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끝엔 동의보감인가...
6개월 전 태어나 처음으로 유방검진을 받았다. 40세 이상에서 유방촬영과 초음파로 검진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작년에 자궁 수술을 받은 이후 호르몬과 관련된 질병에 대해 한번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항상 왼쪽 겨드랑이가 조금 부어있었는데, 이것은 살이 찌고 빠지고와 관련이 없고 나름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한 때에도 어딘가 불룩한 그것이 없어지지는 않아 늘 신경 쓰였다. 겨드랑이 밑의 림프인지 부유방인지는 생리 때가 되면 가끔 통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6개월 전엔 그 통증이 조금 심해졌고, 약간 겁이 난 김에 유방검사나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6개월 전 검사 결과 별 이상은 없고, 왼쪽에 4mm 정도 되는 혹이 하나 있지만, 모양으로 보나 크기로 보나 문제가 될 것은 아니라고 했다. 6개월 뒤에 추적검사를 하자는 권고 정도를 받았다. 왼쪽 림프는 몹시 부어있는 상태지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림프가 부을 수 있다는 뭐 그런 답답한 대답을 듣고 진료실을 나왔었다.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좀 받았던 탓인지, 3주 전쯤 왼쪽 겨드랑이가 역대급으로 부어올랐다. 역시나 만지면 몽글하게 만져지는 덩어리가 있었다. 6개월 전에 이 덩어리는 별 것 아니라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경이 안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오른팔 치료를 위해 한의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간 김에 왼쪽 겨드랑이를 의사에게 보여줬다. 그냥 '혹시 이런 증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정도의 질문을 했는데, 의사는 꽤나 놀란 얼굴로 지금 당장 약침과 뜸 치료를 하자고 했다. 한의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침이 무슨 원리로 치료가 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와중에 냅다 겨드랑이에 침들이 꽂혔다. 팔 치료에 사용하는 같은 약침도 겨드랑이에도 주사됐다. 여간 찜찜한 게 아니다. 도대체 그 약침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아니 애초에 바늘로 찌르는 행위가 왜 내 팔 근육의 치료와 림프절 붓기를 치료할 수 있단 말인가!
머릿속 가득했던 의심은 허무하게도 침을 맞고 난 다음날 사라졌다. 겨드랑이 밑에 만져지던 몽글몽글한 것도 없어지고 통증도 가셨다. 팔의 통증도, 겨드랑이의 통증도 지금까지 받았던 모든 치료보다 효과가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정형외과 치료를 받으며 쓴 돈과 시간이 아까워 허탈하기도 하다. 여하튼, 통증이 가셔서 다행이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 겸사겸사 림프와 유방을 검사하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결과는 6개월 전과 같았다. 왼쪽에 4mm짜리 혹은 더 커지지도 모양을 바꾸지도 않고 그대로 멈춰있고, 오른쪽엔 사이즈 측정도 잘 안될 만큼 작은 점 같은 것이 생기긴 했지만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혹시라도 왼쪽에 있던 작은 혹이 없어지는 기적 같은 것이 일어나진 않을까 상상하기도 했었지만, 더 커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기로 한다. 치밀 유방도 아니고, 석회도 없었다.
"이런 애들은 왜 생기는 거예요 도대체?"
6개월 전에 했던 질문을 똑같이 했다.
"알 수 없어요. 근본적으로는 여성호르몬 때문인데, 여성호르몬 레벨이 높은 모두에게 생기는 건 아니어서요."
6개월 전에 들었던 대답을 똑같이 들었다.
'지긋지긋한 그놈의 호르몬'이라고 생각하다가 이 생각도 그만두기로 했다. 지금처럼 채식 중심으로 즐겁게 먹고, 가끔 운동도 해주고, 요리조리 환경호르몬도 피해 가면서 사는 수밖에. 코딱지 같은 혹은 그냥 그 자리에서 내 삶을 침범하지 않고 붙어 있든지 말든지.
유방촬영(맘모그래피)은 필요 없다고 했다. 추적관찰 초음파도 첫 초음파와 마찬가지로 보험이 적용되어 4만 원대 금액을 지불하고 나왔다. 유방 초음파 검사는 연 1회 보험적용이 되고, 최초 초음파 촬영에서 이상소견이 있어 추적관찰을 요할 경우 이후에도 보험이 적용된다. 40세 이상의 여성에게는 건보공단에서 국가검진을 지원한다. 한 번도 유방 검진을 받지 않은 30대 이상의 여성이라면 한 번 받아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