온, p81-169
* 이 내용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자료 조사에 근거한 생각이고 광고와는 관련이 없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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