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되는 풍경, 공존하는 세상

함께 사는 행복을 위한 배려라는 이름의 양보

by 얼웨즈 Always
진정한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20년 전 수원 화성 성벽 틈새에서 포착한 ‘대비와 공존’의 찰나를 작가의 시선으로 성찰한 수필입니다. 육중한 과거의 성벽과 현대적 도심이 이루는 대비를 통해 우리 삶의 조화를 통찰했습니다. 일상의 대립을 배려와 양보로 승화시킬 때 비로소 진정한 공존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담았으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행복을 일궈가는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깊이 있게 강조했습니다.




8.JPG


오래된 서랍을 정리하다 우연히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20여 년 전, 뜨거웠던 여름날 수원의 화성행궁 북쪽 성곽을 거닐며 촬영한 흑백 사진이다. 사진 속 장면을 마주하는 순간, 그날의 습도와 공기, 그리고 나의 분주했던 마음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당시 나는 사진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각자의 주제를 렌즈에 담기 위해 분주히 성벽을 누비고 있었다.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대비(對比)’와 ‘공존(共存)’이라는 묵직한 화두가 자리 잡고 있었으나, 마땅한 피사체를 찾지 못해 애타던 참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성벽에 몸을 기댄 순간, 눈앞에 마법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그것은 바로 전쟁 시 궁수들이 몸을 숨기고 적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성벽 사이의 좁은 틈새였다. 무심코 고개를 든 내 시선은 그 틈을 지나 저 멀리 펼쳐진 풍광에 가 닿았다. 그 찰나, 나는 "바로 이 장면이다!"라는 깊은 전율을 느꼈다. 피로와 휴식은 저 멀리 사라지고,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눌렀다.


그 풍경은 내가 찾던 ‘대비’와 ‘공존’ 그 자체였다. 사진의 앞부분은 육중하고 거친 성벽의 질감이 화면 전체를 압도하며, 시각적인 답답함을 선사한다. 수백 년의 세월을 버텨온 벽돌의 불규칙한 선들은 역사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한다. 하지만 그 숨 막히는 답답함 사이로 뚫린 작은 틈, 그 틈 사이로 보이는 풍경은 여름의 더위를 단숨에 날려버릴 만큼 시원하고 청쾌했다.


가장 극적인 대비는 그 틈의 심연에 있었다. 낡고 오래된 성곽의 기와지붕과 처마 곡선이 과거의 숨결을 전하고 있다면, 그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고층 아파트 단지는 차가운 도시의 현재를 웅변하고 있었다. 옛것의 아늑함과 새것의 날카로움, 그리고 역사의 흔적과 현대의 삶이 한 앵글 안에서 기묘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단순한 풍경이 아닌 세월의 흐름과 시대의 중첩을 목격한 것이다.


그리고 그 완벽한 구도 속으로, 무심코 한 명의 행인이 걸어 들어왔다. 그는 나의 카메라를 의식한 듯, 아니면 성벽 너머의 누군가를 바라보는 듯, 오묘한 눈길을 내 앵글 속에 남기고 사라졌다. 그 눈빛은 이 과거와 현재의 공존 속에 또 다른 살아있는 점을 찍으며, 이 사진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당시의 나는 이 장면을 단순한 사실 위주의 기록으로만 생각하고 촬영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작가의 길을 걸으며 이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니, 그날의 기억과 성찰들이 마치 봄날의 아지랭이처럼 아련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피어올랐다.


세상에는 이 사진처럼 수많은 대비와 공존이 널려 있다.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혹은 무시한 채 그저 평범한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길들여져 살아간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맑음이 있으면 흐림이 있으며,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존재하듯, 우리의 일상은 대비의 연속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수많은 대립 속에서 마치 나의 일은 아닌 듯, 혹은 그것이 당연한 듯 생각하며 살아가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 있다.


이 사진 속 성벽은 답답하지만, 그것이 있기에 너머의 풍경이 더욱 시원하게 느껴진다. 아파트는 차갑지만, 그 옆의 고궁이 있기에 더욱 따뜻한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이 수많은 '차이'와 '대비' 속에서 공존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여전히 내리기 어렵다. 사람마다 각자의 고유한 개성이 있고, 그 개성 또한 존중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라는 거대한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때로는 나의 개성을 양보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수적임을 동시에 느낀다.


공존은 단순히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을 넘어선다. 그것은 서로 다른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차이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수많은 대립 속에서 균형을 찾고,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위해서는 때로는 나를 희생하고 타인을 위해 빈 공간을 만들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것은 나의 답답함을 양보하고 타인에게 시원한 풍경을 선사하는 것과 같다. 이 사진 속 작은 성벽의 틈새처럼, 우리 각자의 마음에 작은 틈을 만들어 서로를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공존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이 두서없는 생각들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성찰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수많은 일상의 풍경 속에서,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대비와 공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함께 살아가는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변화가 시작되기를 꿈꿔본다. 이 빛바랜 사진 한 장이 전하는 메시지처럼, 과거와 현재, 나와 타인, 그리고 답답함과 시원함이 공존하는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상이다. 우리는 그 가치를 발견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걸어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이 사진을 통해 내가 전하고 싶은 작은 바람이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소박한 수필이다.


#수원화성 #화성행궁 #20년전여름 #성벽의틈새 #대비와공존 #흑백사진 #과거와현재 #일상의성찰 #함께사는세상 #배려라는양보 #행복한세상 #사진수필 #마음의틈 #공동체사회 #개성존중 #세상의아름다움 #사색의시간 #기억의서랍 #빛바랜사진 #작가의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