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원의 빛 강성화 Jan 18. 2023

카페 사장님을 울렸습니다.(feat. 만원의 행복)

마음을 나누고 행복을 선물 받았습니다.

지난해 출간을 두 달여 앞둔 어느 겨울 주말이었습니다. 남편은 회의 자료를 준비해야 했고, 전 마감을 앞두고 글을 써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가까이에 사는 첫째 언니에게 SOS를 보냈습니다.


점심 식사 후 딸을 언니집에 데려다 놓고 우리 부부는 언니집 근처 카페로 갔습니다. 여러 군데 카페를 살펴보다 조용해서 집중하기 좋겠다 싶어 선택한 곳이었습니다. 커피도 조각 케이크도 제 입에 안성맞춤이라 그런지 그날따라 글도 잘 써졌습니다.^^

< 주말 오후 남편과의 데이트(?) >


며칠 후 언니 찬스를 한번 더 썼습니다. 마감일은 다가오는데 아이 방학 기간이라 글쓰기에 집중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아이를 언니집에 데려다주고 주변의 카페를 둘러봤습니다.


지난번에 얼핏 보니 생각보다 많은 카페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산책도 할 겸 마음에 드는 곳이 있나 창문 너머로 구경했습니다. 넓은 매장에 인테리어가 잘 된 곳도 있었고, 분위기도 괜찮은데 커피 가격까지 합리적인 곳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괜스레 지난번 갔던 카페가 눈에 밟혔습니다. 유난히 글 쓰는데 집중이 잘 되었던 그곳. 2시간여를 머무르는 동안 우리를 제외한 손님이 별로 없었으니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다른 카페에 비해 입지도 그리 좋지 못했고, 매장도 그리 넓지 않았습니다. 젊은 여사장님과 가족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직원 두 명이 일을 하는 아담한 카페였습니다. 네다섯 군데 카페를 둘러보다 제 발걸음은 결국 그 카페로 향했습니다.




지난번 커피와 케이크가 정말 맛있어 다시 왔노라 웃으면서 얘기한 후 같은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두 번째 먹어도 역시 굿. 제 입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그날도 글이 잘 써졌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있었는데도 손님이 거의 없었습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잠시 카운터를 바라봤습니다. 여사장님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전 만원을 손에 쥐고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사실 제가 출간 준비를 위해 글을 쓰고 있어요.
여기 오니 글이 잘 써져 고맙기도 하고
가끔씩 저 좋자고 소소한 이벤트(?)도 하거든요.
그러니 다른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일명 '만원의 행복'이에요.
제가 만원을 드릴게요.
그냥 돈을 드리는 건 아녜요.
다음에 오는 손님에게
커피 한 잔을 선물로 주세요.

그분에게 커피와 함께
이런 스토리를 말해 주면
그분은 아무래도 이곳에 맘이 갈 듯해요.
그러면 좀 더 자주 오지 않을까요?^^

그리고 떡볶이 좋아하세요?
나머지 돈은 간식으로
매콤한 떡볶이 사 드세요.
맛있는 커피와 케이크를 먹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라 생각해 주세요.^^


다행히 제 진심이 잘 전해졌나 봅니다. 제 말을 듣던 그녀의 눈시울이 이내 붉어졌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이벤트에 감동받았다며 몇 번이나 인사를 전했습니다. 오픈한 지 얼마나 되었냐는 물음에 그녀는 이런저런 얘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카페 오픈한 지 3개월 여가 되었는데 손님이 별로 없어 힘들다고 했습니다. 굳이 일일이 듣지 않아도 코로나 시국에, 더군다나 주변의 많은 카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던 중에 이런 뜻밖의 선물, 아니 마음을 받게 되어 너무나 고맙고 힘이 되었다는 그녀의 입가엔 엷은 미소가 머물렀습니다. 그녀의 미소에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녀의 손을 한번 슬며시 잡고 난 뒤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 만원의 행복, 그 따뜻함에 대하여... >




마지막으로 그 카페를 찾았던 날은 지난해 2월 말이었습니다. 대학원 개강과 출간, 엄마의 병환 등.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1년의 끝자락이었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바쁜 일상에 챙기지 못했던 이들을 떠올리며 안부인사를 전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녀가 생각났습니다. 어쩌면 한 번쯤은 제 소식을 궁금해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1월의 첫째 주말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사실 혹여나 그동안 상황이 좋지 않아 문을 닫은 건 아닐까 싶어 찾아가기 며칠 전 일부러 그곳을 지나쳤습니다. 다행히 간판에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카페에 들어서니 젊은 남자 직원만 있어 그녀를 찾았습니다. 잠시 후 나타난 그녀는 저를 기억하고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그동안 많이 바빴노라고, 그래도 생각이 나서 이렇게 찾아왔노라 말하니 예전에 보았던 그녀의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를 위해 준비한 책에 사인을 하기 위해 이름을 물으면서 요즘은 좀 괜찮아졌는지 물었습니다. 다행히 디저트가 맛있다고 단골도 생겨 전보다는 많이 괜찮아졌다고 했습니다.(참, 남자 직원의 정체(?)는 남동생이라고.^^)


요즘처럼 카페가 넘쳐나는 시기에 1년 이상 잘 버텼으면 정말 잘한 거라고 고생 많이 했겠다고 응원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녀도 한동안 괜찮다가 설 앞두고 손님이 조금 뜸해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제가 와서 힘이 되었다고 마음을 전해 주었습니다.


< 스토리가 있는 카페, Brichou >


카페를 전세 냈던 예전과 달리 저를 포함해 다섯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케이크를 테이크 아웃하기 위해 부부가 다녀가기도 했습니다. 제 입맛에 안성맞춤이었던 디저트가 다른 사람에게도 그랬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딸과 영화를 보던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카페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분명 기온이 뚝 떨어져 추웠던 날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차가운 바람이 시원하게만 느껴졌던 어느 주말 오후였습니다.^^

< 오래오래 그 자리에 있기를... >





출간 준비를 하면서 간절히 바라던 꿈이자 제 자신과 했던 약속을 실천했습니다. 미약하나마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로 누군가에게 작으나마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비록 작은 마음일 뿐이지만 이번 기부가 제게 참으로 의미 있고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꿈을 이룰 수 있는 선물 같은 기회가 주어짐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 선물 같은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합니다 >

ps. 책의 인세 절반은 지역 사회 취약 계층 아동,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세이브더칠드런, 국경없는의사회, 아름다운가게, 지파운데이션에 기부했습니다.


written by 초원의 빛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책 읽어 주는 작가 초원의 빛 >




* 오늘의 추천곡 *


푸디토리움의 '바람은 차고 우리는 따뜻하니'

https://youtu.be/4 Vk1 tqXfQjI


이루마 님의 'One day I will'

https://youtu.be/2wbfxJlQhmc


매거진의 이전글 그녀를 울렸던 잠옷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