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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Mar 28. 2021

태풍이 지나간 자리, 사랑이 지나간 자리..

사랑에 대한 단상

오래전 휴일의 풍경과 기억입니다.


겨울이었지만 봄날처럼 포근했던 일요일,

책 한 권을 들고 집 근처 강가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여름과 가을에는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번 운동을 나갔었는데,

추운 겨울엔 한 번도 나가지 않다가

오랜만에 산책을 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로움과 평안함을 선물해줬던 그곳.

작년에 부지런히 다녔던 익숙한 코스를 걸으니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30여 분을 걷고 난 뒤 언제나 그렇듯

내 아지트(?)인 벤치에 앉아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강물 소리를 만끽하며

1시간 정도 책을 읽었습니다.



저기 보이시나요?

나무 뒤에 살포시 놓여 있는 아담한 벤치.

강 반대 편에서 휴대폰으로 찍은 저 사진 속 풍경은

주말의 여유로움처럼 평화롭게만 보이지만,

작년 9월 초에 있었던 태풍이 지나간 후에

저 장소를 지나친 사람들은 잘 모르는

아픔을 겪었던 나무들의 사연(?)이 있는 곳이랍니다.



유난스러웠던 태풍이 지나가고 난 후,

항상 휴식을 취하던 저 나무 밑 벤치에 갔을 때

저도 모르게 낮은 탄성이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시간이 지난 지금 멀리서 보면

아무렇지 않은 듯 평온한 저 풍경 속의 나무들은

지난 가을 자연재해의 아픔을 겪고,

긴 겨울을 보낸 후 이젠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기에...



벤치를 끼고 양 옆에 서 있는 두 그루의 나무들 사이에는

원래 한 그루의 나무가 더 있었습니다.

제 아지트인 벤치는 사진 속

오른쪽 나무 바로 곁에 있는 것이고,

사진에는 작게 나와 잘 보이진 않지만,

왼쪽 나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벤치가 있는데

그 벤치 우측에 저 나무들처럼 우뚝 솟아 있던 나무였.






태풍의 흔적은 제가 다니던 산책로의 다른 곳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제 아지트 주변에만

유독  그루의 나무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이젠 풍경으로는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

어떤 누군가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을 한 그루의 나무.



자연의 큰 힘 앞에 힘없이 부러져 버린 그 나무는

자신을 믿고 의지하며 초록빛 싱그러움을 선물해주던

나뭇잎들에게 마지막으로 생명의 물을

마음껏 마시게 해주려 했던 것인지

강을 향해 자신의 상처 난 허리를 굽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송두리째 그 생명을 앗아 가진 않았지만,

자신의 일부를 내어줘 아픔을 겪었던

내 아지트인 벤치 바로 옆 나무.

멀리서 보면 아무런 이상도 없어 보이는 그 나무도

사실은 상흔을 고스란히 안고 다가올 봄을 위해

초록잎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 가보았던 그곳에는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작년 늦가을 마지막 산책을 갔을 때는

비록 앙상한 모습으로 남아 있긴 했지만

자신의 나이테를 드러낸 나무둥치를 볼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을 안쓰럽게 보던 어떤 이의 손길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자연의 힘에 의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흙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늘과 햇살, 강물과 하늘을 벗 삼아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두 그루의 나무들은

각각 상흔을 간직한 채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연과 동화되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또 다른 풍경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바로 이렇게...





태풍이 지나간 저 자리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보면서

우리네 사랑이 지나간 자리와 참으로 비슷하구나...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드러운 바람과 청명한 물소리,

따뜻하고 눈부신 햇살을 가득 품어

가슴 가득 충만한 행복을 느꼈을 저 나무처럼

우리들의 사랑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평온하고 행복할 줄만 알았던 일상에

예기치 못한 태풍이 찾아와

쓰라린 상처의 아픔을 느꼈을 저 나무처럼

우리들의 이별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태풍이 휩쓸고 간 그 자리로 인해

힘들고 아픈 순간이 영원할 것 같았는데,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는 동안

자신의 상흔을 어루만지며 모두 추억으로 간직한 채

이제 또 하나의 풍경으로 남아 있는 저 나무처럼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그렇게

우리들은 서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봄날,

앙상한 나뭇가지에 싱그러움과 풍요로움으로

자신의 존재 의미를 더해 줄 초록잎들과 함께하며

또 다른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저 나무처럼

앞으로 다가 올 사랑에 우리는 그렇게

또다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지 않을까요?^^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은 후

인고의 겨울을 보냈을 모든 이들에게

그렇게 초록빛 사랑이 찾아들기를 소망해 봅니다.^^




* 사랑도 뻔한 게 좋다 *


사랑도

아주 특별한 것을

원하고 원했던 적이 있다.

남들이 해보지 못한, 가져보지 않은

특별한 감정을 탐미하고 또 탐미했다.

결국 그런 어려운 목표 앞에 사랑은 찾아오지 않았다.

사랑도 뻔한 게 좋다.

남들처럼, 만나서 좋아하고,

때 도면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웃어주고 화해하고..

사랑은 열정보다 인내력이 더 필요하다는 걸,

참 뒤늦게 알았다.

 

- 배성아의 <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중 -



written by 초원의빛

illustrated by 순종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유재하님의 '사랑하기 때문에'

https://youtu.be/2qxLHIHp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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