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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Jun 21. 2021

아이와 함께했던 작은 나눔, 그리고 이야기들

1년여 만의 제초 작업,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

1년여 만의 제초 작업,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

작년 7월쯤 아이 유치원 등원 길에 집 근처 하천에 제초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 분이 작업을 하고 계셨는데 궂은 날씨에 진행되는 고된 작업이라 일하고 계시던 한 분이 너무 힘드셨던지 누워서 쉬고 계시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환경을 깨끗하게 해 주셔서 고맙긴 한데 정말 많이 힘드시겠다고 말하니 아이의 눈에도 누워서 잠시 쉬고 계시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아이도 잠시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날씨도 안 좋은데 정말 힘드실 것 같아요."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어린 딸의 눈에도 그 모습이 너무나 힘들어 보였는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난 후 얼른 음료수라도 사서 전해주겠다 말했더니 아이가 네~!라고 대답하며 좋아했습니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난 후 근처 편의점에 가 음료수 몇 개를 사서 그분들이 계신 곳으로 향했습니다.


세 분 모두 물속에서 작업 중이라서 인사를 드리고 짐이 있는 곳에 놓아둘 테니 작업 끝나고 드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음료수를 놓고 돌아서 가는 길에 마침 작업을 관리(?)하는 담당자로 보이는 분이 저쪽에서 차를 타고 오면서 제가 음료수 놓아두는 걸 보셨나 봅니다. 차가 제 옆을 지나가다 잠시 서서 창문을 내려 환히 웃으면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가던 길을 재촉하며 한참 가다가 뒤돌아보니 휴식을 취하기 위해 다들 모여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잠시 후 제게 인사를 하셨던 차에 타셨던 분이 제가 드린 음료수를 따서 작업자 한 분에게 건네는 모습을 보니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작은 마음 >




사실 제초 작업은 대략 1년 만에 하는 건데 개인적으로 우여곡절이 좀 있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천이 보이는 위치라 항상 관심 있게 보고 있었는데 전에는 제초 작업이 두 번 정도 진행되었는데 재작년에는 한 번 밖에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여름내 풀이 많이 자랐지만 날도 덥고 늦어도 가을이 되면 하겠지 싶어 기다리고 있었는데 10월이 되어도 그대로길래 시청 해당 부서에 전화를 했고, 생각지 못하게 그 과정에서 수차례 해당 부서 및 LH 담당자와 통화하는 일이 있었습니다.(아직 하천 관리가 LH에서 인수인계 전이라 아마도 서로 협의가 잘 되지 않은 듯..)


사실 상황이 이런 걸 지켜보면서 시로 인수인계 전까지는 힘들겠구나.. 싶어 큰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작업하시는 분들이 물에 들어가 구석구석 힘들게 제초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니 고맙기도 하고 그동안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습니다.


사실 저의 끊임없는 민원 전화의 결과였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관심 가지고 노력하던 문제 하나가 해결된 것이라 마음이 후련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덥고 습한 날, 방수복을 입고 물에 들어가 고된 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 주시는 분들의 뒷모습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때론 서러움과 고단함의 눈물을 삼키고 묵묵히 일해 주시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을 잠시 떠올려 봤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 존경하고 고맙습니다~♥





그날 제초 작업 소식을 지역 카페에 공유했더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습니다. 사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이 '오늘도 제초 작업을 하고 계실까?' 궁금해 창문 너머로 망월천을 지켜본 일이었습니다.^^ 주방 베란다 창문으로 가 내다보니 역시나 어제 그 세 분이 작업 중이었습니다.

< 어제는 타인, 오늘은 이웃 >



아이가 깨자마자 그 소식을 전하며 오늘은 엄마와 함께 인사드리러 가자 하니 아이는 '네~좋아요~!'라며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드리려고 어제 준비해 둔 것들을 아이와 함께 쇼핑백에 주섬주섬 담았습니다.

