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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앱을 삭제했다.

단톡방도 정리하고 안 쓰는 앱을 지웠다.

by 망원동 바히네

지난주에 트위터 앱을 지웠다.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십 년쯤 습관처럼 '트위터 안 할 거야'라는 말을 달고 살아도, 정작 진짜 안 하는 사람은 없다는 얘기가 구전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열심히 의견을 피력하는 트윗을 하지는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어느 날 갑자기 별 큰 결심을 한 것도 아닌데 트위터를 지우고 싶어졌다. 그리고 역시나 나답게 (그게 뭐냐고 묻지 말자.)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실행에 옮겼다.


트위터가 피곤하게 느껴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불특정 다수가 함께 모여있는 특정 커뮤니티 활동을 해 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비슷한 주제로 '건강한 토론'을 넘어선 인신공격 이상의 폭력이 오가는 것들을 보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낯선 느낌은 차곡히 쌓여 피로가 되었다. 팔로우하는 계정을 정리하면 그뿐이라 생각했지만, 관심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팔로우를 하다 보니 타임라인의 콘텐츠를 내가 원하는 대로만 구성할 수도 없는 것이 SNS의 생리라는 것도 빠르게 깨달았다. 자극적인 뉴스들과 더 자극적인 뉴스에 대한 의견들에 계속해서 스스로를 노출시키다 보니, 급기야는 악몽을 꾸는 일도 잦아졌다.


무엇보다 특정 의제에 대한 내 사고의 강화가 일어나고, 이는 곧 편협한 사고로 고착되는 현상을 나도 모르게 경험하고 있었다.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나와 정치적, 사회 문화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사고에 편협이 생기기 쉬운 환경에 스스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소위 '요즘 얘기되는' 것들에 대해 깊게 사고하기도 전에 타임라인에 줄줄이 이어지는 다른 이들의 의견을 먼저 접하다 보니, 열어놓고 충분히 사고할 수 있는 능력도 바래지는 것 같았다. 시간을 내서 생각을 하기보다는, 시간을 내서 남의 생각을 읽어 내려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쓰는 시간을 합쳐보니, 가히 쉽게 볼 일 만은 아니다 싶었다. 읽고 싶은 책은 옆에 쌓아두고 타임라인을 새로 고치고 싶지 않아 졌다.


과감히 트위터 앱을 지웠다.


그리고 미뤄왔던 몇몇 단체 카톡방도 정리했다. 한 때 정말 즐겁게 참여하고, 위로도 많이 받고, 도움도 너무 많이 받았던 커뮤니티들이었다. 최근 몇 달간 대화를 제대로 읽지도 않게 되었고, 그러는 사이 핸드폰 배터리는 속절없이 닳고만 있었다. 빨간 글씨로 떠 있는 '+300'을 보는 일도 '무조건 1시간 이내 답변'을 원칙으로 일해왔던 습관이 남아있던 나에게는 늘 부담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쉽지만 모두 정리했다.


그 밖에 잘 사용하지 않았던 여러 애플리케이션들과 SNS 계정들을 모두 정리했다. 페이스북은 탈퇴했다. 대단한 결심을 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휘리릭 하고 순식간에 핸드폰을 정리하게 됐다. 내친김에 아이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들도 정리했다. 중복된 사진들을 삭제하는 일은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었다. 반쯤 성공한 채 다음을 기약했다.


핸드폰을 정리한 지 열흘이 채 안됐다. 무슨 변화가 있냐고 묻는다면, 스크린 타임이 현저히 줄었으며, 금요일에 충전한 배터리가 일요일 밤이 되어도 꺼지지 않는다는 정도로 답변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나, 특정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코로나 예방을 위한 4차 접종을 시행할 것이라는 뉴스를 하루나 이틀쯤 뒤늦게 알게 되는 것도 새로운 점이다. 중요한 뉴스는 며칠이 지나도 중요한 뉴스로 남아있을 것이니, 천천히 살펴보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결정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심사숙고 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다 따라잡는 것은 내 손을 떠난 지 오래고, 궁금한 MZ들의 소비패턴이나 핫플레이스는 잘 정리되어 배달된 뉴스레터 등을 통해 파악하더라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핸드폰을 정리하며 매일의 루틴을 체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아침에 차 마시기, 명상하기, 책 읽기, 운동하기, 다음날 집에서 먹을 식재료 구비해두기, 영어 공부하기, 집 청소하기(매일 쓸고 닦는 건 아니지만, 설거지를 미루지 않고 쓰레기를 제 때 버리는 것, 매일 아침 일어나면 이불을 털고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 등. 목적은 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웠을 때 쾌적하게 휴식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 보통 늘 하던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기록하는 재미가 더해지니 동기부여가 된다. 대단한 '미라클 모닝'은 아니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 미라클이라면 이 또한 미라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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