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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 이모야 Jul 23. 2022

글 쓰는 것도 내 글이 읽히는 것도 좋아

오만해 보일지라도 난 자신감이야

이것저것 하고 싶은 열정은 있지만 내향적이라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어린 시절, 글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소박한 낙이었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던 덕분인지 시든 산문이든 여러 글짓기 대회서 상도 꽤나 받았다. (자랑 맞다. 내가 봐도 그 시절 글 지금의 것 보다 훨씬 깊이 있고 표현도 )


글을 쓰는 행위 자체도 좋아했지만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좋아하는 것을 보는 것도 뿌듯했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글을 계속 썼다. 나를 위한 글이든 남이 시킨 글이든.


서른 즈음이었을까. 내 이름 석자를 새긴 책 한 권쯤 내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솟아올랐다. 쩌면 그동안 간직했던 마음이 울컥 쏟아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혼자 글을 인쇄하고 제본까지 해봤지만 만족은커녕 더 제대로 하고 싶었다. 그때부터는 내가 쓰고 싶은 글에 더욱 집중했다.


그 후, 책을 낼 거라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지만 누구도 크게 관심 갖지는 않는 듯했다. 혼자 알아서 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오히려 나에게 관심 있는 방관자들 더 감사했다. 나도 내가 언제, 어떤 글을 쓸지 모른다. 그래서 관심은 오히려 부담이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 말도 있지만 난 억지로 쓴 글이 한 번도 마음에 든 적이 없기 때문에 글이 쓰고 싶을 때만 는 고집쟁이다.


그런 내가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있다면 생각 고리가 줄줄이 엮인 깨달음 생겼다는 뜻이다. 멍하니 산책을 할 때나 시시콜콜한 수다 중에 번뜩일 때도 있고 드라마를 보다가 단어 하나에 꽂혀 지난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한다. 특히 이별 후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못 견뎌하는지 어떨 때 행복해하는지 등등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연애는 이성간 감정과 인간관계를 연습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나를 알아가는 값진 행위이기도 하다. 그렇게 짧은 깨달음들은 휴대전화 안에 날것의 상태로 조각조각 쌓였다.


하루 종일 글 쓰고 싶을 때는 간이 키보드와 스마트폰만 달랑 들고 카페로 향한다. 동안 쌓아둔 조각들을 꺼내어 살을 붙이고 깎고 다듬는 작업을 한다. 조용한  집 놔두고 왜 돈지랄하러 카페에 가냐며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지만 나한테는 소비행위가 아닌 생산행위다. 투자라는 말로 격하하고 싶지 않다. 나는 카페에서 생기는 백색소음이 좋다. 나를 온전히 조각 글 속 그 순간으로 데려 주기도 하고 지금 카페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조각을 수집하기도 한다.

Photo by Sookyong Lee

글쓰기를 위한 이런 일련의 행위가 돈이나 명예가 생기지 않더라도 그냥 좋다. 내 행복이 풍성해지고 나다운 나로 완성되는 느낌이다.


가끔 내가 쓴 책 서점에 놓여있는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지 않는가. 얼굴도 모르는 어느 한 사람에게라도 내 글이 도움이 되 내 이름을 기억해준다면 나 한평생 잘살았노라며 행복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글 조각의 출처가 예전에 교제했던 이들로부터 나온 것이 많다. 그래서일까. 기억 속에 뭣 같은 상대로 남아있어도 감사한 마음이 아주 조금은 있다. 내가 뭘 쓰든 관심 없던 무심한 놈도 네까짓 게 무슨 책이냐 했던 매정한 놈도, 내 글 한번 읽어본 적 없으면서 마냥 응원하던 이상한 놈도 똑같이 고맙다. 어떤 방식이든 간에 오늘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가 되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친구가 인터넷으로 여행정보를 검색하다 '참 재밌게 잘 정리해놨네'라며 감탄하던 중에 첨부사진에 내 얼굴이 있어 깜짝 놀랐다고 연락한 적이 있다. 뿌듯한 순간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도움이 많이 됐다'라는 피드백은 오지라퍼인 나에게 가장 큰 만족감을 준다.


그래서 오늘도 자신감 충만하게 내 맘대로 누군가를 위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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