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살며 사랑하며 기억하며 기록하며
실행
신고
라이킷
27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초원의 빛 강성화
Mar 28. 2021
태풍이 지나간 자리, 사랑이 지나간 자리..
사랑에 대한 단상
오래전 휴일의 풍경과 기억입니다.
겨울이었지만 봄날처럼 포근했던 일요일,
책 한 권을 들고 집 근처 강가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여름과 가을에는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번 운동을 나갔었는데,
추운 겨울엔 한 번도 나가지 않다가
오랜만에 산책을 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로움과 평안함을 선물해줬던
그곳
.
작년에 부지런히 다녔던 익숙한 코스를 걸으니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
졌습니다
.
30여
분을 걷고 난 뒤 언제나 그렇듯
내 아지트(?)인 벤치에 앉아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강물 소리를 만끽하며
1시간 정도 책을 읽었습니다.
저기 보이시나요?
나무 뒤에 살포시 놓여 있는 아담한 벤치.
강 반대 편에서 휴대폰으로 찍은 저 사진 속 풍경은
주말의 여유로움처럼 평화롭게만 보이지만,
작년 9월 초에 있었던 태풍이 지나간 후에
저 장소를 지나친 사람들은 잘 모르는
아픔을 겪었던 나무들의 사연(?)이 있는 곳이랍니다.
유난스러웠던 태풍이 지나가고 난 후,
항상 휴식을 취하던 저 나무 밑 벤치에 갔을 때
저도 모르게 낮은 탄성이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시간이 지난 지금 멀리서 보면
아무렇지 않은 듯 평온한 저 풍경 속의 나무들은
지난 가을 자연재해의 아픔을 겪고,
긴 겨울을 보낸 후 이젠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기에..
.
벤치를 끼고 양 옆에 서 있는 두 그루의 나무들 사이에는
원래 한 그루의 나무가 더 있었
습니다
.
제 아지트인 벤치는 사진 속
오른쪽 나무 바로 곁에 있는 것이고,
사진에는 작게 나와 잘 보이진 않지만,
왼쪽 나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벤치가 있는데
그 벤치 우측에 저 나무들처럼 우뚝 솟아 있던 나무였
죠
.
태풍의 흔적은 제가 다니던 산책로의 다른 곳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제 아지트 주변에만
유독
두
그루의 나무에게 상처
를 주었습니다.
이젠 풍경으로는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
어떤 누군가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을 한 그루의 나무.
자연의 큰 힘 앞에 힘없이 부러져 버린 그 나무는
자신을 믿고 의지하며 초록빛 싱그러움을 선물해주던
나뭇잎들에게
마지막으로 생명의 물을
마음껏 마시게 해주려 했던 것인지
강을 향해 자신의
상처 난 허리를 굽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송두리째 그 생명을 앗아 가진 않았지만,
자신의 일부를 내어줘 아픔을 겪었던
내 아지트인 벤치 바로 옆 나무.
멀리서 보면 아무런 이상도 없어 보이는 그 나무도
사실은 상흔을 고스란히 안고 다가올 봄을 위해
초록잎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 가보았던
그곳에는
작은 변화가 있
었습니다
.
그래도 작년 늦가을 마지막 산책을 갔을 때는
비록 앙상한 모습으로 남아 있긴 했지만
자신의 나이테를 드러낸 나무둥치를 볼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을 안쓰럽게 보던 어떤 이의 손길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자연의 힘에 의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흙으로 덮여 있었
습니다.
그렇게 하늘과 햇살, 강물과 하늘을 벗 삼아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두 그루의 나무들은
각각 상흔을 간직한 채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연과 동화되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또 다
른 풍경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바로 이렇게...
태풍이 지나간 저 자리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보면서
우리네 사랑이 지나간 자리와 참으로
비슷하구나...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드러운 바람과 청명한 물소리,
따뜻하고 눈부신 햇살을 가득 품어
가슴 가득 충만한 행복을 느꼈을 저 나무처럼
우리들의 사랑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평온하고 행복할 줄만 알았던 일상에
예기치 못한 태풍이 찾아와
쓰라린 상처의 아픔을 느꼈을 저 나무처럼
우리들의 이별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태풍이 휩쓸고 간 그 자리로 인해
힘들고 아픈 순간이 영원할 것 같았는데,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는 동안
자신의 상흔을 어루만지며 모두 추억으로 간직한 채
이제 또 하나의 풍경으로 남아 있는 저 나무처럼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그렇게
우리들은 서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봄날
,
앙상한 나뭇가지에 싱그러움과 풍요로움으로
자신의 존재 의미를 더해 줄 초록잎들과 함께하며
또 다른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저 나무처럼
앞으로 다가 올 사랑에 우리는 그렇게
또다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지 않을까요?^^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은 후
인고의 겨울을 보냈을 모든 이들에게
그렇게 초록빛 사랑이 찾아
들기를 소망해 봅니다.^^
* 사랑도 뻔한 게 좋다 *
사랑도
아주 특별한 것을
원하고 원했던 적이 있다.
남들이 해보지 못한, 가져보지 않은
특별한 감정을 탐미하고 또 탐미했다.
결국 그런 어려운 목표 앞에 사랑은 찾아오지 않았다.
사랑도 뻔한 게 좋다.
남들처럼, 만나서 좋아하고,
때 도면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웃어주고 화해하고..
사랑은 열정보다 인내력이 더 필요하다는 걸,
참 뒤늦게 알았다.
- 배성아의 <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중 -
written by 초원의빛
illustrated by 순종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유재하
님의 '
사랑
하기
때문에
'
https://youtu.be/2qxLHIHpimE
keyword
사랑
기억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