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과의 화해, 아직 당연스럽게 되는 건 아니었나 보다.
아, 이번엔 또 유방이다.
가슴이 단단하게 뭉치면서 겨드랑이가 불룩 올라왔다. 겨드랑이를 살살 문지르면 '악!'소리가 나게 아팠다. 심지어 뭉쳐진 몽우리가 단단하게 만져졌다. 덜컥 겁이 났다. 믿지도 않는 온갖 종교의 신을 찾았다.
'오, 신이시여. 제발. 이건 너무 가혹한데요?'
가슴, 특히 겨드랑이가 붓고 아픈 게 처음은 아니었다. 자궁적출 수술을 받기 전, 그러니까 매달 빠짐없이 일주일쯤은 피를 쏟고, 그러기 일주일 전부터 온몸이 서서히 드릉드릉 시동을 걸며 아프던 그때, 빠짐없이 유방통이 있었다. 어떤 달은 유독 심했고, 또 어떤 달은 덜했지만 아무튼 매달 한 일주일 정도는 겨드랑이가 붓고 아팠다. 피를 쏟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괴로운 존재인 월경은 이로 인해 파생되는 고통 또한 무시할 것이 못됐다.
자궁 적출 수술을 받고 난 이후에는 한 달 에 한번 피를 쏟느라 괴로울 일은 없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은근슬쩍 난소의 기능은 이전에 경험했던 월경 전후의 여러 증상들을 함께 가지고 돌아왔다. 새해를 열흘쯤 남겨두고, 샤워를 하느라 살짝만 만져도 겨드랑이가 아픈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 이상이 없는데 이렇게까지 아플 리가 없어.'
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다고 확신했다. 지역 커뮤니티와 블로그 후기를 참고해 가까운 병원들에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당장 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세상에, 유방초음파 검사를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거라고? 심지어 종합병원이 아닌데도? 후기가 좋으면서 가장 빨리 예약이 가능한 곳으로 우선 예약을 했다. 겨드랑이가 아프고 나서 2주 뒤에 검사를 할 수 있었다. 그 2주 동안 나는 이 이상한 통증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걱정해야 했다. 근거 없는 불안은 인터넷을 뒤져도, 책을 읽어도, 명상을 해도 쉬이 없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일주일쯤이 지나자 겨드랑이의 붓기도 가라앉고, 통증도 사라졌으며 멍울도 작아졌다. 별거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 번도 검사해보지 않은 내 유방의 안위가 궁금했다. 병원 예약일이 다가왔고 나는 유방의 미세 석회 여부를 알 수 있는 유방촬영(맘모그램)과 유방초음파를 함께 받았다. 유방초음파는 유방촬영 국가검진 대상자가 아닌 40대 미만의 여성이거나, 치밀 유방조직을 가지고 있어서 유방촬영만으로는 검진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촬영 과정이 고통스럽기로 악명이 높은 유방촬영을 끝내고 초음파 스캐닝을 받았다. 두 검사 모두 당일에 바로 결과를 보면서 진단까지 가능하다.
"뭐 없어요. 괜찮아요. 겨드랑이도 뭐 없어요. 백신 맞아서 림프절이 좀 부어있긴 한데, 이건 원래 당연한 거고. 걱정할 거 없어요."
0.4mm의 작은 결절이 하나 발견됐지만, 크기가 작고 모양으로 추측컨대 양성 결절일 거라고 했다. 치밀 유방도 아니고 석회도 없이 깨끗하다고 했다.
'아니, 별일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또 사람일은 모르는 거고, 이 와중에 유방까지 어찌 되면 너무 좀 가혹한 거 아닌가 싶고, 아니 근데 내가 유방에 뭐가 있으면 이렇게 일주일 지나서 통증이 사라지진 않았을 텐데, 아니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데 이렇게 일주일 동안 아프고 뭐가 만져지는 게 정상이냐고.'
못난 나의 불안. 그리고 이어지는 분노.
'아니 도대체가 여성의 몸은 왜 이렇게 복잡한 것이냐는 거야. 남자들도 이렇게 매달 고통스러운 월경을 하면서 또 한편으로 이때마다 느껴지는 각종 통증들에서 시그널을 찾아 가슴과 생식기 초음파를 병원에 가서 받는 건 아니지 않나? 인생에서 아이를 출산할 계획이 없는 나에게 도대체 유방의 기능은 무엇이냐는 거야. 운동할 때마다 제대로 묶어두지 않으면 아프기만 한 이 지방덩어리, 이제는 또 암에 걸리진 않을지 걱정이나 해야 하는 꼴이라니.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 절제술을 미리 한 그 마음, 나는 너무 대찬성이며 이해가 된다니까!'
"결제해드릴게요."
진료실을 나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 수십 가지의 생각을 하다가, 진료비를 결제해 주겠다는 간호사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약 4만 9천 원이 결제됐다. 생각보다 매우 낮은 비용이다. 2021년부터 유방초음파에 국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유방촬영(맘모그램)과 초음파, 그리고 초진 진료비를 모두 합친 금액이 5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 예전이었으면 20만 원대의 결제를 했어야 하는 건을 5만 원이 안 되는 결제 문자를 받고 나니 비로소 나의 불안과 분노가 사르르 녹았다.
'바꿀 수 없는 내 몸. 아프진 않은지 잘 보살피며 살아야지. 나의 아담하고 바지런한 몸으로 오늘도 나를 잘 거둬 먹이며, 건강한 마음을 담을 건강한 그릇으로 잘 가꾸어야지.'
이 글을 읽는 여성 독자 여러분, 아래 국가검진 항목을 살펴 해당하는 때에 맞춰 자궁경부와 유방암 검진을 받아보세요. 국가검진이 아니더라도 자궁 초음파와 유방초음파는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비용 부담이 매우 낮아졌으니, 1년에 한 번씩은 살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더불어, 매 달 자가검진을 통해 유방에 만져지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