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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Jun 07. 2022

'남편이 있어 참 다행이다!'라고 느꼈던 그 어느 날

남편의 존재에 감사했던 어느 날..

지난 4월 말, 출간 시기가 대학원 중간고사 기간과 겹쳤습니다. 해야 할 일들은 많았고, 5월 한 달 동안 제출하고 발표해야 할 과제들은 매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월화토 주 3회 수업하고, 원우님들과 관계 형성을 위해 수업 후 1시간 정도 떡볶이나 치킨이라도 먹고 오는 날엔 집에 와 씻으면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과제를 비롯해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새벽 3시는 기본이었습니다. 출간만 하면 그동안 밀렸던 잠을 푹 잘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그건 저의 오산이었습니다.


기간을 적어도 출간 직후 한 달 동안까지로 계산하고 에너지 분배를 적절히 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그런 연유로 지난 5월 한 달은 버티기의 시간이었습니다.


수업 후 피곤해 학교 지하주차장에서 10분간 자다가 출발한 적도 있었고, 귀가하는 도중에 잠시 차를 세우고 10분간 쉬었다 온 적도 있었습니다. 휴식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데,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 진퇴양난이었습니다.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견뎌달라고 제 몸을 살살 달랬습니다. 기말고사를 제외한 마지막 발표 과제가 있었던 5월의 마지막 토요일이었던 5월 28일. 발표가 있기 전 수업 도중 윗입술이 따끔거렸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거울을 보니 역시나 예상대로 입술에 물집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전 녹두알 크기의 물집을 보면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안도의 미소였습니다. 그동안 잘 버텨줬던 제 몸에게 많이 미안했고, 또 고마웠습니다.




그날 아침 남편과 딸의 점심으로 아주버님이 보내주셨던 누룽지 삼계탕을 준비해 놓고 갔습니다. 혹시나 점심을 먹고 올 수도 있을 것 같아 밥도 두 사람의 식사량만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수업 후 바로 출발한다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남편은 아이와 도서관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 김밥을 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남편은 식사를 차릴 동안 잠시 누워 있으라 말했습니다. 옷 갈아입을 힘도 없었던 전 침대에 그냥 쓰러져 누웠습니다. 남편도 그렇게 힘들어하는 아내의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아니 바깥양반~
술을 이렇게 될 때까지 마시면 어째요~
옷이랑 양말은 벗고 침대에 누워야지요~


양말을 벗겨 주면서 던졌던 남편 특유의 썰렁한 유머에 웃음이 났습니다. 남편은 조용히 주방으로 갔다 오더니 김밥 하나를 가져와 제 입에 넣어줬습니다. 전 눈을 감은 상태에서 김밥을 오물오물 꼭꼭 씹어 먹었습니다.


배는 너무 고픈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상태였던 제게 남편이 입에 넣어줬던 김밥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눈도 뜨지 못하고 누워서 입만 벌리는 아내를 보는 남편의 마음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여보야~ 정말 맛있어요~!


아내의 한마디에 남편은 또다시 식탁에 가서 김밥을 가져왔고, 남편의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전 눈을 감은 채 씩 한번 웃으며 입만 또 벌렸습니다. 마치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아기새가 어미새가 물고 온 먹이를 받아먹듯이..


그렇게 남편은 조용히 왔다 갔다 하며 김밥 한 줄 반을 먹여줬습니다. 그렇게 적지 않은 양을 계속 누워서 먹으면 체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남편은 마지막 김밥이라고 말한 후 물을 가져왔습니다. 물을 마시자 한숨 자라고 말한 후 커튼을 치고 문을 닫고 조용히 나갔습니다. 자기 방에서 혼자 놀던 딸도 엄마에게 잠시 인사를 하고 나갔습니다.


너무나힘들고 피곤했던 순간이었지만, '세상에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란 생각을 하며 혼자 슬며시 미소 짓던 전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여보야~
당신도 요즘 많이 힘들고 피곤하지요?
당신이 많이 도와줘서 마음 편히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하고 싶은 일들도 할 수 있다는 거
잘 알고 있고,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 지금처럼 서로 사랑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함께해요~!




토요일 오후 보약과도 같은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뜬금없이 고기가 생각났습니다. 식성은 좋지만 식탐은 그리 없는 편이기도 하거니와 평소 고기를 그리 즐겨 찾는 편이 아닙니다.


그런 제가 고기를 찾는 것을 보면서 웃음이 나기도 하면서 또 한 번 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날 저녁 고기를 사들고 언니 집에 갔고, 평소보다 밥도 두 배, 고기도 두 배를 먹는 저를 보며 조카가 웬일이냐며 의아해했습니다.


그날부터 열흘 동안 매일 고기를 먹었습니다. 딸이 먹고 싶다고 간 곳이었는데  제가 가장 배불리 먹고 나왔고, 생전 야식이라고는 찾지도 않았고, 심지어 임신 중일 때조차 뭐가 먹고 싶노라 남편을 한밤 중에 내보낸 적 없었습니다.


그런데 수업 후 집에 돌아온 후 문득 닭강정이 생각났습니다. 늦은 시간에 뭘 먹겠다고 이러나 싶어 그냥 됐다고 했는데 남편이 뒤늦은 설거지를 마치고 닭강정을 사왔습니다. 늦은 저녁을 먹은 남편은 별로 먹지 않고 혼자 거의 다 먹었습니다.


심지어 샐러드도 소고기 샐러드를 주문해 먹었고, 갑자기 보쌈이 먹고 싶어 그날따라 식당 안에 젊은 사람은 한 명도 없고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있는 곳에 혼자 들어가 보쌈 정식을 주문해 먹기도 했습니다.


가족 모임에서도 한우곱창모듬에 갈빗살까지 추가해 먹었고, 지인들과의 모임에서도 고기는 필수였습니다.그리고 점심을 배불리 먹어 저녁은 가볍게 먹고 싶어 주문한 메뉴에도 고기가...(식사 후 뭔가 아쉬운 마음에 찹쌀 꽈배기를 간식으로 또..)


그렇게 열흘 동안 잘~ 먹고 잘~ 잤더니 기력을 많이 회복했습니다.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으니
모두들 건강 잘 챙기세요~♡



ps. 그동안 바쁘기도 했지만, 건강을 최우선으로 신경 쓰느라 브런치 활동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많이 좋아졌으니 우리 작가님들 글방에도 놀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의 추천곡 *


김동률님의 '감사'

https://youtu.be/F9XtgD5vpfE


린&이무진님의 '두 사람'

https://youtu.be/VBS6o29bJns



매거진의 이전글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 책 소개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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