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뼈해장국이 놓이자마자 그의 입에서 툭하니 내동댕이쳐진 한마디였다. 나는 턱 하니 말문이 막혀 괜스레 보글거리는 것들을 뒤적거렸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임에도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하겠다고 마주 앉았는데 무방비상태에서 대포를 맞아 가슴이 뚤려버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은 아니었다.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모습에 반해 시작한 연애였던지라 언젠가는 외로워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콩달콩 데이트 후에 뼈해장국 그릇을 앞에 두고 들을 줄은 몰랐다. 아니, 어떤 상황에서도 듣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상상조차 안 했던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헤어짐을 고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기다려달라 한 것도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남자 친구의 군대 영장을 마주한 20대 소녀처럼 그날 밤 내 베개는 촉촉해지고야 말았다.
그 뒤로 전과 다름없는 데이트를 계속했다.
그 흔한 낯간지러운 표현은 없었지만 일에 시달리느라 꺼내지 못한 이야기부터 만날 날을 기다리며 아껴두었던 마음까지 아낌없이 표현했다. 서로의 마음을 한없이 보여주며 나누고 교감하는데 열중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내 마음이었다.
전에도 그랬지만 그와 함께하는 순간순간 더 소중히 기억에 새기게 되었다. 그가 꿈을 향해 돌진하는 동안 방황할지도 모르는 내가 꺼내볼 수 있게. 둘이 찍은 제대로된 사진 하나도없었고 나중에 어떻게 하자는 시시콜콜한 미래계획도 없었지만 나는 그가 동굴에 들어가는 날부터 다시 나오는 날까지 잘 지내고 싶었다. 지난주에 만났던 연인처럼 다시 만나고 싶었다.
Photo by Sookyong Lee
누군가가 나를 끊임없이 생각해주는 것,그것이 사랑임을안다. 그래서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이 그리 슬프지는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은 행복이다. 그래서 적어도 지금은 행복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