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엄마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요~♡
지난주 금요일은 엄마의 생일이었습니다. 다음날 친척 결혼식이 서울에서 있어 언니 오빠들이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라 가족모임은 이번 주말에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딸 학교 행사와 겹쳐 갈 수가 없어 먼저 다녀왔습니다.
엄마에게 가져갈 과일과 간식을 챙기다 순간 미안한 마음이 밀려들었습니다. 오십이 다 되어가도록 엄마 생일에 미역국을 직접 끓여드렸던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찍부터 떨어져 지내기도 했고 5남매 중 막내란 이유를 대기엔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얼른 전복을 사 와서 지인에게 선물 받은 부산 기장 미역을 불려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그동안 끓였던 그 어떤 미역국보다 많은 정성을 담아서. 고향으로 출발하기 전 미역국을 챙기는데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어릴 때부터 미역국을 무척 좋아해서 그동안 엄마가 수도 없이 끓여줬는데 나는 그동안 무얼 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에..(수능 보는 날 아침에도 먹을 정도로 미역국 사랑이 큽니다.)
고향에서 기다리고 있을 엄마 생각에 2시간 25분을 쉬지도 않고 갔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아름다운 가을 하늘과 산을 보면서 가니 즐겁기만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환하게 맞아주시는 엄마를 보니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엄마는 멀리서 온 딸이 힘들까 봐 제가 들고 간 감 하나를 깎아 한 조각을 건넸습니다.
잠시 후 고향에 살고 있는 언니 내외와 함께 엄마를 모시고 풍기 인삼 축제를 갔습니다. 장터 구경이 그리도 재미있으셨던지 엄마는 두 번을 가셨는데도 또 가고 싶으셨나 봅니다. 점심 식사를 먼저 한 후 우리는 한참 동안 장터 구경을 했습니다.
많이 걸어 다녀 힘들 만도 한데 엄마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습니다. 이런 곳에서 돈을 쓰려면 한도 끝도 없다고, 돈 한 묶음을 가져와도 부족하다는 엄마를 보니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제 양손에는 엄마가 산 것들로 가득했습니다.
엄마가 가장 먼저 산 건 찜질팩이었습니다. 지난번 언니와 구경 왔을 때 언니도 하나 샀다고 했습니다. 손발이 찬 막내를 위한 선물이었습니다. 최근 갑자기 추워지니 갑자기 제 생각이 났던지 며칠 전 엄마가 전화를 했습니다.
지난번에 사준 영양제 효과가 있나?
효과가 있으면 하나 더 사놓게.
전에 약을 사러 약국에 갔다가 저를 위해 영양제 하나를 사두셨던 적이 있습니다. 딸이 손발이 차다고 약사님에게 영양제를 하나 추천해 달라고 하셨던가 봅니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이젠 그만해도 될 텐데 뭘 그리 자꾸 챙기고 챙기시는 건지.. (제가 좋아하는 사과도..)
장터 구경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 엄마는 피곤할 텐데 한숨 자라고 하시고 마을 회관으로 놀러 가셨습니다. 잠으로 시간을 보내기엔 아까워 언니와 카페에 가서 힐링 타임을 가졌습니다. 봄날 같았던 따뜻하고 행복한 가을날이었습니다.
언니는 집으로 돌아가고 엄마와 단둘이 함께하는 저녁 시간. 엄마는 막내가 처음으로 끓여준 미역국을 맛본 후 맛있다 하시면서 밥 한 그릇을 말아드렸습니다.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좋던지. 미역국 그게 뭐라고 오래 미뤄둔 숙제를 마친 듯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엄마 사진을 찍어 가족 단톡방에 올리니 이어지는 언니 오빠들의 폭풍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졌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마친 후 지난 추석에 메모해 놓은 집안일들을 했습니다. 오빠가 주문해 놓은 샤워기와 홈캠 설치였습니다.
다음날 점심으로 선택한 메뉴는 추어탕.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평소 어딜 가도 반 공기 이상 드시지 않으셨는데 두어 숟가락 정도만 남기셨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엄마의 말에 가슴은 금세 온기로 가득해졌습니다.
참, 맛있다.
양이 많으니 다음에 모였을 때
5만 원어치만 사 와도 한 끼 먹겠다.
늘 그렇듯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을 때마다 엄마는 그렇듯 아버지와 자식들이 떠올렸던 것입니다.
식사 후 마트에 들러 장을 본 후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그날도 어김없이 마을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잠시 후 저도 산책을 나갔습니다. 평화로운 고향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 길을 따라 계속 가다 보면 밭에서 일하시는 아버지가 계실 것만 같은 날이었습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주는 고향. 늘 한결같이 저를 품어 주는 당신, 부디 오래오래 지금처럼 이곳에서 환하게 웃으며 저를 맞아 주기를...
엄마,
내 엄마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요~♡
생일 축하해요~♡
written by 초원의 빛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잔나비의 '가을밤에 든 생각'
https://youtu.be/Mr4h7sUS0kw?si=ssINLGqDYs0K7021
이소라 님의 '생일 축하해요'
https://youtu.be/sZoURK9oHko?si=DVeQ17kB2rjw_Ow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