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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Apr 27. 2024

나의 나쁜 습관을 소개합니다.

나쁜 습관은 정말 나쁠까?

지금 나는 지하철 안.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손톱 옆 살을 야금야금 벗겨내고(?) 있다. 밀린 인스타를 보며 하트를 누르고, 관심 있는 글들을 정독하면서도 손톱 옆 살을 야금야금 긁고 있다.


브런치에 쓸 글이나 찾아볼까?

이전에 글쓰기 모임에서 적었던 글들을 뒤적여본다.


'습관'


나는 손톱 옆 살을 뜯는 안 좋은 습관이 있다.

살을 뜯다 보면 피가 날 때도 있고 살 쪽의 손톱 부분도 뜯겨 미운 손톱이 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네일아트를 받으면 손을 뜯지 않는다. 

최근에도 꾸준히 네일을 받고 다시 예쁜 손톱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엔 진짜 나쁜 습관을 고친 줄 알았다.

그러나 잠시 방심하였더니 다시 미운 손톱이 되었다.

다시 미운 손톱이 되면 생각해보곤 한다.

이번엔 무엇에 집중하느라 살을 뜯었을까.

이번엔 어떤 스트레스가 있어 손톱을 뜯었을까.

내가 꼭 고치고 싶은 습관이지만 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습관이다.


이 글을 보는 순간

'아, 오늘은 이 이야기를 적어야겠구나.'


내 에너지는 지금 어디에 집중되어 있지?

지금 나는 어떤 스트레스가 있지?


잠시 스톱하고 나를 되돌아본다.


우리는 습관을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으로 양분화하곤 한다.

66일만 해내면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의 책은 수 없이 많이 나와있고,

나도 모르는 새에 66일 이상은 거뜬히 해냈을 나쁜 습관은 다른 사람에게 지적받거나 아니면 숨기기에 급급하다.


나쁜 습관이라 함은 고쳐야 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나에게 보내는 어떤 신호가 아닐까.


나 여기가 아파. 나 이게 힘들어. 나 좀 챙겨줘. 나 좀 봐줘.


이런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지 못하는 나의 어린 자아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


미안하지만 나 이렇게 신호 보낼게. 

좀 알아채줘.


좀 더 성숙한 방법으로 신호를 보내주면 좋으련만

나의 어린 자아는 미운 손톱으로 신호를 보내준다.


너 지금 스트레스 받고 있어.

너 지금 엄청 집중하고 있어. 조금 쉬어야 할 때야.


누구나 가지고 있을 나쁜 습관을 이제 미워만 하지 말고

조금 감싸 안아주면 어떨까.


너 지금 마음이 힘들었구나. 내가 너를 안아줄게.

이것만은 기억해 줘. 누군가는 너를 사랑하고 있어.


나쁜 습관의 속이야기를 들어주고, 안아준다면

우리 조금은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지 않을까.


선뜻 누군가에게 내보이기에는

아직 부끄러운 내 손톱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밉지는 않다.

지금의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니깐.

내 안의 어린아이야, 오늘은 너를 더욱 꽉 안아줄게.

토닥토닥. 오늘도 고생했어.


2024.4.13. 산책하며 만났던 손톱같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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