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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Jun 30. 2021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도시락 선물

도시락으로 마음을 전하다.

사실 전 5남매 중 늦둥이 막내로 태어나서 스무 살이 넘도록 제 손으로 뭘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없습니다. 그러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가끔씩 요리를 해서 먹다 보니 직접 만들어 먹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직장에도 종종 불고기, 잡채, 김밥, 샐러드 등을 준비해 가서 직원들과 함께 먹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담아 요리를 하고 그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때의 즐거움과 행복의 맛을 알게 된 것이죠.^^ 십여 년 전쯤 미혼 시절의 기억입니다. 독립생활을 시작한 후 주말이면 어김없이 장을 봐서 밑반찬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지인 중 한 명이 엄마가 밑반찬을 만들어 주셨다며 김치, 쇠고기 장조림과 버섯 장조림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내가 만든 밑반찬에 지인이 준 반찬까지 더해져 냉장고가 가득 채워지니 어찌나 든든하던지요. 그렇게 냉장고를 바라보며 흐뭇해하고 있는데 문득 도시락을 선물하고픈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11가지의 밑반찬을 찬통에 조금씩 담고, 주말에 사놓은 고기에 당면을 넣어 서둘러 불고기를 준비했습니다.


같은 직장이지만, 층도 다르고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부서장이었습니다. 예전에 지나가는 말로 도시락 한 번 싸올 테니 언제 같이 먹자고 하기도 했던 적이 생각이 났던 것입니다. 그녀의 부모님이 모두 외국에 계셔서 매번 사 먹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던 터라 집밥 생각이 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작은 정성이만, 그녀에게 직접 준비한 도시락은 좋은 선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 준비했던 도시락은 그 대신 우리 직원들이 먹었습니다. 식사 시간을 파악하고 나름대로 미리 연락드린다고 사무실로 전화를 했는데, 하필이면 본사에서 미팅이 있어 미팅 후 이른 식사를 하고 왔다고 아쉬워습니다.


그래서 깜짝 선물하려 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 어쩔 수 없는 것이니 다음번에는 반드시 전날 미리 말씀드리겠다고 하며 통화를 끝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바로 도시락을 펼쳐 놓고 사진을 한 장 준비하고,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사내 쪽지를 전달했습니다.


예전에 지나가는 말로
도시락 한 번 싸올 테니 같이 먹잔 얘기가
어젯밤 문득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먹으려고
아침에 부랴부랴 준비했는데 아쉬워요~
다음엔 미리 예고할게요~^^

주말에 밑반찬을 좀 만들어둔 것이 있어
불고기랑 조금씩 싸온 건데,
예쁜 찬합에 싸오려 했지만
아직 날씨가 더워 사무실 내 방 안
냉장고가 작아 넣지 못할 듯해
그냥 유리그릇에 싸와서 좀 안 예쁘네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
사 먹는 음식 질릴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제가 모양만 좀 내지
솜씨는 그리 없으니 다음번 맛은 너무 기대 마세용~

그래도 오늘 **님 생각하며 담은 도시락이라
사진으로나마 마음을 대신합니당~*


< 마음을 담은 도시락 >


쪽지를 보낸 뒤 얼마 되지 않아 도착한 한 통의 쪽지. 저는 잠시 동안 그 쪽지 내용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습니다.


흑흑흑
**님 너무 감사해요
도시락 완전 맛있어 보여요~^^

담에는 꼭 말씀해주시면
하루 전날부터 굶을 거예요 히히히
신경 써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모양뿐만 아니라 맛도
세상 젤 맛있어 보여요 진짜 진짜요^^


비록 다음번을 기약하긴 했지만, 그래도 도시락을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에 무언가 드릴만한 게 없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고객 한 분이 감사하다며 포도 두 상자를  자리를 비운 사이 사무실에 놓고 가시기도 했고, 아침에 개원식 행사에 다녀와 기념 떡을 한가득 가져온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포도 한 상자와 떡 2팩, 그리고 언니가 건강 챙기라고 보내준 도라지 배즙 5팩을 준비해 전해드렸더니 친정에 와 한 보따리 가져가는 것 같다며 좋아하셨습니다. 사실 내 돈 하나 들이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눠드린 것인데도 그렇게 좋아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 받았으니 저 또한 좋은 선물을 받은 듯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도시락을 선물했던 다음 날, 손님을 배웅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데 그녀가 계단으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손님이 엘리베이터에 탄 후 무슨 일이냐며 물으니 활짝 웃음을 머금은 채로 행사하고 남은 거라며 쇼핑백을 건넸습니다. 그 선물은 바로 회사에서 행사용으로 준비했던 잼이었습니다.


