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J의 신년계획

조직문화 Letter. 40

by 부지러너

살다 보니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는 도구들이 생겨납니다.

기존에 있었던 도구들일지라도 주변의 환경과 시대의 요구에

그런 도구들을 억지로 익혀가며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그중 하나가 사주라는 것인데,

가톨릭 신자로 오래 살아왔던 지라 사주를 본다는 것이

내 운명을 스스로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사주에 의해

이미 답이 나와있는 인생을 사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관심을 갖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가 재작년에 이직 결심을 하면서 한 번 보게 되었습니다.

사주가 사실은 미신(?)이 아니라 몇 백 년간 쌓여온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명리학이라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위안으로 제게 펼쳐질 미래를 Tapping 했던 기억이 납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때 들었던 말들 중에 의미심장한 내용들이 많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다시 사주를 보진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이해의 도구로 삼는 것이 MBTI인데,

처음 MBTI를 접했을 땐 너무 다양한 케이스들을 접하고 익히기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들의 행동에 대한 근거가 되는 유형의 특성을 통해

가끔은 도움을 받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J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 전에도 저는 미리 계획하는 것에 익숙하고 능숙했었고

처음 사귄 여자친구를 만나는 동안 매번 다양한 데이트 코스를 계획하고 실행했던 것이

나중에는 숨 막히는 일정을 소화하느라 힘이 들다는 피드백을 받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복학하고 나서 새롭게 사귀게 된 여자친구와는 절대로 계획적인 데이트를 하지 말자는 다짐 속에

첫 데이트를 여자친구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해 처음으로 도착하는 버스를 타고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수만큼 정류장을 지나가서 내린 뒤 30분간 그 지역을 구경하고

다시 처음 오는 버스를 타는 것을 반복하는 랜덤데이트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강남에서 시작해 응암까지 13번의 버스를 타고 한나절을 꼬박 보내는 랜덤데이트는 매우 성공적이었으나

뒤늦게 알게 된 것은 그 데이트조차 '무계획적인 데이트'를 계획한 것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파워 J라는 것을 인정하고 J의 장점을 극대화하고자 여러 노력들을 했습니다.

인생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해 24시간을 기록하기도 하고 출근하면 매일 할 일을 적고 지워나가기도 했고

사내 외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때 장소와 일정들을 사전에 예약하기도 하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되는 것을 계획적으로 차단했던 것 같습니다.


매년 초 신년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처음에는 그저 꼭 해야 할 몇 가지 계획을 세우다가

지금은 매년 만다라트를 작성하고 리뷰하고 있습니다.

연중에 몇 번씩 열어보고 확인해 가면서 목표를 수정/보완하기도 하고

떨어지는 달성률을 인지해 스스로를 동기부여하기도 합니다.



회사에서도 사실 연/반기/분기 단위 목표를 세우고 성과관리를 하곤 합니다.

회사규모나 사업의 성숙도에 따라서 기간이 다르다 뿐이지 항상 계획과 실행 그리고 달성률을 기록했었는데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고 나서 느끼는 것이지만

'신년' 계획이라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하루하루는 모두 1년에 단 하루밖에 없는 O월 O일이고

시기마다 다른 의미를 부여해서 그렇지 모두 같은 24시간입니다.


대기업에 있을 땐 매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시작으로 팀장인사, 팀원 이동이라는 1달간의 혼돈기를 지나

연초 목표를 세팅하는 데만도 1~2달이 갔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데드라인은 언제나 10월이었습니다.

10월에 이미 임원 평가가 시작되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11월엔 구성원 평가로 이어지고 '개점휴업'을 하는 부서들도 많았습니다.


인사이동에 따라서 그동안 해왔던 일이 무의미해지는 경우도 허다했기 때문에 10월까지 열심히 하고

11월부터는 급 마무리 분위기가 나곤 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2~3달은 거의 뒤숭숭한 분위기로 보냈던 것인데 그럼에도 회사가 돈을 잘 버는 건

결국 공고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처음 스타트업에서 연초를 맞이하는 저는 매년 세웠던 목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봅니다.

개인적으로 해가 바뀌어서 드는 새로운 감정에 취해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해보려는 마음은 좋은 거겠지만

사실 저는 인생의 변곡점이 언제든 찾아오는 거라 생각해 12월에도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을 기획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 역시 꼭 신년이 아니어도 이미 산적한 과제들로 모두가 일당백, 열일하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이해 각오를 다지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지만

충실한 하루하루가 쌓여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든다는 것이 변함없는 진리라면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보낸 연말 하루와

자고 일어났더니 새로운 해가 되었고 동기부여가 뿜뿜 되어 열심히 일하게 된 연초 하루가

결국엔 같은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오늘도 내일도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 그것이 저의 '신년'계획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도 파이팅! 내일도 꾸준히 파이팅!


#스타트업 #신년사 #신년계획 #계획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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