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한낮엔 더위가 느껴졌지만 온전한 가을이 느껴졌던 8월 30일. 음력 생일을 보내는 내게
윤달이 있던 그해는 내 기억 속 가장 늦은 생일이었던 듯합니다. 삼십 대 초반부터였던가. 생일은 당연히 내가 축하받는 날이라 생각하면서 살다가 어떤 연유에서 그랬는지 정확히 생각나지 않지만 그날은 부모님께 감사하는 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일이 되면 엄마에게 전화해 낳아주시고 길러주셔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건강하시라,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용돈이나 선물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안부 전화를 하다 내일이 엄마 막내딸 생일이라고,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보냈으니 아버지와 맛있게 드시라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엄마가 챙겨줘야 하는데 나이 드니 자식들 생일도 잊어버린다는 엄마의 말 한마디에 순간 가슴이 울컥해졌습니다. 굳이 달력에 표시해 두지 않아도 5남매 생일을 기억하고 미리 전화하실 만큼 유난히 총기 있으셨던 엄마였기에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던 듯합니다.
그래서 부모님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계셔서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내겐 더할 나위 없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내일 전화할 때 이렇게 말해주면 최고의 선물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OO야, 생일 축하한다, 사랑한다"
막내딸의 재롱 섞인 통화에 당신은 기분이 좋으셨던지 웃으시면서 알겠다고 하셨습니다.
한평생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디 해보셨을까. 그토록 사랑한다는 표현이 어색한 노모에게 그것이 쑥스럽고 어려운 일이란 것을 알기에 그냥 단순히 립서비스 차원뿐만이 아니라 제게는 생일날 듣고 싶은 최고의 말이자 선물이었습니다. 다음날 생일 아침이 되자 전화를 드렸고, 엄마는 미역국은 먹었냐 물으셨습니다. 잠시 대화를 나누며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 뒤 장난스럽게 준비한 선물을 달라 웃으며 말했습니다.
엄마는 웃으시며
"그래~ 생일 축하한다, OO야."
그렇게 웃으시며 머뭇거리고 계시는 엄마에게
"엄마! 또 할 말이 있잖아~"
"그래~ 사랑해~!"
그렇게 전 마흔한 번째 생일에 엄마에게 태어나 처음으로 받아본 선물. 그리고 그날 받았던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하고 값진 최고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이도 제법 커서 부모님 살아계시는 동안 한 번이라도 자주 뵙고 추억을 만들고픈 마음에 한 달에 한 번은 친정을 갔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러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입니다.
어느새 몇 년 후면 아흔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와 올해 팔순이신 엄마. 제 마흔한 번째 생일 밤 마무리는 그분들과 지금처럼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였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