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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Sep 09. 2021

납치, 스토킹, 그리고 초원의빛(II)

feat. 스토킹의 기억

지난 글 '납치, 스토킹, 그리고 초원의빛(I)'에서는 15년 전 납치의 경험을 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두려움과 공포의 순간을 잘 대처하고 극복한 제게 걱정과 함께 응원의 댓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그 마음 고맙습니다.^^ 그리고, 제 글을 보고 과거의 유사한 경험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유 중이신 분들에겐 다시 한번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It's not your fault~!

https://brunch.co.kr/@alwaysbehappy/96




납치를 당했던 시기는 제가 직장인 독서 모임 운영자로 활동하던 때였습니다. 독서 모임 운영자로 활동하기 전에는 온라인에서 글만 쓰고 오프라인 모임에는 참석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발걸음도 잘하지 않던 제가 독서 모임 운영자로 활동한다는 것은 저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은 서른 살에 겪은 납치의 경험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던 시기였기에 좋지 않았던 기억들은 얼른 흘려버리고 가슴에 묻어 둘 수 있었습니다.


독서 모임 운영자로 활동하면서 너무나도 귀하고 소중한 경험을 많이 했고, 좋은 인연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알게 되었던 인연 중 한 분이 바로 지난 글에 썼던 유명한 작가님이자 교수님인 '이민규 교수님'이었습니다.


https://brunch.co.kr/@alwaysbehappy/67


그렇게 서른 살 이후 온라인 카페 활동, 독서 모임 운영자, 연탄 봉사 모임 주관,  그리고 직장에서 서른두 살 이른 나이에 관리자로 승진하며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서른 중반의 어느 날, 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카페 회원 중 한 분이 평소 제가 쓰던 글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제가 출판한 수필집 제목이 궁금하다며 알려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 크리스마스 이브에 온 메일 한 통, 악몽의 서막이 열리다 >



사실 오랫동안 카페 활동을 하며 글을 쓰다 보니 그 당시 수많은 쪽지와 메일을 받곤 했습니다. 카페 회원수가 70여만 명이 넘는 곳이기도 했고, 그땐 아무래도 미혼이다 보니 호감을 가지고 연락을 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글도 많이 쓰고, 오프라인 모임 운영자로도 활동하다 보니 언행을 조금만 잘못 해도 루머의 대상이 되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항상 조심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렇듯 그 이전에도 유사한 메일을 많이 받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책 제목을 알려주지 않자 그동안 제가 썼던 모든 글을 찾아 읽어본 후 제목을 알아냈던가 봅니다. 그 이후 이분이 제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만나보고 싶다고 말해서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정중히 거절 의사를 표현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분의 메일은 계속되었습니다. 100통이 넘는 메일이었습니다. 처음엔 답을 하지 않으면 그만하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메일을 보내는 그분은 제게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사진을 포함해 인적사항, 연락처, 가족 관계, 자산 현황, 석박사 논문은 물론 성적표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오픈하며 얼굴 한 번도 보지 못한 제게 그렇듯 집착하는 그분의 행동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분은 어느 지역의 기초의원이자 후에 모 정당의 중앙위원이 되었습니다.


이름을 검색을 해봤더니 그분의 사진은 물론 지역 내에서 활동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분이 보낸 증명사진과 같았습니다. 그런 상황을 알게 되자 전 이 상황을 어떻게 잘 대처해야 할지 더욱 고민이 되었습니다. 메일이 공포로 바뀌는 순간 더 이상 메일을 보고 싶지 않아 스팸 처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제 책을 읽고 책 속에 오픈된 제 직장을 알고 있단 사실이 생각났습니다. 직장 이름만 알고 어느 지역에 근무하는지는 몰랐지만 본사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금방 정보를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덜컥 겁이 났습니다. 말이 100 통이지 100일간 100통의 메일을 보낸 사람이니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팸 처리한 걸 다시 해제했고, 어떻게든 잘 마무리하려 설득과 회유의 메일을 몇 통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제게 얼마나 큰 공포와 두려움이 되는지 얘길 해도 오로지 자신의 감정만 중요하다 여기며 제 말은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말로만 듣던 스토킹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그분의 범상치 않은 행동과 신분을 아는 이상 잘못 대처하다가는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 얘기하지 않았던 이유기도 했습니다.


