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은 어떻게 하는 거라고 아무도 알려주질 않더라고요.
<굿바이 포궁>이라는 이름으로 자궁근종의 진단부터 자궁적출술을 받기까지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후회와 분노, 집착이 뭉쳐진 글들을 써 내려가며 나는 많은 것들을 해소했다.
왜 이토록 많은 젊은 여성들이 호르몬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지에 대한 분노로 나는 호르몬에 대한 책이나 논문들을 보기도 했다. 그러다 '폐경전기(Perimenopause)'의 개념을 알게 됐다. 폐경전기? 폐경 또는 갱년기라는 용어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폐경 전기라는 개념은 생소하다. 우리나라 포털사이트에서는 검색을 해도 많은 자료가 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갱년기'라는 개념으로, 폐경 전후로 급격한 호르몬 변화가 가지고 오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폐경 전 단계에 있는 여성들의 건강상태를 질병화 하여 약을 팔려는 속셈인가? 싶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했다.
더 이상 월경을 하지 않는 상태를 폐경 또는 완경이라고 한다면, 월경을 하면서도 임신의 가능성이 없는 상태는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다낭성 난소증후군 같은 난소나 자궁에 생긴 질병 때문에 무배란이 이어지는 경우는? 그게 아니더라도 완경의 상태가 될 때, 매 달 충실히 배란이 이루어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뿅! 하고 배란이 멈추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배란은 일어나지 않다가 완전히 멈추는 것인지?
완경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산부인과적 질환에 대한 의학적 접근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일까? 나조차도 완경은 곧 물러설 수 없는 노화의 증거로만, 갑자기 열이 오르며 얼굴이 붉어지거나 골다공증 같은 특정 질병의 위험이 높아지거나, 혹은 섹스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폐경'이 아닌 '완경'으로 이름부터 고쳐 부르는 것부터 완경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꽤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내 친구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얘기처럼 통하지만, 실제로 '우리' 밖을 벗어난 세계에서도 그럴까? 완경 한 여성들은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걸까?
무엇보다, 나는 완경을 잘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 걸까?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맞닥뜨렸던 월경의 시작과 자궁과의 이별처럼 속수무책으로 고통스럽게 완경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 불안은 언제나 아는 것에서 해소가 시작되는 법. 차분히 몸이 보내는 신호에 응답하며 완경을 준비해 봐야겠다.
'완경 준비'와 '완경, 겟 레디 위드 미'라는 제목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신 글쓰기 모임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