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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Apr 18. 2021

남편과 딸의 저녁 밥상

차별인 듯 차별 아닌 차별 같은..

남편이 요즘 혼자서 뭔가를 자꾸 검색하더니
지난 주말 차크닉 준비가
다 되었다고 뿌듯해하더군요.--
차량 내부 평탄화 운운하며 당근 마켓에서
퍼즐 매트를 구입하더니
차량용 커튼까지 준비를..

뭐 덕분에 나름 재미는 있었는데..
문제는 어제 저녁에 뜬금없이
이번 주말은 날씨가 안 좋아 야외 활동이 어려우니
홈캠핑을 하자며 거실에 그늘막 텐트를..--;

옆에서 지켜보던 딸도 신이 나서
덩달아 자기 달님이 텐트를 치고..
오늘 아침에 둘이 눈 뜨자마자
텐트에서 보드 게임을 하고 있더군요.

딸은 전구를 찾더니 혼자서 장식까지 해놓고..



캠핑이니 삼겹살에 라면을 먹으면 좋겠다길래
뭐 그게 또 어려운 것도 아니니
정육점 사장님의 혼이 담긴 칼집 삼겹살을 사서 굽고,
우렁 듬뿍 넣은 강된장도 준비했습니다.

그래, 명색이 캠핑인데 기분이다~!
마침 며칠 전 치즈 듬뿍 든 가래떡도 사두었으니
소떡소떡도 준비했습니다.
(소스 안 좋아하는 딸을 위해 소스는 셀프로~)



고기를 먹다가 라면을 끓이려고
물을 올리고 스프를 넣었는데
다들 배가 불러 못 먹겠다 해서
그럼 저녁은 간단히 라면으로 먹자 하고

"남편아~ 잘 먹었으면 아내를 위해
디저트 심부름 좀 부탁합니다~"
해서 그렇게 어제 찍은 왕겹벚꽃 사진을 다시 보며
홈카페에서 디저트를 먹고
텐트 안에서 독서를 하고 낮잠 타임을 가지다
눈 떠보니 어느새 또 저녁 시간.

끓이다 만 라면 물이 생각났지만 어미 마음이란 것이
어찌 또 어린 딸에게 라면만 달랑 줄 수 있나요~
딸이 좋아하는 간장비빔국수를 준비하면서
남편에게 당신은 라면 먹고 싶다 했으니
라면 먹고 딸은 국수를 해주겠노라 했더니
쿨하게 알았다고 하면서 한 마디 덧붙이더군요.

"그런데, 나도 라면에 달걀 하나 넣어 줘요~"

그래서 원하는 대로 달걀도 넣어주고,
양파도 넣고 쪽파도 송송 썰어 차려줬습니다.



그런데 저녁 밥상을 비교하더니
뭔가 묘한(?) 기분을 느꼈나 봅니다.
분명 캠핑엔 라면이지~라고 외쳐서 끓여 줬더니
국수 위에 올려진 차돌박이에 마음이 상했는지..ㅡㅡ

그렇다고 느끼한 라면에
차돌박이까지 넣을 수는 없는 것을..
나름 신경 써서 달걀까지 넣어 줬더니~
그런데 사실 원해서 끓여 주긴 했지만
차별이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은 못하겠...ㅡㅡ;

솔직히 딸 비빔국수에는 당근 고명이 없어서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남편 라면에는 양파에 달걀, 쪽파
이 정도면 훌륭하지~ 라는 마음이 들긴 했는데
그 마음을 남편이 눈치챘으려나요~^^

그런데 말이 좋아 홈캠핑이지
홈캠핑이라 쓰고 돌밥(돌아서면 밥)이라 부르는..--;

"남편아~! 이제 거실에 텐트는 그만 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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