< Give and take. 주거니 받거니~♥ >


저도 전날 다른 부서 행사에 참석했다가 저도 선물로 하나 받아서 오는 길에 식빵을 사서 오자마자 직원들에게 발라 줬더니 많이 달지도 맛이 있다고 했던 바로 그 잼이었습니다. 마음을 전하니 바로 또 따스한 온기가 담긴 그런 마음을 선물 받았으니 그 기분은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래서 며칠 후 그녀를 위해서 훗날을 기약했던 그 도시락을 준비했습니다. 십여 년 전의 일이었으니 그 당시엔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정성스레 준비했던 적이 없었던 듯합니다.(남편이 신기록(?)을 갱신하기 전까지는.^^) 콩나물국과 12가지의 음식을 만드느라 많이 분주하기도 했지만, 맛있게 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즐겁기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원래는 그녀의 오붓한(?) 점심 식사를 하려 했는데, 그날 또 다른 한 명의 부서장과 세 명이 중요한 미팅이 잡혔습니다. 그래서 그에게도 연락해 도시락을 준비할 테니 미팅 후 함께 식사를 하자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날의 도시락 선물은 대성공(?)이었습니다.


부모님이 타국에 계신 그녀는 한국에 온 지 오래되었지만, 이런 식사를 대접받은 것은 처음이라 좋아하며 눈물까지 글썽였습니다. 그러더니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거라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분은 솔직히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산 거 아니냐고 언제 이걸 다 만들었냐면서 나중에 한정식집 차려도 되겠다며, 아내에게 보여줄 거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 감동 도시락, 나누는 즐거움&함께하는 행복 >




식사를 시작하다가 갑자기 그냥 두기 아깝다며 사진을 찍는 바람에 잠시 동안 식사를 멈추고, 전 그저 즐거운 마음에 웃음만 짓고 있었습니다. 한 끼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시간을 조금(아니 사실 좀 많이~^^;) 할애하긴 했지만,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어 저 또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선물 받았던 날이었습니다.(물론 그 이후 업무 협조 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던 것은 덤입니다.^^)


세상이 갈수록 삭막해지고 살기 어려워져 그로 인해 때론 많이 힘들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 함께하는 사람들과 작으나마 그 마음과 웃음을 나누고 산다면 그 따뜻한 온기로 인해 찰나의 순간이라도 행복한 웃음을 얼굴에 담고, 마음에 품을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구나!라는 위안과 안도의 마음으로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으며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해봤습니다.^^


마음을 표현하는 일.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함께 나눈다는 것의 아주 특별하고도 소중한 의미,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이 나 자신은 물론 타인의 삶도 풍요롭게 하는 것이지요.  지금 누군가에게 머리와 가슴으로만 품고 있었던 그 무언가를 지금 당장 실천으로 옮겨 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바빠서 여유가 없다고, 혹은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되어 고민만 하고 있다면... 음 어찌할까요. 살다 보니 정말 시간 금방 가잖아요~ 무슨 소리냐 하면~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적혀 있다는 말처럼 '어영부영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가 될 수 있으니 너무 망설이다가 후회하지는 마시라는 말입니다.^^


p.s. 그녀에게 선물 받았던 잼은 그날 직원들에게 몇 개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또 누군가에게 잠시나마 일상의 작은 웃음을 전해주기 위해 몇 개의 과자, 그리고 사탕과 함께 포장이 되어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저와 함께 있었습니다.^^

< 나는 또 누구에게 전달되어 어떤 웃음을 선물할까?>



                

마지막으로
바다를 본 것이 언제였는가?
아침의 냄새를 맡아 본 것은 언제였는가?
아기의 머리를 만져 본 것은?

정말로 음식을 맛보고 즐긴 것은?
파란 하늘을 본 것은 또 언제였는가?

많은 사람들이 바다 가까이 살지만
바다를 볼 시간이 없다.
지금 그들을 보러 가라.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중에서 -  



written by 초원의빛

illustrated by 순종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이루마님의 'River flows in you'

https://youtu.be/7maJOI3QMu0



성시경님의 '넌 감동이었어'

https://youtu.be/y-3LUWBCf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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