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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Apr 26. 2024

행복이란? 가장 흔하지만 가장 어려운 질문.

행복에 관한 식상한 이야기.

싸이월드가 한참 유행이었던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 일기장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행복이란 무언가 잃을 게 있어 두려운 것.


그 어린 나이에 무엇을 가지고 있었기에 잃을 것이 두려웠을까.

아니면 무엇을 못 가졌기에 잃을 것을 가져보고 싶었을까.


이후 대학교 때 아동철학 수업이었던 것 같다.

그때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을 했었다.

나는 내가 일기장에 적었던 저 말을 했었다.

행복에 대해 반대로 접근해 보자.

행복이란 무언가를 가졌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

그 무언가는 사람에 따라 작은 것일 수도 큰 것일 수도 있고,

물건일 수도 물건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린 누구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그 무언가를 잃는 게 싫다면 당신에게 소중한 것일 것이고, 그렇다면 당신은 행복한 게 아닐까.

아마 이런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학기의 중간고사 마지막 문제는 자유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써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중간고사 후 교수님의 말씀.

수강생 전원이 마지막 문제를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적었단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진 본인의 이슈 중에 행복에 대한 건 꼭 있지 않을까.

아마 싸이월드부터 철학 수업까지  20년 정도 된 저 일들을  기억하는 걸 보면 나부터 말이다.


그리고 2023년 5월 글쓰기 모임에서도 행복이란 주제가 던져졌다.

그때 내가 썼던 글이다.


나는 행복이란 요리가 차려진 식탁 위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수수, 다다와 함께 하고 싶다.

에바 알머슨의 전시회에 갔을 때

식탁에서 가족과 강아지가 함께 식사하는 그림이

내내 마음에 남아 엽서를 사 왔다.

그 그림을 볼 때마다 행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행복이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든, 어떤 맛이 나든

결국 그 행복을 함께 나누는 것, 그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궁극적인 행복이 아닐까.


2023년 에바알머슨 전시회(용산전쟁기념관)에서 사 온 엽서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의 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그 자체, 내 마음에 꼭 쥐고 있는 무언가에 집중했다면,

작년의 나는 그 행복을 함께 나누고 그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더 큰 의미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돌고 도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나는 행복은 늘 존재한다고 철들 무렵부터는 생각했던 것 같다.

행복은 우리의 일상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으며

 어떤 모습이든 일상을 일상 그 자체로 누려나가는 것.

그 일상을 일상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고 다소 식상하지만 늘 놓치게 되는 이야기로 마무리 지어본다.


지금 이렇게 내 이야기를 공개적인 공간에  쓸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나를 바라보는 것도 행복하다.

한층 더 성장하는 나를 바라보는 행복이리라.


그러고 보니 우리 반 이름이 행복반이다.

역시 행복은 그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다니깐.

행복반 선생님은 지금 행복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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