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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신 케이 Nov 26. 2022

잘 짜여진 데이트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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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28 - 잘 짜여진 데이트 한 편


Rollei 35TE, Lomo 400 / Tokyo, Japan - Feb


우리가 보통 쉽게 할 수 있는 문화생활에는 영화, 전시회, 음악회, 박물관 등 뭐 그런 것들이 있겠다.

정말 잘 구성된 전시회나 괜찮은 영화는 푹 빠져서 집중해서 보게 되고 또 다 보고 나서는 잠시 다른 세계에 갔다 왔다는 느낌이 든다. 짧지만 몰입할 수 있어 좋았던 그 시간은 현실로 돌아와서도 잔잔히 생각해보게 하는 힘이 있다. 이따금씩 '그때 그 작품 좋았었지~'하고 되돌아보기도 한다.

.

그런데 이성과의 '데이트'도 똑같이 문화생활처럼 할 수 있다.

본인이 마치 전시 기획자나 감독처럼 하나의 데이트를 잘~ 구성해서 만드는 것이다.

데이트를 기획하는 순서와 방법이라고 하면-

(이 글에서 말하는 데이트는 연인 관계로 가기 위한 전략적 데이트라기보단, 그냥 오랜만에 하는 이성과의 재밌는 데이트입니다.)


1. 그날의 날씨는 어떤지

- 화창한 날과 비 오는 날, 더운 날과 추운 날 등 약속한 날의 날씨 체크부터가 데이트의 시작이다.

- 경험상 날씨 관계없이 가디건 하나 정도 챙겨가면 어떻게든 도움은 된다.


2. 어디를 갈지

- 우선 지도 앱을 켜고, 서로의 중간 지점이나 상대방 입장에서 한 시간 이내 거리의 적당한 지역을 찾는다.

- 조금이라도 산책할 수 있게 웬만하면 초록색(공원)이 있는 지역이 좋다.

 

3. 무엇을 먹을지

- 상대방에게 '고기류/면류/빵/밥/카레' 중에 '오늘 이것만은 좀 안 땡기는데~'하는 것 있나요? 하고 소거법으로 물어본다.

'오늘 면류 빼고는 다 괜찮아요~'

'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리고 그냥 내가 먹고 싶은 걸로 맘대로 고른다.

- 내가 맛있게 먹으면 기분 좋아지고 그 즐거워하는 에너지가 상대방에도 전달되니까, 요정도는 멋대로 해도 괜찮다.


4. 식당 예약과 바- 찾아보기

- 다시 지도를 켜고 먹고 싶은 메뉴의 적당한 식당을 찾는다.

- 맛집이어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대화하기 어려운 곳 X (맛있는 밥 먹으면서 즐겁게 대화하기 위한 시간이니까)

- 식당 인테리어 체크

테이블 간 간격이 어느 정도 있거나 따로 분리되어 있는 곳이 좋다.

조명이 너무 밝지 않은 곳 (이자카야 같이 노란빛 계열의 색온도가 낮은 곳이 도란도란 얘기하기 좋다.)

- 리뷰 체크

인테리어는 괜찮은데 음식은 맛없는 곳 X (음식이 맛이 없어도 뭐.. 재밌는 대화로 분위기를 커버할 수는 있지만 기왕이면 맛있는 거 먹는 게 좋죠.)

- 귀찮더라도 식당은 예약해둔다. (자리 없어서 우왕좌왕하게 되면 괜히 데이트 망친 것 같아서 찝찝하다.)

- 2차를 갈지 안 갈지 모르더라도, 일단 와인이라도 한잔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봐 둔다. 과정은 마찬가지!


5. 몇 시에 어디서 만날지

-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화창한 날일 때 산책으로 시작한다면. 만나는 시간은 오후 3시~4시 정도.

- 일단 사람 너무 와글와글한 곳 X (뭔가 기빨리지 않나요? 하하.)

- 어쨌든 그날의 첫인상이 되는 시점이니까 우선은 주변이 깨끗한 곳.

(예를 들어 쓰레기 많은 출구 앞보다는 조금 떨어진 출구라도 앞에 이쁜 공원이 있는 곳이 낫겠죠?)


6. 걷는 동선은 어떻게 할지

- 산책만 하루 종일 걸을 수는 없으니까, 어느 정도 걸었을 때 벤치가 나오도록 한다던가, 카페가 나오는 동선으로 짠다. (영화관을 가던 다른 활동을 하던 전부 마찬가지이다. 포인트는 쉬엄쉬엄 천천히! 같이 있는  시간이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웬만하면 저녁 먹으러 가는 길로 동선을 짠다. (5시 이후부터는 은근히 배고파진다. 이때 한참 걸어서 돌아가야 되면, 급 피곤해질 수 있다. 분위기 다운~)


7. 어떤 얘기를 할지

- 낮에 산책할 때나 카페에서: 그냥 편~하게 캐주얼한 얘기를 하면 된다. (요즘 일은 어떤지~, 세상 사는 얘기, 취미, 농담 같은 것들)

- 저녁 식사/한잔 할 때: 한잔 하면서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이다. 결국에 이성과의 데이트에서는 이성이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넘어가야 훨씬 흥미로운 대화가 된다. (그렇다. 연애 얘기가 최고. 하하. 최근 연애는 언제? 이상형과 비 이상형? 연애 가치관 등)

- 상대방은 어떤 세상의 사람인지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 사실 이 파트가 데이트에서는 제일 핵심이다. 재밌는 데이트가 될지는 뭐.. 결국~ 개인의 내공과 각자가 가진 콘텐츠에 달렸다. 하하.

.

.

이렇게 하나의 데이트가 기획한 대로 진행이 되어 좋은 시간을 보낸다.

게다가 상대방과 서로 핑퐁도 잘돼서 그런지 아주아주 즐거운 날이다.

헤어지고 집에 가는 길에 그 사람과 그날의 시간을 잔잔히 생각할 수 있으면

그게 바로~

잘 짜여진 데이트 한 편-!

역시 문화생활이랑 똑같다.


@ 내친김에 데이트 코스의 재활용에 대해서도 써보려고 했으나 길어질 것 같아서 다음에 =)



사진과 실제 상황은 다를 수 있다. 한 커플의 데이트 장면 같이 찍었지만 실제로는 무거운 분위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에는 상황의 앞뒤의 문맥을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이 재밌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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