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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신 케이 Sep 27. 2020

이 정도 자신감

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59 - 이 정도 자신감


Yashica T4 Safari, Kodak ColorPlus 200 / Sinagawa Sta, Tokyo - Aug


어떤 한 사람이 어떤 한 이성을 처음 알게 되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는 건 자연스러우며 건강하다. 상대방이 첫눈에 마음에 들수록 이 궁금증은 커진다.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은 상대방의 옷 입은 스타일, 외모, 말투, 직업 등을 척-훑어보고, 몇 번 이야기해보는 것만으로 어떤 스타일인지 척-안다. 물론 누군가를 순간에 전부 알 수는 절대 없지만, 최소한 본인의 시간을 더 투자할 상대인지 아닌지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 경험이란 "이 사람은 다를 줄 알았는데 결국 똑같네"이다. 이 경험이 쌓이고- 쌓이고, 계속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어도 왠지 겪어본 스타일의 느낌일 경우, 이전에 만나본 사람과 비슷한 과정과 결말이 보이는 것 같아 시간 투자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뭐 스테레오 타입 같은 편견이 섞인 생각일 수 있으나,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나이들 수록 시간과 돈, 에너지 낭비는 타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누구한테 보상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흥미가 없는 이성은 그냥 아는 사람, 친구 정도로 빠르게 정리하는 게 좋다. 지구엔 남자 반, 여자 반 흥미로울 수 있는 이성은 아직도 많이 있기도 하고 =)

반대로 지금까지와는 만나본 적 없는 전혀 새로운, 게다가 매력 있는 상대방을 만난 경우라면 어떨까. 즉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경험이 많은 사람은 어떻게 할까? 바로! 나에 대해 상대방이 궁금해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궁금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은 상대방의 시간 투자를 나에게 이끌어 내는 것. 사람은 자신의 것을 투자한 만큼 마음이 기울기 마련이므로, 상대방에게 투자만 잘 이끌어내면 연애를 시작할지 말지의 선택권 내게 오게 된다. 그렇다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떻게 나에 대해 계속 궁금하게 할까? 이건 기술이 있긴 있다. 이 기술을 본능적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고, 누군가에게 배우는 사람들도 있다. 배우는 사람이 있으니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들도 있다는건데 연애코치 등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수요가 있으니 이런 직업도 생기는구나 참 재밌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진)

A: 우리 연애할까?

B: 음~ 아직 잘 모르겠어~

A: 15초 후면 입장이 바뀔 텐데?

연애에서 나름 이 정도 자신감 있으면 꽤 재미난 일이 많이 생긴다.


@ 어떤 기술인지 말해주지 않는 것만으로.. 벌써 궁금해지셨죠?? 다 알아요 =)



빛이 부족할 때 구형 콤팩트 필름 카메라의 경우엔 세세한 설정이 없어서 플래시를 터트려서 찍을지,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해서 찍을지 선택해야 한다. 셔터스피드가 느려지면 삼각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그냥 찍기엔 흔들린 사진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필름의 감도로 이전에 찍어둔 사진들을 볼 때, 플래시가 없어도 충분히 색이 나올 것 같다. '그렇다면.. 아! 셔터스피드는 그대로 하면서 플래시는 터트리지 않는 방법! 플래시를 켜되 손가락으로 가리고 찍자! 하하' 이런 수동적인 방법도 필름 카메라의 매력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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