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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16 - 그냥 머리 위에 토마토를 올려놓고 말한 거였습니다
영화감독을 하는 친구가 있다. 사실 대중적으로 크게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작품은 꽤 있다. 주 장르는 CG를 쓰지 않는 호러 영화.
벌써 5년이 넘게 이어온 관계로 게다가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만나왔을 만큼 가깝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그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을 때 캐스트들과 몇몇의 지인들을 초대해 상영회를 했다. 코로나로 인해 약 4년 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물론 나도 초대를 받았고 (우정출연을 하기도 했다.)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축하해 주기 위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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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2시간 10분여간의 영화가 끝나고 여느 시사회처럼 감독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캐스트들도 나와서 사진도 찍고 즐거웠다. 그리고 모두에게 설문지가 나눠졌다. '로튼 토마토' 사이트의 영화 평점이나 감상평 같은 것을 적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후반부의 괴물하고 싸우는 장면이 너무 길고, 같은 장면의 슬로 모션이 너무 반복되는 것 같다. 그러나 영화 내에 나오는 각각의 에피소드도 재밌고 무척이나 큰 스릴을 느꼈다."
볼펜이 잘 안 나왔지만 나름 열심히 적었다.
당연히 칭찬도 적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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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시간 내서 와줘서 고맙다 등 인사문자였지만 설문에 적었던 감상평을 좀 자세히 알려줄 수 있냐는 용건이었다.
하긴 난 정말 친구의 작품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니까 정말로 솔직히 적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문의 감상평을 적어 메시지로 보냈다. 그날의 영화를 회상하며 느낀 고대로 말이다.
길지만 요약하자면.
"전체적으로 호러영화에 답게 관객 입장에서 공포, 스릴을 느꼈고 깜짝 놀라는 장면도 많았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후반부에 괴물이랑 싸우는 장면에서 너무 같은 장면이 반복되고 길며, 같은 슬로모션도 너무 많아서 처음에 느꼈던 공포감, 긴장감은 줄어들고 제발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싸우는 장면과 슬로모션 장면을 많이 줄이면 좋을 것 같다."
네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진실되게 느꼈던 대로 썼다고도 말했다. 친구는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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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지. 만.
거대한 문제의 시작이었다.
이 감상평을 보낸 날 이후로 친구가 감정의 기복이 있을 때면, 엄청나게 긴 장문의 문자를 받게 되었다.
"옛날에 작업할 때 보여줬을 때는 슬로모션이 길다던가 코멘트는 없었잖아. 갑자기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거야?"
"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는 표현은 정말 아픈 말인 것 같아.. 하하.."
"~~에서 연락 왔는데 그 사람이 봤을 땐 괜찮은 작품이라는데 넌 어디서 그런 것을 느꼈니?"
"OOO감독이 봤을 때는 괜찮다는데??"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나중에 네가 의도적으로 누군가의 의욕을 꺾어버리고 싶은 게 아니라면 '영화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같은 표현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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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 친구가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다.
"아이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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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마다 일일이 그런 뜻은 아니었다는 식으로 답장하는 게 매번 뭔가.. 내가 변명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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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내가 전문가도 아닌 주제에 괜히 영화 리뷰를 해버렸다는 막심한 후회를 한다. 친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진실이던 어떻건 간에 그냥 칭찬만 응원만 해줬으면 되었을 것을 말이다.
어떤 작품에 대해 진심으로 느꼈던 점과 고쳤으면 하는 점을 나 나름대로는 기분 나쁘지 않게 표현한다고 했는데도 상대방에게는 그냥 상처가 되는구나를 깨달았다. 칭찬과 비판을 둘 다 받아도 당사자는 부정적인 부분만 마음에 담아두는 것을 알았다.
뭐 이미 어쩔 수 없지만~ 굳이 내가 누군가를 상처 줄 필요는 없었는데~ 으 이번엔 지혜롭지 못했다.
괜히 솔직해가지고~!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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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저는 그냥 머리 위에 토마토를 올려놓고 말한 거였습니다. 그것도 썩은 토마토를요. 그러니 제 의견은 몽땅 무시해 주세요.
세상사람들에게: 저한테 솔직한 리뷰 같은 것은 부탁하지 말아 주세요. 제발요오.
@ 그나저나 말이에요. 포메라니안 녀석들을 보고 있자면 항상 느끼는 건데.. 쟤들은 지들이 이쁜 걸 알아요. 그렇죠? 하하 =)
인물 사진을 찍을 때, 피사체의 눈동자에 빛이 반사되어 찍히는 밝은 점을 캐치 라이트(Catch Light)라고 한다. 캐치라이트는 피사체의 생동감, 예를 들어 초롱초롱한 눈망울 같이 살아있는 표정을 표현할 때 매우 유용하다. 카메라의 내장 플래시를 터트려서 직접 빛을 눈동자에 반사시키는 방법과, 외장 플래시를 이용해 천장이나 벽면에 빛을 한번 바운스 시켜 조금 부드럽게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
* 위 사진은 내장 플래시로 직접 빛을 반사시켰는데, 강아지의 동공이라서 그런 건지, 거리가 가까웠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빛이 강했다. 의도한 대로 나오진 않았지만, 강아지의 콧방울에 캐치라이트가 이쁘게 잡혀 코가 초롱초롱하게 표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