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지용 알비스 Sep 02. 2018

소원을 매달아 놓고

묶인 줄에 대한 명상 상편 - 서울에서

2008년, 서울, 정월대보름 행사를 위해 소원을 적은 종이를 묶은 솟대

10년 전, 나는 소원이 많았다.


대학에 가고 싶었고 (촬영한 날에는 대학 합격 소식이 아직 오지 않았었다.)

사람도 많이 사귀고

특히 애인은 꼭 있었으면 좋겠고

대학 간다면 마치고 나서 곧장 일 하거나 대학원에 가고 싶었다.


우연히 서울에 갔다가 이 매여진 줄을 보았다. 그리고는 소원을 적었다.


그 이후 정월대보름날 밤, 달집 태우기와 함께 소원은 불과 함께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후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대학은 무사히 졸업했고

사람은 엄청 많이 사귀고

애인은 그래도 없었지만 썸이라도 타고 싶다고 말하는 여자는 생겼고

대학 마치고 곧장 일했다.


다른 이들이 써놓은 소원은 내 소원과 같이 묶여서 줄에 매달렸다. 

그리고 달집 태우기라는 이름으로 하늘에 올라갔다.


그들은 소원을 이뤘을까?

나는 소원을 75% 달성했다. 이제 남은 25%를 채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한걸음, 한걸음, 가까이 더 가까이.


남은 것은 연애다.


그러나, 10년 뒤 다시 묶인 줄을 보았다. 이번에는 지구 정 반대편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시원한 버블티가 간절해지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