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4시, 유연 출퇴근 제도 덕에 연차를 쓰지 않고 병원으로 향한다. 헐레벌떡 뛰어 내려갔지만 지하철을 눈앞에서 놓쳐 허탈해 있을 때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어디세요?' '네?' 분명 예약시간은 4시 반이었는데 왜 전화를 했지? 알고 보니 진료 예약은 4시 반이었지만 4시까지 와서 엑스레이를 찍었어야 했다고 한다. 나는 최대한 빨리 가겠다고 했지만, 환승역에서 또 한 번 눈앞에서 지하철을 놓치고 진료시간 마저 늦어서는 지하철을 내려 따릉이를 타고 내달리고 있는 와중에 독촉 전화를 한 번 더 받는다. 결론적으로 10분 지각한 나는 숨을 꼴딱거리며 자리에 앉아 진료 대기를 했다. 엑스레이 없이 지난번에 찍은 CT와 MRI사진만으로 무릎 상태를 진단하여 의사 선생님이 내게 내린 선고는 더 이상 무릎에 체중 부하가 가해지는 운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 이 말인즉슨 내가 지금까지 하던 모든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달리기, 축구, 테니스, 야구 모두 뛰는 운동이기에 나는 더 이상 내 삶의 모든 즐거움을 즐길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같은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친구가 진단하기 직전에 진료실에 들어와 같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는 씁쓸한 마음을 다잡고 진료실을 나와 혹시 몰라 오늘 찍었어야 하는 엑스레이를 마저 찍으로 올라가는 길에 친구랑은 다시 헤어지고 같은 병원에 약사로 일하는 동생에게도 문자를 보내 놓았다. 엑스레이를 찍기 전에 친구와 친구 동료들이 먹으라고 두바이 쫀득 쵸코 찹쌀떡을 배민으로 시켜놓고 스트레스 엑스레이라고 하는 매우 불편한 자세에서 무릎을 고정하고 찍는 엑스레이를 찍어낸 뒤 수납창구에 가서 수납을 하려던 와중에 배달이 도착하여 포장된 두쫀쵸찹을 받아들고 다시 수납을 했다. 수납을 마친 직후 동생에게 전화가 와 동생의 차를 타고 같이 나가기로 하고 배달된 선물을 친구 근무지에 가져다주기 위해 응급실로 향했다. 마침 응급실에서 나오는 직원들 덕에 문이 닫히기 전 얼른 들어가 친구 이름을 대고 간식을 맡긴 뒤 동생을 만나러 지하로 내려갔다. 그렇게 동생을 만나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따릉이 반납 시간이 지연되어 5분당 200원의 벌금이 나온다는 알람이 핸드폰에 울린다. 너무 늦어서 따릉이를 정류장에 댈 시간이 없어 아무렇게나 대고 왔던 걸 깜빡한 탓에 다시 동생과 헤어지고 따릉이를 정류장에 반납하고 동생을 만나 차를 탔다. 차에 타자마자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어 진단 결과를 와이프와 동생에게 동시에 전달하곤 동생이 가는 길에 떨궈준 곳에 내려 다시 따릉이를 타고 저녁 약속 장소인 고깃집까지 달려갔다. 이 모든 2시간 정도의 일정을 소화한 뒤 지인보다 조금 먼저 고깃집에 와서 혼자 앉아 있노라니 40년간 소진된 나의 무릎 연골과 인대가 앞으로의 40년 동안은 매우 다른 속도와 강도로 서서히 닳아져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구슬픈 금요일 저녁 6시 15분경이었다.