< 몸에도 마음에도 피로회복제가 될 수 있기를.. >



준비한 작은 선물은 아이와 볼 일을 먼저 보고 돌아오는 길에 드릴 계획이었습니다. 깨끗하게 작업을 해주신 곳을 지나가는데 아이가 갑자기 멈추더니 그곳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동안 엄마 아빠와의 대화에서 엄마가 제초작업에 대해 신경을 쓴 것을 알고 있던 아이는 참 깨끗해져서 좋다며 잠시 동안 그곳을 바라보며 서 있었습니다.

< 우리가 누리는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닌 고마워 해야할 것들이란다 >


볼 일이 다 마치고 그곳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비가 와 일찍 가셨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맘이 급해졌습니다. 그래서 함께 뛰어가자고 했습니다. 아이도 혹여나 아저씨들을 못 볼까 싶어 엄마의 손을 잡고 잠깐 동안 뛰다가 엄마의 속도를 맞추기 힘들었던지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작업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차에 타려 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아이와 저는 우산도 접고 비를 맞으며 뛰어갔습니다.^^

시동을 걸고 바퀴가 굴러가는 모습을 보며 전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고, 그 모습을 보고 우리를 기다려 주었습니다. 준비한 선물을 아이에게 전해드리게 한 후 전 그분들의 그날 하루 노고에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어요.
어제 보니 음료수는 많이 있는 것 같아서
오늘은 그냥 작으나마 이것저것 챙겼어요.

어제 제초 작업 소식을
시민들에게 카페를 통해 공유해 주었더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고,
궂은 날씨에 고생해 주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셨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얼른 가셔서 편히 쉬세요."

< 그분들의 고된 하루에 작은 위로와 선물이 되었기를.. >




그렇게 몇 마디 말을 건넸더니 차에 타고 계셨던 분들 모두가 환히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이 따뜻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궂은 날씨에 밖에서 일하시느라 다들 유난히 검게 그을린 얼굴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환히 웃을 때 보였던 치아가 유독 하얗게 보여 그 웃음이 더욱더 인상 깊게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날 인사드릴 때는 고된 작업 중이라 저만 몇 마디 말을 건네고 돌아섰는데 그래도 그날은 한 번 얼굴 본 사이라 그런지 제가 인사를 드리며 말을 마치자 "내일도 옵니다~!"라고 웃으며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떠나가는 차를 아이와 함께 지켜보는데 아이가 엄마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엄마~ 내일도 오신대요~ 내일도 선물 준비해서 와요~"

"내일은 엄마가 일 때문에 어려울 것 같아. 그래도 혹시 시간이 되면 엄마가 가보도록 할게."

아이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세상은 이렇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주는 사람들로 인해 균형을 유지하고 잘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분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하고 또 기회가 될 때 그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이 더욱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아이의 마음에 담아 주었습니다. 아이는 가만히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데 필요한 것은 별로 없다.
당신은 이미 모두 가지고 있다.
필요한 것은 오직 생각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삶의 무의미함과 짜증, 우울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약 중의 하나는 타인에게 베푸는 작은 친절이라고 합니다.
'좀 바빠도 오늘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자'라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면 그 선한 의도에서 나온 작은 행동들이 나와 세상을 바꾸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s1. 그 다음날 오후 비가 조금 내렸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비도 내리고 당연히 작업이  끝났겠거니 생각하고 지나가는데 다리 아래에 그분들이 계셨습니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분들에게 인사를 했더니 고개를 들어 저를 향해 환히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전날 준 파스 붙였더니 피로가 풀렸다며 고맙다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날 유난히 피곤하고 지쳤던 하루였는데 그분들의 환한 웃음을 보니 저또한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ps2. 사실 전날 지역 카페에 관련 글을 올렸는데 어떤 분의 댓글을 보면서 그날 일을 또 지역 카페에 글로 남겨야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 제가 아이 재우고 급히 해야 할 일이 있어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해서 글을 쓸까 말까 잠시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글 읽을 때마다 착한 일 해야겠다는 그분의 그 다짐이 기억나서 늦은 시간 일을 마무리하고 새벽에 글을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written by 초원의빛

illustrated by 순종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이적님의 '쉼표'(영화 소울(Soul) OST)

https://youtu.be/Fc10aw2rz_w


이적님의 '다행이다'

https://youtu.be/Gi2y03MNH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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