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인 줄에 대한 명상 상편 - 서울에서
10년 전, 나는 소원이 많았다.
대학에 가고 싶었고 (촬영한 날에는 대학 합격 소식이 아직 오지 않았었다.)
사람도 많이 사귀고
특히 애인은 꼭 있었으면 좋겠고
대학 간다면 마치고 나서 곧장 일 하거나 대학원에 가고 싶었다.
우연히 서울에 갔다가 이 매여진 줄을 보았다. 그리고는 소원을 적었다.
그 이후 정월대보름날 밤, 달집 태우기와 함께 소원은 불과 함께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후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대학은 무사히 졸업했고
사람은 엄청 많이 사귀고
애인은 그래도 없었지만 썸이라도 타고 싶다고 말하는 여자는 생겼고
대학 마치고 곧장 일했다.
다른 이들이 써놓은 소원은 내 소원과 같이 묶여서 줄에 매달렸다.
그리고 달집 태우기라는 이름으로 하늘에 올라갔다.
그들은 소원을 이뤘을까?
나는 소원을 75% 달성했다. 이제 남은 25%를 채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한걸음, 한걸음, 가까이 더 가까이.
남은 것은 연애다.
그러나, 10년 뒤 다시 묶인 줄을 보았다. 이번에는 지구 정 반대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