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20 - 취미로는 주로 잠을 잡니다
잠이 많은 편이다. 특히나 아침잠이 많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에게 늘 듣는 소리로는
'왜 이렇게 많이 자니?'
'죽으면 영원히 잘 건데 뭘 그렇게 많이 자?'
'사람은 잠을 줄여야 성공하는 거야. 어서 일어나!'
등이 있다.
뭐 주변 사람들 말고도 TV에 나오는 강연이나 성공 관련 자기 관리 주제라면 늘 등장하는 아주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렇게 보통 사람들의 잠에 대한 인식은 ‘잠은 적당히 건강에 무리 없는 수준으로, 하지만 될수록 줄여야 하는 것이다. 잠을 많이 자는 것은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의 낭비일 뿐이다.’이지 않을까.
뭐.. 삶에 영향을 주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결국 현실에서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잠을 많이 자는 것은 나에게 늘 무언가를 날려버린 듯한 죄책감을 유발해 왔다. 그래서 항상 주말에 푹 자고(많이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도, 벌써 오후가 되어버린 시계를 보고 있자면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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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죠.
깨어있는 시간이 곧 기회의 시간이라는 건데.. 기회란 생산을 할 수 있는 것. 즉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 깨어있을 때, 투자든 노동이든 어떤 활동을 하면 조금이라도 가치가 창출이 된다. 그래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깨어있는 시간이 길 수록 생산성도 비례해 올라간다는 의미인 셈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재가 아니니까 시간에 비례하는 보통의 생산성을 따져보면 역시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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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렇다면 조금 침착하게 생각해보자면 말이죠.
잠자는 행위 자체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어떤 것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심지어, 깨어있을 때보다 잠자는 것이 더 큰 가치가 창출되는 행위가 된다면 "얘야 4시간 자고 공부해야 성공하는 것이란다" 같은 소리는 X소리가 되지 않을까? 하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곰곰이 고민을 해본다.
으음- 그러다가 사알짝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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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고 일어나면 꿈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누구나 꿈을 꾼다는 것은 과학적인 사실이다. 나는 옅게 자서 그런지(그래서 오래 자는 것일 수도 있다) 꿈을 기억한 채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잠에 들면 내 의식은 다른 세계에 간다. 지구에- 아시아에- 한국에- 서울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완전히 잊고 새로운 시선으로 의식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대륙을 먼지가 휘날리도록 내달리는 코끼리가 되어있는 꿈
아주 멋진 그림을 그리는 다작 화가를 옆에서 시기 질투하는 친구의 꿈
영화로 만들면 대박 나겠다고 꿈에서도 느껴질 만큼 드라마틱한 삶
화성 테라포밍에 성공한 미래의 인류이지만, 화성인과 지구인으로 나뉘어 또 싸우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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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꿈의 내용을 모두 기억한다고? 물론 전부 기억은 못한다. 일어나고 나면 금세 잊어버려 기록은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멋진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온 후의 두근두근한 감촉은 남아있다. 이게 항상 아쉽게 느끼는 포인트이다. 내가 꿈을 통해 다른 세계에서 보고 경험한 것들을 글, 이미지 또는 영상으로 기록할 수만 있다면!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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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빅데이터, 5G 통신량과 속도 등 인간 생활 전반의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이다. 코로나로 인해 IT분야가 아닌 사람들도 이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만큼 더욱더 빨라졌다. 그리고 이제는 AI 알고리즘이 인간의 단어 몇 개 만으로, 그 단어로부터 인간이 기대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수준이 되었다. 이 흐름대로라면 매일마다 꾸는 꿈을 컨텐츠화 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게다가 요즘 세상에선 시간+컨텐츠는 곧 수익으로 연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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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이다.
인간이 자고 있을 때(꿈을 꿀 때) 나오는 뇌파를 전부 기록해서 > 데이터화(이 기록 자체가 빅데이터다.) >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데이터를 정보화 > 이 정보를 바탕으로 AI알고리즘을 이용해 꿈을 재 시각화 > 멋진 꿈의 컨텐츠화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 인간의 24시간이 전부 생산으로 이어지는 시대! >>> 고로! 내가 늦잠자도 칭찬받는 뿌듯한 시대!
@ 고민하다가 사알짝 잠들었을 뿐인데 이런 상상까지 할 수 있었어요. 하하. =)
카메라가 고맙다고 느낄 때가 있다. 무엇을 어떻게 찍을지 고민하다 보면 자세히 보게 되고 그 피사체가 가족인 경우, 가족을 자세히 보게 된다. 카메라라는 어떻게 보면 3인칭으로 시점이 이동해서 가족을 천천히 자세히 관찰한다. 자주 보는 모습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팔을 저런 모습으로 주무시는구나. 지금 어떤 세상을 보고 계실까?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