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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 이모야 Jun 28. 2019

넌, 날 만날 급이 아닌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잣대

친구가 올해는 반칠십 파티를 하자는 농담에 푸악하는 웃음을 터뜨렸다가 금세 씁쓸함을 느꼈다. 누구는 박사까지 척척 마스터하고 이름 대면 아는 직장에 다니고 결혼하고 애 낳고... 어른들이 말하는 '사람 구실' 하고 사는데, 나는 부모님 집에 얹혀살면서 꿈이라는 핑계 삼아 또다시 백수가 되었으니 말이다.


백수 되기 초읽기에 들어간 얼마 전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남자 친구'라 불리는 그를 만나자마자 처절한 갑질에 시달린 스펙터클한 지난 일들 마구 토해냈다. 가만히 듣고 있던고 있던 그가 툭 하고 말을 던졌다.


- 넌, 나랑 만날 급이 아닌 것 같아.


그 말은  따발총 같던 내 입을 닫게 만들었고 내 두 눈은  '어서 다음 말을 해'라고 그에게 끊임없는 신호를 보냈다.

Photo by Sookyong Lee

그는 내 숨이 꼴깍꼴깍 넘어가기 직전에서야 다음 말을 꺼냈다.


- 네가 그 일이 힘들기도 하고 다른 꿈이 있어서 그만두긴 하지만, 그 일은 아무나 못하는 거야. 너니까 하는 거지.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은 내가 지금 당장 그만둬도 아쉬워할 사람 없어. 어느 누구로든 대체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아렸다.

소위 말하는 '가방끈 길고 크게 부족한 것 없는 가정에서 자랐다'는 나의 배경 조건이 그를 작게 만들었나 보다. 지금 이 사회는 '비교하기'로 쉽게 기쁨을 얻기도 슬픔을 얻기도 하니까.


그의 말이 맞다면, 나는 '보다 뒤처지는' 사람을 굳이 골라서 만난 '실속 없는'사람이라는 뜻이 되어버리니...

하지만 그게 아닌 건 분명했다. 내 마음이 그랬으니까.


- 사람한테 급이 어디 있어, 고기도 아니고. 그 기준 누가 정한 건데? 만약에 사람한테 급이 있다면 그건 인성이 기준이겠지 겉으로 보이는 조건이 아니라...


나는 마음을 꾹꾹 눌러 조용히 말했고 그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지만 그 뒤로도 가끔 그는 비슷한 말을 꺼냈다.


자격지심이 아니라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이었다.




비교를 하려면 동일한 조건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원칙이다.
모두가 다른 부모에게서 나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수많은 선택을 통해 자랐기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무의미한 일이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부러움'을 '비교'라는 어리석은 방법으로 표현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남과 비교하지 말 것!
얼핏 보기에 나와 같은 조건에, 같은 상황에 있는 것 같아도
부모부터 성장과정까지 다른 완.벽.히. 유니크한 존재다.
혹, 동기간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다른 것끼리 비교하고 재면서  왜 결과가 다르냐고 묻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개개인이 유니크한 존재이듯이 우리네의 꿈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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