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직을 했을 때, 이전 회사 동료들을 만나면 항상 물어보는 것이 '별일 없니?'였다. 그동안 같은 울타리에서 비슷한 일들을 겪으며 공감하던 사이에서 야생으로 내던져진 나에게 산전수전의 서사를 기대하고 던지는 질문들이었다. 나는 당연히 술술 별의별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무용담에 놀라는 그들의 반응을 즐기곤 했다. 어쩌면 나 이런 일도 있었다며 위로와 공감을 받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그때는 그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어떻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이런 일도 해야 되는구나! 느끼는 때가 비일비재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그런 일들을 겪고 나면 정말이지 불안장애가 올 만큼 정신이 혼미해졌다. 또 어떤 일들이 갑자기 터져서 나를 괴롭힐까 하는 불안이 내 지배적인 정서가 되곤 했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부터 거친 파도를 향해하는 어부의 숙명처럼 나는 그저 이 상황이 나의 뉴 노멀이자 앞으로 지속될 상황이라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예기치 못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놀라고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것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제는 더 이상 놀라거나 힘들어하지 말자도 다짐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에 무슨 일 없는지 물어보는 지인들에게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무슨 일 없는 게 무슨 일 있는 거지요 허허허' 하고 만다. 그냥 그 어떤 일도 나의 동요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 나는 그저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머신이다.
니체의 말처럼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성장시킬 뿐이다. 초사이어인들처럼 경험과 고통을 수반하여 계속 성장할 뿐이다. 나는 사실 이럴 줄 알고 이직을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강도보다 훨씬 크고 내가 생각한 빈도보다 훨씬 잦고 내가 생각한 정도보다 훨씬 새로움에 그저 몇 년을 놀라다가 이내 익숙해진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찌 보면 '얼마나 더 다채로우려고 내 인생에 이런 경험이 일어나나'라고 생각을 바꿔본다면 행복하기 그지없는 축복받은 삶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별 일을 기대하며 출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