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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Nov 23. 2021

상처.. 그렇게 부부가 된다.

손등 위의 흉터가 남기고 간 삶의 선물

수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시댁에서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는데 갑자기 그릇이 깨져 두 동강이 났습니다. 아마 그릇에 금이 가 있었나 봅니다. 하필 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그릇이 힘없이 깨지는지도 모르고 수세미로 닦는 그 속도 그대로 찌르다 보니 상처가 깊었습니다. 사실 아프기도 아팠지만, 손등을 금세 뒤덮은 피를 보는 순간 겁에 질렸습니다.


"여보~ 여보~ 빨리 나와 봐요~!"


집이 떠나갈 듯 소리치는 엄마의 모습을 본 딸이 놀라 우는 모습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엄마 괜찮아~ 많이 놀랐지?"


사실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괜찮을 리가 있나요?^^ 아이를 진정시키고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아파도 맘껏 아파서도 안 되는구나..라고.^^


태어나 처음으로 응급실에 갔던 날이었습니다. 수술 후 2주간 손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이 두 돌을 이틀 앞둔 날이었습니다. 생일상을 잘 차려 친구들을 초대하려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필 다친 부위가 오른쪽 엄지와 검지 사이라 한동안 많이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어 그 불편함들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고맙게도 아이 친구 엄마들이 아 밑반찬도 해주고, 집에 와서 채소도 손질해 주고 설거지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일이 많아 퇴근이 늦었던 남편도 회사에 사정을 말하고 퇴근해 집안일을 도와주었습니다.


손이 불편해서 일주일 정도 시댁에 있으려 했는데 어머님이 기침감기가 심해져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렇게

몸이 불편하니 서로의 존재에 대해 감사하는 시간도 늘어났던 듯합니다.


어쩌면 평소 같았으면 그저 아무런 감흥 없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일들이었습니다. 상처가 우리 부부에게 일상의 소소한 감동을 선물해 주었던 것입니다.


함께함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전에는 그냥 지나치고, 남들이 보면 별것도 아닌 그저 그런 일상의 일들이었던 시간들이...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서로의 비워진 공간을 채워주는 하나됨의 사랑입니다 >



그날의 감동을 기록해 봅니다.

< 아내의 감동 >

저녁 식사 후 남편과 아이를 씻기고 재우다가
둘 다 깜빡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평소엔 중간에 깨서 이것저것 하는데
충분히 자야 상처도 빨리 나을 것 같고
피곤하기도 해서 계속 잤습니다.

그러다 새벽에 잠깐 일어나
간단히 남편의 아침을 준비해 놓고
다시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언제나 그렇듯
출근한 남편에게 메시지가 와있었습니다.

"아침에 설거지 다하고 쌀 씻어서 물 맞춰 놓았어요.
나중에 취사 버튼만 누르면 돼요.
린이 기저귀 종이상자는 세탁기 앞에 두었고
음식물 쓰레기는 버렸어요.
프라이팬 다 닦아서 바로 쓰면 되고요.
린이방에 초콜릿 우유 있어서
냉장고 물 두는데 넣었어요.
물은 너무 차서 냉장고에 있는 거 내놓았어요.
남편 아침에 많이 했지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하느라 바빴을 텐데
불편한 손으로 종일 아기와 함께할 아내를 생각해
집안을 둘러보며 이것저것 챙겼을 남편을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슬며시 지어졌습니다.
그러다가 밥솥을 열었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쌀을 보니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그 얘기를 했더니 아기 친구 엄마들은
아내가 다쳤는데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사실 제게는 작은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남편이 엄청 자상하고
집안일 잘 도와주는 것 같지만 현실은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줘야 하는
'보통의 남편'이니 너무 부러워하지 마시기를..^^)


< 남편의 감동 >  

손 다친 지 일주일이 지나 조심조심하니
어느 정도는 살림이 가능해졌습니다.
주말 아이와 함께 나들이 갔다가 오니 피곤해서
저녁에 닭죽을 만들어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려진 와이셔츠가 하나 있으니 피곤하니
그냥 자고 아침 준비도 하지 말라고 했던 남편..
사실 피곤해서 그냥 자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자다 깨서 물을 마시니 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셔츠도 다리고, 아침 식사 거리 준비 후
화장실 청소와 바닥 매트를 씻고 나니 새벽 4시.
그날 유난히 피곤해하던 아내가 일어나서
이것저것 해놓은 것을 보며
남편 또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도착해 있던 남편의 메시지..

"어제 옷도 다 다리고 화장실 바닥 매트도 청소하고,
꽃빵도 쪄놓고~ 정말 대단해요~!
우리 여봉주르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니까요~~^^♡♡"

그날 퇴근 후 아침에 일어나
참으로 감동했노라 얘기하는 남편을 보며
밥통을 열어 씻어 놓은 쌀을 보며 느꼈던
내 마음과 당신의 그것이 비슷했겠구나 싶어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감동이 습관이 되면 삶이 더욱더 행복해진다는 것을... 매일매일 주어지는 사소한 것들에도 감동하고 감사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손등 위에 남겨진 작은 흉터가 제게 준 삶의 선물인 듯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부부가 되어갑니다.^^


여보야~!
우리 지금처럼 아프지 말고,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앞으로도 잘 살아 봅시다요~!^^


< 손등 위의 흉터가 남기고 간 삶의 선물 >



written by 초원의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성시경님의 '두 사람'

https://youtu.be/17KqpNW8Vk4

제 로망 중 하나가 결혼식 때 신랑 신부가 함께
성시경님의 '두 사람'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이소라&성시경님이 듀엣으로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며
그 아름다운 하모니에 누워있다가 벌떡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감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But~! 그 로망은 그저 로망으로만 남았습니다.
남편이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하객들 앞에서 부를 용기는 더더욱 없다고..
결국 결혼식에서는 남편 회사 후배들이
율동과 함께 준비한 카라의 'Honey'로..ㅠㅠ

이 노래는 다음 생에 결혼식에서 부르는 걸로~!^^


성시경님의 '넌 감동이었어'

https://youtu.be/y-3LUWBCf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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