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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의 제국대학은 건물만 남았네

사진 근대유산 답사 클럽 15, 서울대 구 본관/국립대만대학

by 장지용 알비스
국립대만대학교.jpg 2016년, 대만, 국립대만대학 (구 다이호쿠 제국대학, 사진의 시설은 정문이다)

경성제국대학교 본관.jpg 2017년 서울, 서울대학교 구 본관 (구 경성제국대학 본관)

일제는 자기들의 고유 대학 브랜드였던 '제국대학'을 식민지 조선과 대만에도 설치했다. 그것이 식민지 조선의 경성제국대학(현 사실상 서울대학교)와 대만 다이호쿠제국대학(현 국립대만대학)이 바로 그것이다.


식민지 당국이 바라는 대학생은 제국에 순종하고, 제국의 끄나풀이 되기를 원한 것이다. 일본 본토의 제국대학졸업자는 엄청난 혜택을 받으며 '제국의 1등 신민'으로 삼게 되었다. 일단 고등문관시험(2차대전 종전 시점까지 유지된 일본의 공무원 고시)는 일단 다들 따곤 했으니까.


식민지 조선 경성제국대학도 고등문관시험 통과자가 좀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일본인들이겠지만. (한국인도 있는걸로 알고 있지만 하튼 적다)


그런 제국의 끄나풀을 양성하던 그 대학은 일제의 패망으로 대학의 운명을 다했다. 일제의 패망 이후 경성제국대학은 형식적 해체를 거쳐 미군정의 서울대학교 창설안으로 부활했고, 다이호쿠제국대학은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에 인수되어 국립대만대학으로 개칭하였다.


물론 재미있는것은 이제 서울대 졸업이 대통령의 조건이 아니지만(일단 노무현 대통령은 고졸 -부산상업고등학교, 현 개성고등학교-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경희대 출신이다.), 대만의 국립대만대학은 지금도 총통(대통령)의 자격이나 다름 없었다. 민주화 이후인 리덩후이 총통 시대 이후 국립대만대학 패권주의라고 농담해도 될 정도로 그 대학에서만 나왔다.

* 참고로 리덩후이 총통은 농업을 전공했지만, 천수이볜-마잉주-차이잉원은 모두 법대 선후배 관계다.


그렇지만 식민지 제국대학은 건물만은 살아남았다. 경성제국대학은 많이 해체되었지만, 다이호쿠제국대학교는 촬영을 갔을때도 구 제국대학시절 건물이 초기 캠퍼스 구역에 살아남았다.


남아있는 식민지 제국대학 건물, 당신은 제국의 끄나풀을 키워낸 죄는 있다. 그러나 대신 살아남아도 된다.

대신, 조건이 있다. 식민지 노예를 키우던 그 과거를 증언하는 것을 의무로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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