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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거에 깔려있다고요!!!

사진 근대유산 답사 클럽 8, 경교장과 구 경의선 신촌역

by 장지용 알비스
경교장.jpg 2017년, 서울, 경교장 (현 강북삼성병원 내부)

구 경의선 신촌역.jpg 2018년, 서울, 구 경의선 신촌역

내가 이 두 친구를 만난 날, 이 친구들은 공동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쟤네들은 "살려줘요! 큰 거에 깔려있다고요!!"라고 나에게 말했다.


막상 살펴보니 그랬다. 경교장은 강북삼성병원에 깔려 있었고, 구 경의선 신촌역은 새로운 경의선 신촌역에 깔려있었다.


그들은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했다. 그런데 나는 자세히 살펴보니 그들은 살아남을 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바로 역사의 힘이었다.


그들을 '깔아뭉갠'것이 언젠간 역사가 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그들이 역사를 증거 하는 그들이다.


경교장은 충칭에서 서울로 귀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임시'딱지를 떼는 길 와중에 비극이 섞였지만(이곳에서 백범 김구 선생께서 안두희의 흉탄에 서거하셨다. 물론 안두희는 훗날 어느 운전사한테 정의봉으로 얻어맞고 복수당했다.) 어쨌든 한국 현대사의 한 공간을 차지한 역사가,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가 된 이후에는 중화민국 대사관의 일부로 또 살다가, 또 그렇게 살다가, 이제는 임시정부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역사의 공간으로 마지막 이야기를 쓰고 있다. 즉, 거대한 역사가 버텨주고 있다.


구 경의선 신촌역은 더 기구하다. 과거 식민지 시대에 열렸지만 그때는 식민지 조선 경성부 교외 간이역이었다. 그런데.... 해방이 되고 서울이 커지면서 한때는 대학생들의 MT 집합장소로 또 다른 삶을 살았다. 그러다 교외선에 사람이 끊어지고... 경의선도 전철화되고... 민자역사 생기고.... 그런 기구한 삶을 살아 오늘은 노후생활로 신촌 여행자들의 집합장소가 되기를 소망하지만 과연 그렇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신촌에서 세월의 흔적으로 수많은 '신촌인'들이 밟아가면서 다져온 시간이 그의 힘이다.


경교장과 구 경의선 신촌역, 잘 들어. 너는 거대한 것에 깔려있다고 생각하지 마. 너는 거대한 역사가 너의 반석에 있다는 것을 영원히 잊지 말라고! 너는 거대한 역사와 사람이 잊지 않게 해준다고!


역사와 시간이 너의 영원한 스폰서인 것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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