워낙 험한 일도 많이 일어나는 세상이다 보니 저는 물론이거니와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섣불리 행동하기가 망설여졌습니다. 새언니가 경찰이라 도움을 요청할까 잠시 생각하기도 했지만, 직장 생활을 포함해 여러 가지로 걸리는 것이 많아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삼자 입장에서는 당장 신고하는 것이 좋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끔씩 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우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당사자는 물론 가족까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종종 있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그동안의 메일 내용으로 보아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란 것을 잘 알기에 더더욱...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람인만큼 어떻게든 역린을 건드리지 않고 스스로 물러날 수 있게 대응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여러 방법으로 접근을 했습니다. 설득, 회유, 압박의 내용이 담긴 여러 통의 메일을 보낸 이후 그제야 일방적인 그분의 메일은 제 메일함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스스로 탈퇴를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카페 운영진에게 탈퇴 요청을 하겠다 했고, 며칠 후 친분이 있던 운영진에게 상황을 말하고 탈퇴 확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노력 끝에 어렵사리 마무리가 되었나 싶었는데, 어느 날 또 그분에게 메일이 왔습니다. 세상에나.. 어찌 이럴 수가.. 그 당시 지금의 남편과 교제를 막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더 이상 대응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다 정말 마지막으로 메일을 보내고 그 이후에도 메일이 이어진다면 그땐 경찰인 새언니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보낸 메일에 대한 답장이 온 후 더 이상 메일이 오지 않았고, 그 이후부터 저는 카페에 글 쓰는 일을 자제하게 되었습니다. 7개월간의 대장정(?)이었습니다. 다행히 무탈하게 마무리되었지만, 그 시간 동안 제 마음고생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혹여나 직장으로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그해 봄 두려움과 공포로 거의 일주일간 매끼 세 숟가락 이상 밥이 들어가지 않아 체중이 2kg 빠졌습니다.  식성 좋은 제가 아무리 맛있는 걸 먹어도 세 숟가락 이상 들어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말 그대로 살기 위한 최소한의 음식만 들어갔던 듯합니다.


8년여를 애정을 가지고 활동하던 곳이라 아쉽긴 했지만, 그런 일을 경험한 이후 온라인에서 글 쓰는 일이 뜸해졌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글쓰기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며 살았던 전 그렇게 글 쓰는 삶과 점차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글 쓰는 즐거움과 행복도 중요하지만, 저의 안전이 더욱더 중요한 것이니...


< 100일간의 메일.. 그리고 또.. >


 이후 결혼, 출산과 육아로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런 제게 2년 전 다시 온라인 카페에서 '초원의빛'이라는 필명으로 다시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있었으니...



<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



ps. 그다지 좋은 기억이 아니라 모든 메일을 삭제할까 하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중요한 내용이 담긴 몇 통의 메일은 남겨 두었습니다. 아래 내용에도 나와 있지만 스토킹을 당하면서 공포심에 흔적을 삭제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법적인 제재를 필요할 때 스토킹 행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니 삭제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글을 쓰기 전 메일함 저쪽 구석에 두었던 메일을 읽어 봤는데 십  전의 일이라 그런지 담담합니다.^^ 삶이 너무 평탄하면 글 쓸 소재가 부족할까 싶어 저렇듯 기회 제공을 했나 싶은 것이..^^)




< 법무법인 태성 >




 < 매거진 '열정의 온도' 소개 >

'납치, 스토킹, 그리고 초원의빛'은 과거 온라인 카페 활동 당시의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오랜 시간 카페 활동을 하면서 좋은 인연들과의 만남, 책 출판, 독서 모임 운영자 및 연탄봉사 모임 주관 등 제 인생에 있어 많은 추억과 경험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납치 이후 몇 년 후 또한번의 스토킹을 겪은 후 그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온라인상에서 글 쓰는 것을 자제하면서 글쓰는 삶과는 점차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고, 2년 전 우연한 계기로 초원의빛이란 필명으로 지역 카페에 글을 쓰게 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초원의빛으로 활동하면서 저는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다시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지금 이렇게 브런치에서도 글을 쓸 수 있는 것이겠지요.^^

지역 카페에서 초원의빛이란 필명으로 시민 활동에 앞장서게 되면서 과분하게 '초다르크', 'OO(지역 이름)의 빛'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초원의빛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던 그때 제 나이 마흔셋, 불혹을 넘긴 나이라 인생에 있어 더 이상 열정의 에너지는 느껴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열정적이고 가슴 뜨거웠던 그 순간들의 기억 일부를 이곳에도 기록하려 합니다.
그래서 '열정의 온도'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매거진을 만들었습니다.^^




written by 초원의

illustrated by 순종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이루마님의 'Letter'

https://youtu.be/cViGIsHfMyQ



이소라님의 '제발'

https://youtu.be/QWbBW6c3A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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