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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Aug 19. 2021

가장 맛있었던 500원짜리  토스트

feat.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지난달, 아이 친구 엄마가 이벤트 정보를 알려줬습니다. 토스트 한 개 가격이 500원이랍니다.

<  아이 친구 엄마는 정보통 >


사실 전 웬만하면 대부분의 음식을 만들어 먹다 보니 내 돈 주고는 한 번도 사 먹어 본 적이 없는 메뉴입니다. 식빵, 햄, 치즈, 달걀, 토마토는 항상 냉장고에 구비되어 있는 재료다 보니 먹고 싶으면 만들어 먹으면 될 일입니다.


한 끼 간식으로 손색이 없는 메뉴, 그것도 단돈 500원의 아주 저렴한 가격. 하지만, 한낮의 체감 온도가 40도에 달하는 무더위를 뚫고 사러 가기엔 500원이 아닌 100원이라 한들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점심 식사 후 아이가 필요한 학용품이 있다고 문구점에 가서 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하면 좋다고 졸래졸래 따라나서던 아이었는데, 날씨가 너무 덥다고 자긴 혼자 있을 수 있으니 엄마 혼자 다녀오라고 합니다.-- 혹시나 해서 토스트 생각 있냐고 물어보니 먹어 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물건을 산 후 토스트 가게로 갔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살 게 많이 없어 핸드폰과 키만 챙기다 보니 현금이 없었습니다. 500원짜리 토스트를 카드로 계산하려니 미안해서 인터넷뱅킹 바로 가능하다고 하니 그렇게 하면 더 번거롭다고 카드도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웬 일. 그저 멤버십 바코드만 보여주면 되는 줄 알았더니 해당 앱에 들어가 쿠폰을 다운로드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문하다 말고 자리를 옮겨 쿠폰을 다운로드한 다음 계산을 했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응대를 했던 남자 직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 사진 출처 : pixabay >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종일관 웃음으로 친절하게 응대하던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500원짜리 토스트였지만 그의 친절한 응대를 보면서 5000원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문한 토스트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습니다.


주문을 받는 20대로 보이는 남자 직원 한 명, 그리고 조리를 담당하는 20대로 보이는 여직원 두 명 총 세 명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잠시 후 준비된 내 몫의 토스트를 받아 들고 잘 먹겠단 인사를 남기고 그곳을 나왔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음료수라도 챙겨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근처 편의점으로 가려는데 마침 가게 앞으로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지나가길래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직원들과 아이에게 줄 두 묶음의 야쿠르트를 가지고 잠시 후 다시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 마음을 전하다 >


야쿠르트를 건네주니 환하게 웃으며 됐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저 또한 환하게 웃으며 계산대 위에 놓아두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혼자 있을 아이가 걱정이 되어 야쿠르트만 얼른 건네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와 간식을 먹으며 매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간단한 속재료 몇 개가 전부인 토스트였지만 스토리가 담겨있는 간식이라 그런지 평소 음식을 먹는 시간이 긴 편이었던 아이는 준비된 간식을 유난히 빨리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 이건 그냥 토스트가 아닌 스.토.리.가 담긴 토스트 >



그리고 정보를 알려준 아이 친구 엄마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 좋은 정보 알려줘서 고마워요.^^ >


그날 오후 전 그 매장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혼자 집에 있는 아이가 걱정되어 급히 서둘러 오느라 야쿠르트만 얼른 전해주고 마음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한 까닭입니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들에게 작으나마 응원과 격려를 해주고픈 마음이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여직원이었습니다.


좀 전에 야쿠르트를 주고 갔던 사람이에요.  
너무나도 친절한 응대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그래서 음료수라도 전해주고 싶었는데
마침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지나가더라고요.
아이가 혼자 집에 있어 서둘러 오느라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와서 전화했어요.
덕분에 아이와 정말 맛있게 잘 먹고
즐거운 간식 타임을 보냈어요.
고맙습니다.^^


전화를 받던 여직원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지더니 그녀 또한 야쿠르트 잘 마셨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세상사는 맛이 그런 것이겠지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렇게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전하고 그로 인해 잠시라도 행복을 느끼면서.^^


그날 먹었던 500원짜리 토스트는 제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토스트로 기억될 듯합니다.^^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말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최근 우리 집 주변에도 코로나로 인해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문을 닫는 곳들이 하나둘씩 생겼습니다. 그중에는 우리가 가끔씩 가던 곳도 몇 곳 있었습니다.


"여보야, 우린 집에서 대부분 만들어 먹다 보니 외식을 많이 안 하는 편이잖아요. 그런데 앞으로는 종종 사 먹어요. 그래도 우리는 매달 받는 돈이라도 있어 먹고 살만 하잖아요. 돈을 쓰는 사람들이 있어야 장사하는 사람들도 먹고 살지요."


"그래요. 맞는 말이에요. 요즘 정말 다들 어려우니."


평소 잠이 부족한 저를 위해 주말은 남편과 아이가 늦잠을 자도록 배려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아침 눈을 떴는데 집안이 조용했습니다. 이전에는 없던 일이라 무슨 일이지 싶어 핸드폰을 확인했습니다.


여봉주르님~ 린이랑 토스트 사러 나왔어요.
우유랑 같이 사서 갈게요.


메시지를 보니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게 뭐 별 일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많겠지만 사실 제게는 해가 서쪽에서 뜰 일입니다.^^


결혼 8년 차. 가뭄에 콩 나듯 그것도 제가 오늘은 당신이 좀 차려달라고 해야 토스터에 구운 식빵과 과일을 깎아 주말 아침을 준비하는 남편입니다.(그 또한 결혼 8년 차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그런데 그런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아침거리를 사러 나갔으니..^^


'이게 대체 머선 일이고~!'


아내의 환대에 개선장군처럼 집으로 들어선 남편과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아이에게 폭풍 칭찬을 해줬습니다.  그날 아침 풍경은 굳이 긴 말 하지 않아도 상상이 가시지요?^^


< 여보야~ 그날 이후 해가 동쪽에서 잘 뜨고 있죠? >


그리고 지난 주말 아침 눈을 뜨니 이번엔 아이는 거실에 있고 남편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린아, 아빠 어디 갔어?"


"아빠 토스트 사러 갔어요."


아.. 지난번 잘했다, 잘했다 칭찬을 해주었더니 이 남자 또 토스트를 사러 갔다고 합니다. 네, 좋습니다. 고맙죠. 아내를 위한 그 마음. 그리고 착한 가게를 이용해 주려는 그 마음도. 그런데 왜 저는 문득 영화 속 배우 최민식이 먹었던 그 만두가 생각이 나는 것일까요.--;


여보야~ 없는 용돈에 그렇듯 선뜻 자청해
주말 아침을 준비해 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편하고 맛있게 잘 먹었어요.
당신 마음 다 알고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그런데... 있잖아요..
가끔씩은 메뉴도 좀 바꿔 주면 좋겠어요~^^


< 여보야, 고마워요~ 그래도 다음번엔 다른 걸로도~^^ >



written by 초원의

illustrated by 순종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정재형님의 '여름의 조각들'

https://youtu.be/z3Xx-sELx8o


J Rabbit님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https://youtu.be/lILrzWvh1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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