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간의 동행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서울산업대학교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는 아파트에 산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와 하늘을 가리고 높이 서 있는 소나무, 가을이면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가득한 교정을 5년 동안 내 집 마당처럼 바라보고 산책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려 왔다.
나처럼 대학 교정을 산책하는 사람들 중에는 5년 동안 변함이 없는 노부부도 있다. 늙은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하루도 빠짐없이 산책을 나오는 칠순의 할아버지. 산책길에서 혹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치게 되면 휠체어 때문에 불편하지 않도록 먼저 사람들에게 길을 내주며 배려하는 따뜻한 분이셨다. 한 학기 동안 그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하게 되면서 나는 강의실 창문 너머로, 혹은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서 자주 노부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멀리 휠체어를 밀며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였다. 거대한 은행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아름다운 길이었는데, 마른 낙엽들이 할아버지의 발 밑에서 바람에 날아오르고 있었다. 정말 아름답구나. 사람이 저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될 수도 있구나... 그런데 휠체어를 밀고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걸음걸이가 어색하고 무척 힘겨워 보였다. 할머니 간병을 오래 하다 보니 할아버지께서도 기력을 많이 잃으신 걸까, 걱정스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두 분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휠체어를 미는 분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바로 할머니였던 것이다. 할머니는 여전히 거동이 불편한 몸이었는데도 할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한 걸음 한 걸음 아기처럼 발을 앞으로 놓고 있었다.
"당신이... 너... 무 가벼워서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요."
그렇게 말하는 할머니의 얼굴엔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이 가득해 보였다. 5년 동안 남편이 밀어주었던 그 휠체어를 이제는 아내가 남편을 태우고 힘겹게 밀며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아내가 남편을 태우고 힘겹게 밀며 가고 있는 것이다. 단 한 번도 할머니가 서 있거나 걸어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던 나는 그만 걸음을 멈춘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가슴에서부터 올라온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결코 기적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것은 평생을 바쳐 완성한 사랑의 힘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이 세상에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놓지 않을 그 사랑...
- <좋은 생각> 송수경 님의 '사랑의 힘' 중에서 -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