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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 이모야 May 22. 2022

나는 K-차녀다

어른 아이

K장남, K장녀라는 말에는 맏이의 책임과 무게에 대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나는 삼 남매 중 둘째다. '82년생 김지영'에 나오는 딱 그런 위치다.


언니는 그 영화를 보고 아이 엄마의 입장에서 눈물이 났다고 했고 남동생은 안 봐도 막둥이의 모습이 그려진다고 했다.

- 너는 그 둘째 모습 보고 공감어?

언니가 물었다.

나의 입장과 공감 포인트를 알지 못한다는 뜻이 내포된 질문이었다.


엄청난 자료조사와 통계로 만들어진 책이자 영화, 모두 봤다. 나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 태어난 여자, 둘째가 비슷하게 겪은 일이라는 것에 놀랍고도 안타까웠다.

Photo by Sookyong Lee

첫째는 모든 것은 부모에게도 처음이라 모든 것이 신기하고 기특하고 걱정되고 신경이 쓰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야말로 첫사랑의 특별함이다. 누구에게나 첫사랑, 첫 경험이 있기에 부연 설명 없이도 공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둘째는 신기함, 기특함도 반이요 호들갑 떨 일도 신경 쓸 일도 확연히 줄게 된다. 아이가 둘이 되었으니 그만큼 손도 덜 가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우리 집처럼 막내가 큰집 아들, 장손으로 태어났으면 설상가상이다. 남자아이도 처음인 데다 손을 이으실 몸이라 첫째에 버금가는 애지중지 모드가 되는 것이다. 조부모님의 사랑과 관심 덕에 첫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다.


결국 둘째 딸인 나는 상대적으로 부모님 손을 덜 탄 자립심 강한 아이로 자랐다. 첫째를 챙기는 모습을 보 내 차례가 오길 기다리며 어깨너머로 본 그 모습을 흉내 냈다. 그러다 보면 어른 손이 더 필요한 어린 동생 먼저 챙겨주고 나면 나는 이미 얼추 마무리 단계가 된다. 그리곤 '혼자서도 잘했네'라는 칭찬 한마디로 나를 봐줄 차례는 찰나처럼 지나간다.


이런 상황이 무한 반복되면서 나는 혼자 알아서 하는 어른 같은 아이가 되어버렸다.


엄마는 내가 항상 알아서 하길래 그냥 두셨다고 했고 손을 덜어줘서, 혼자 잘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도 관심받고 랑받고 챙김 받고 싶은 아이였다.



몸과 나이가 어른이 된 지금, 챙김 받고 싶어 하는 아이는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 이따금 외로움이란 친구를 데리고 온다. 묵직하게.


그럴 때마다 안 해도 되는 일까지 찾아 하며 나 자신을 괴롭힌다. 그렇게 굳이 없어도 되는 잔기술이 조금씩 늘어간다.


이런 나를 주변에서 챙겨줄라치면 그 챙김도 어색해서 받는 방법도 몰라 되려 내쳐내기도 한다. 그렇게 또 혼자서, 혼자서 버티고 또 버티는 아이를 끌어안고 나이를 먹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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