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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복종'

사진 근대유산 답사 클럽 6, 목포 동본원사

by 장지용 알비스
동본원사.jpg 2015년, 목포, 목포 구 동본원사

샤를리 엡도 테러 사건 직후 프랑스에서 인기가 있었다고 해서 번역본을 간절히 기다리면서 번역본이 나오자 곧장 사 본 프랑스 소설이 있었다.


미셸 우엘벡의 《복종》(Soumission).


나는 이 소설을 읽을 때 프랑스 정가나 사회의 분위기를 좀 알고 들어갔기 때문에(심지어는 프랑수아 바이루 현 프랑스 법무장관의 존재를 알았을 정도로) 내심 그 분위기를 읽으며 소설 속 '변질된' 프랑스 공화국을 살아가는 소설 속 '나'의 비극을 느끼면서 읽었다. 그만큼 프랑스가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공포가 현실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프랑스인의 공포가 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갑자기 왜 꺼내냐고? 사실 이 목포 동본원사와 소설 《복종》에서의 '나'는 내용만 다르지 구조적으로 똑같은 일을 경험하는 엔딩을 맞이했다. 바로 '개종'이다.


소설 《복종》에서 '나'는 결국 기독교를 포기하고 이슬람의 논리에 편입된다.

그리고서는 후회될 일 없다고 그런다.

이 목포 동본원사 건물은 원래 일본 불교 사찰이었지만 해방 후 개신교 교회 건물로 '개종' 당했다.


물론 얘는 적산 처분 과정의 산물이었으리라. 아, 오해 마시라. 기독교를 끔찍하게 아꼈던 미국 군정과 대한민국 제1공화국이었지만 일본 기독교 소유 재산도 적산 처분의 과정에 희생되었다. 대표적인 게 일본 교단의 지부였던 한국의 정교회였다. 해방 당시 한국 성공회 재산은 당시 잉글랜드 성공회 재산이라서 화를 피했고.


소설 《복종》에서 기독교로의 '해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시나리오는 이뤄지기 어려웠을지도.

그러나 이 목포 동본원사는 그래도 '종교로부터의 해방'은 맞이했다. 지금은 목포의 문화공간으로 다시 새 삶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목포 동본원사에게 이제 종교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해방의 삶을 살아가며 그날의 아픔도 함께 전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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