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보통은 그냥 거절해 버리는데, 왜인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하자 내 이름을 대며 전화 주인이 맞냐고 하는 걸 보니 광고나 스팸은 아닌 모양이다.
"누구세요?"
"나 ㅇㅇㅇ라는 사람인데."
순간 나는 멈칫하고서, 전화를 제대로 받기 위해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는 나의 대학교 동아리 선배인데 최근에는 오랫동안 교류가 없었다. 이렇게 연락하지 않으면 딱히 일상에서 떠오를 일도 없을 만큼 친분은 멀어졌다. 그렇지만 어쩐 일이냐고 물으며 근황을 나누는 동안 진심으로 기쁘고 반가웠다. 함께 했던 추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연락을 한 이유가 궁금했다.
"결혼하세요?"
"아니"
"그럼,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아니."
이제 슬슬 걱정이 됐다.
"힘든 일 있는 건 아니시죠?"
"응, 아니야. 그냥 오늘은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는 중이야."
참나. 웃음이 나왔다.
싱겁다, 싶으면서도 어쩐지 마음이 뭉클했다.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이따금 보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난다. 혼자서 그 사람의 카톡 프로필을 찾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연락을 해 보기에는 그 사람의 상황이나 나의 상황이 적절치 않은 것 같아 지금이 연락할 때가 맞나, 우리 사이가 그만큼 친했던 게 사실인가, 별별 생각을 하다가 결국 미루게 된다.
그렇게 '보고 싶다'는 생각은 혼자서만 해 두고서 내 할 일이나 잘하자고 마음을 추스른다. 언젠가 연락할 일이 있겠지, 하면서.
선배의 전화를 받고서 어쩌면 모두들 비슷한 마음으로 그리움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보고 싶어 하는 게 잘못도 아닌데 자기 마음도 추스르지 못하는 철부지로 보일까 하는 걱정에 표현하지 못했다.
가까이에 있지 않아도 이렇게 너를 기억하고 있다, 선배의 연락은 그런 이들의 마음을 떠올리게 했다.
힘이 들어서 연락을 못하는 게 아니라 힘들수록 연락하며 지내야 하는 거 아닐까. 그저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격려가 되고 위로가 되니까.
선배처럼 전화를 할 용기는 없고 그저 보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떠올려 보고 그들의 하루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