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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 이모야 Jul 11. 2022

만남엔 목적이 따른다

반딧불이 맞선 시장에서 얻은 깨달음

딱 10년 전만 해도 데이트 어플로 짝을 찾는 사람을 보면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말하면 속으로는 쯧쯧 혀도 찼다. 주변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소개팅 시켜줄 친구도 없어서 저러나 싶어 한심스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마흔을 코 앞에 둔 지금, 내가 그 어플을 들여다보고 있더라. 정말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만날 기회와 방법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나는 인적 드문 시골에서 혼자 일하는 지라 상황은 더 열악했다.


또래와의 대화가 그리운 날엔 얄팍한 기대와 함께 어플을 어슬렁 거리며 별별 사람 구경하곤 .


사진 몇 장과 소소한 자기소개로 사람을 다 파악하긴 어렵지만 사실 지인을 통한 소개팅이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주선자와의 신뢰가 있다면 그나마 무례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 일 듯하다.


뉴스에서는 종종 데이트 어플 피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 집 식구들도 항시 조심하라며 걱정에 걱정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만남 어플을 사용하는 경찰들도 꽤 있다. 만남의 기회가 문제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솔직히 한국이든 외국이든 이런 어플로 내 사람 찾기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 빅데이터 속 맞춤형 찐 데이터를 찾는 것이니 쉬울 리가 없다.


그래도 데이트 어플엔 쿨 함이 있어서 좋다. 어플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절대 '그냥'은 없다. 쉬는 날 수로 입을 풀 동네 친구든, 하루짜리 데이트 상대든 평생을 함께할 운명의 상대든 참여의 목적이 뚜렷하다. 목적에 차이가 큰 상대는 굳이 긴 시간을 투자해 탐색하지 않는다. 거부감이 높을 수 있는 관계가 목적일수록 빠른 시간 내에 상호 의사를 확인하는 경향이 짙다.


하루짜리 짝이라도 서로가 좋으면 그만이다. 합의한 사항이니 그것을 가볍다거나 안 좋다 표현하기 어려운 거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영화(연애 빠진 xxx)도 나오지 않았는가.


평생의 동반자를 찾기 위해 동시에 여러 사람을 만나보는 부류도 있다. 혹자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신중의 방법이라 말한다. 소위 말하는 양다리와 다르다는 것이다. 단순히 양손에 떡을 쥐고 어느 것을 먹을까 재보는 것과 비교하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남은 인생을 함께할 사람을 찾는 것이니 한 명만 탐색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워 진중한 관계가 되기 전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확인, 검증작업을 진행한다는 거다. 물론 그 기간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면 그건 분명 상대에 대한 기만이다.


이 세계에서 만남의 후보군을 줄이는 행위를 '거른다'라고 표현한다. 나도 그렇다. 예를 들어 프로필 사진부터 본인의 재력을 과시하거나 인사를 하자마자 개인 연락처를 묻고 일단 만나자고 하는 이들을 거른다. 나와 뚜렷하게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Photo by Sookyong Lee

얼마 전 반딧불이 축제에 갔다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반딧불이는 250일가량을 땅속에 있다가 땅 위로 올라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고서 단 보름만 짝짓기에 열중한다. 암수컷 비율이 1:50이라  수컷들은 어떻게든 간택받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가장 밝은 빛을 뿜어낸단다. 그리고 번식에 성공하면 생을 마감한다.


재미있게도 한여름 초입에 열린 반딧불이 맞선 시장을 구경간 셈이다. 가만히 앉아 수컷을 기다리는 암컷의 처지가 안쓰럽기도 하면서도 50명의 남자가 심사를 받기 위해 줄 선다는 것은 꽤나 부러웠다.


반딧불이가 짝짓기 하는 시기를 사람 나이 100세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략 환갑 즈음이다.


그래, 역시 인생은 60부터다!


고작 마흔 직전인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애쓸게 아닌 거였다. 하루라도 젊은 오늘을 충만히 즐겨야 할 창창한 청춘이었다.



꼭 평생 짝을 찾아야 하나 싶으면서도 아플 때 괜찮냐 물어봐주고 병원에 보호자 사인이라도 해줄 누군가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 오늘도 마음은 계속 열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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